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의 화요칼럼 [연재 칼럼 ①] 인구 급감의 한국 vs 인구 과잉의 대국 : ‘인간 대체’의 역설
  • 입력날짜 2026-07-28 08: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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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구 절벽’, 뜻밖의 방파제"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연재 칼럼 ①] 인구 급감의 한국 vs 인구 과잉의 대국 : ‘인간 대체’의 역설

(필자는 PC 출현 전, 국내 컴퓨터 초창기부터 IT 엔지니어이자 사회과학자로 오랜 기간 현장에서 산업과 사회 변화를 도모해 온지라 작금의 AI가 문명사에 미칠 파급력의 특별한 우려를 사회과학적 진단으로 2회에 걸쳐 연재한다.)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이 인간의 지성과 육체를 빠르게 대체 중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기술적 대전환이 각국에 가져올 파장은 사뭇 다르다. 인구 절벽의 한국과 노동력이 차고 넘치는 미국, 중국, 인도 등 인구 대국이 맞닥뜨릴 상반된 운명을 추적하고, 기술적 실업이 초래할 문명적 위기를 진단해 본다.

- 기술의 축복, 누군가에게는 재앙의 서막

최근의 휴머노이드와 생성형 AI는 사무직의 지적 노동과 현장직의 육체노동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고 있다. 기술 고도화로 전례 없는 생산성 극대화를 이루겠지만, 대다수 사람의 유일한 생존 수단인 '임금 노동'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지 못하는 대중에게 기술이 가져다준 풍요는 남의 일일 뿐, 소수의 기술 자본가가 부를 독식하고 대다수는 빈곤으로 내몰리는 극단적 양극화가 이미 시작됐다.

주목할 점은 이 '기술적 실업'의 충격파가 각국의 '인구 구조'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어드는 한국과, 거대 인구 대국들이 마주할 미래는 확연히 갈라지고 있다.

- 한국의 ‘인구 절벽’, 뜻밖의 방파제

한국은 극단적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수십만씩 급감 중이다. 국가적 위기로 불린 이 인구학적 비극이 역설적이게, 다가올 로봇 시대엔 충격 완화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휴머노이드와 AI 도입은 노동자를 내쫓는 '적대적 대체'라기보다, 일손 끊긴 빈자리를 채우는 '생산성 보완'에 가깝다. 노인 돌봄, 단순 제조, 요식업 등 이미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장에 들어서는 로봇은 당장 대규모 해고 대란을 부르지 않는다. 일자리 부족보다 일할 사람이 없어 산업 현장이 멈춰 서는 한국에서 기술 고도화는 외려 국가적 생존 돌파구에 가깝다. 감소하는 인구 덕분에 기술적 충격을 흡수할 구조적 시간을 번 셈이다.

- 인구 대국의 풍요는 어떻게 ‘저주’가 되는가

반면 인구 대국들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그동안 풍부한 청년 인구는 국가 성장의 엔진이었으나, 휴머노이드 시대 도래는 이 축복을 한순간에 '인구의 저주'로 반전시키고 있다.

가장 위태로운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로봇 굴기'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었던 수억 명의 농민공과 청년층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면, 갈 곳 잃은 거대 노동력은 순식간에 체제 위협의 불만 세력으로 변모할 수 있다. 분배 구조의 균열은 이미 사회적 혼란의 초입을 가리키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국 인도는 더욱 뼈아프다. 인도가 중산층 국가로 도약하는 유일한 사다리는 '저임금 제조업 육성'이었다. 그러나 선진국 기업들이 인도에 공장을 짓는 대신 자국 내에 휴머노이드 시스템을 돌리는 편이 더 저렴해졌다. 성장 사다리가 잘려 나간 인도에서 매년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수천만의 청년 구직자들은 사회적 폭발을 부를 화약고가 될 뿐이다.

기술 패권국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자본주의 최첨단에서 부를 쓸어 담겠지만, 사회 안전망이 취약해 실업은 곧바로 생존의 위기로 직결된다. 사무직과 현장직 노동자가 동시에 거리에 나앉기 시작하면서, 빈부격차와 정치적 양극화는 폭발적인 내홍으로 번지기 직전이다.

- 문명의 갈림길에 서서

인구 감소라는 비극이 기술 대전환기에는 충격 흡수의 완충재가 되고, 인구 과잉이라는 축복이 일자리 소멸 앞에서는 사회를 흔드는 화약고가 되는 역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분명한 것은 인간의 노동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충격은 인구 대국일수록 훨씬 잔인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일자리 증발의 시대에 인류는 과연 어떻게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가. 이 난제 풀기의 유일한 실험인 '로봇세'와 '보편적 기본소득'의 가능성과 현실적 한계를 다음 회에서 깊이 논해보고자 한다.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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