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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흐름을 따르는 순리의 정치가 필요하다
넉 달 전이었다. 다주택자를 ‘마귀’로 몰아가면서까지 부동산을 잡겠다며 강도 높은 정책을 밀어붙이던 어느 날 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던 부동산 시장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76주 연속 상승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역대 대통령 취임 1년 후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14.73%를 기록하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결국 시장이 정부를 이긴 셈이다. 사실 민주당 정권은 들어설 때마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자신 있게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정권의 안위까지 흔들릴 정도의 역풍을 맞는 악몽을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두 차례나 겪었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과 맞서 이겨보겠다는 강박이 낳은 부작용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까지 주재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의 부동산 정책에서도 시장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강박만 엿보일 뿐이다. 이 같은 모습은 ‘삼전닉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추진 과정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하고, 비수도권을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초대형 민관 합동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국민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발표한 광주·전남 800조 원 투자 계획이었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정상 가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인(人)·수(水)·전(電)', 즉 인력·용수·전력 등 산업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인프라 확충은 물론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법·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 계획의 현실화는 쉽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실현 가능성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필자가 더욱 우려하는 점은 또 있다. 정부는 광주 군 공항 이전 부지에 이재명 정부 임기 내 메모리 반도체 공장(팹) 4기를 건설하고 800조 원을 투자해 용인과 함께 국내 양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부 관변 환경단체에서는 벌써부터 "호남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용인 산업단지 조성은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레일헤드와 함께 한미동맹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는 전략적 거점이다. 미국 역시 자국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평택 미군기지를 견고하게 유지하려 할 것이다. 북한 또한 '용인-평택'으로 이어지는 전략 축이 존재하는 한 대남 군사 도발을 쉽게 감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요소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위축시키려는 움직임은 우려스럽다. 여기에 전광석화처럼 추진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환수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 추진은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더 나아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검찰청을 폐지하고,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소취소 제도 추진까지 강행하려는 모습은 지나친 독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임기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대통령의 조급함이다. ‘순천자흥 역천자망(順天者興 逆天者亡)’이라는 말이 있다. 또한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水則載舟 水則覆舟)’는 고사처럼 권력은 민심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 민심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순리의 정치로 돌아올 것을 권력자에게 권고하고자 한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회 자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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