• 박무의 화요칼럼 [연재 칼럼 ②] 로봇세와 기본소득: 기술 디스토피아를 막을 구원투수인가, 신기루인가
  • 입력날짜 2026-08-11 08: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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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AI가 문명사에 몰고 올 충격을 짚었는데 이번엔 그 파국을 막을 대안으로 거론되는 제도적 장치와 그 현실적 한계를 논한다.)
▲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인간의 노동이 사라진 시대의 생존 공식

기계가 모든 노동을 전담하고 인간은 휴식을 누리는 세상은 겉보기엔 완벽한 유토피아 같지만, 경제학적 현실을 들여다보면 잔혹하기 짝이 없다. 자본주의 체제 지탱의 두 축은 '생산'과 '소비'다. 휴머노이드와 AI가 아무리 완벽하게 물건을 찍어내도, 대중의 지갑이 비었다면 시장 경제는 바로 마비되고, 물건을 팔지 못하는 자본가 역시 공멸을 피할 수 없다.

이 자멸의 메커니즘을 막아보고자 나온 핵심 대안이 바로 ‘로봇세’와 ‘보편적 기본소득’이다.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은 로봇에 세금을 매기고, 이 재원으로 소득이 끊긴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최소한의 생계비를 주자는 발상이다.

듣기에는 기술 디스토피아를 막아낼 유일한 구원투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이론이 책상을 벗어나 현실에 적용되는 순간, 각국이 처한 경제 체급과 행정력, 그리고 인구 구조의 격차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게 된다.

한국의 딜레마: 복지 재원의 절박함과 성장 동력 상실의 공포

인구 급감에 고령화 가속의 한국에서 로봇세와 기본소득은 단순 복지 정책이 아닌 국가 생존의 문제다. 국민연금은 고갈되어 가고, 세금을 낼 젊은 세대는 주는데 부양할 노년층은 갈수록 늘어난다. 이에 고도로 자동화된 기업의 로봇과 AI 시스템에 세금을 매겨 실직자와 고령층을 부양하는 구조는 한국 사회의 피할 수 없는 순서 같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 최고의 로봇 밀도에다 정교한 디지털 행정망을 갖춰, 로봇세를 거두고 기본소득을 전달할 행정적 여건도 완벽하다.

그러나 치명적 한계가 존재한다. 자원이 없는 한국은 기술 혁신과 제조업 수출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 이 와중에 로봇과 AI 투자에 무거운 세금을 얹는다면 기업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규제와 세금을 피해 해외로 옮길 것이다. 결국 로봇세 몇 푼 거두려다 국가 핵심 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경제적 고사 상태에 빠지는 참담한 딜레마에 봉착할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현실: 통제의 무기와 텅 빈 금고

인구 대국들의 사정은 더욱 복잡하고 절망적이다. 먼저 중국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과 달리 강력한 공권력으로 빅테크와 대기업의 부를 강제 환수할 수 있는 나라다.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의 깃발 아래 로봇세를 거두고 기본소득을 나누어주는 구조는 이념적으로도 잘 들어맞아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거대한 인구 전체를 부양할 만큼 국가 곳간이 넉넉하지 못하다. 전체주의적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기본소득은 복지가 아닌 시민 통제의 무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당의 방침에 비협조적이거나 사회적 신용 점수가 낮은 시민에게 지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인간을 구원하기는커녕 사회적 노예로 만드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 세계 최대 인구국 인도는 기본소득이 가장 절실하나, 안타깝게도 실행 가능성은 가장 낮다. 인도는 영세 농업과 비정형 서비스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제조업 자동화 수준이 매우 낮다. 나눠줄 돈은 엄청나나 걷을 수 있는 로봇세 세원은 사실상 거의 없다. 여기에 14억 인구 다수가 금융·행정망 바깥에 방치되어 있어, 기본소득을 전달하는 집행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인도의 기본소득은 다가갈 수 없는 신기루일 뿐이다.

문명적 전환기,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향해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AI와 휴머노이드가 초래할 일자리 증발은 과거의 기술 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문명사적 대전환이며, 로봇세와 기본소득 역시 결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한국은 기술 유출을 막으면서도 인구 감소에 대응할 정교한 핀셋형 세제·분배 모델을 설계해야 하며, 인구 대국들은 무작정 기술을 도입하기보다 노동을 보호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계가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일이 아니다. 그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향한 인본주의적 결단, 그리고 연대의 철학이다.

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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