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
‘깨진 유리창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한다는 이론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짐 바르도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골목에 상태가 비슷한 자동차 두 대의 보닛을 열어두고, 그중 한 대의 유리창만 깨뜨렸다. 일주일 뒤, 유리창이 깨진 차는 약탈과 훼손의 대상이 되었지만, 다른 차는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이 법칙은 1980년대 뉴욕시 치안 문제 해결에도 사용됐다. 당시 뉴욕 지하철은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졌다. 뉴욕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 내 모든 낙서를 지우는 정책을 추진했다. 처음엔 많은 이들이 비웃었지만, 5년 동안 꾸준히 낙서를 제거한 결과 범죄율이 무려 75%나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깨끗한 환경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 범죄를 억제하고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새해부터 대림동도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 속 범죄도시, 쓰레기 산, 낙후된 동네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대‧동‧단‧결’(대림동을 단정하고 청결하게!) 청소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대‧동‧단‧결’은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대림동만의 청소 문화를 만들고 명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 시작으로 지난 6일, 대림 중앙시장 고객센터에 ‘청소 현장 사무실’을 열었다. 구청 청소과장이 매일 대림동 현장 사무실로 출근해서, 골목 곳곳을 순찰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해 맞춤형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이다. 영등포구 전체 청소를 총괄하는 청소과장을 대림동 현장으로 배치한 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대림동의 변화를 이끌어가라는 의미다. 또한 대림 1‧2‧3동에 청소 대행업체 전담 인력을 각 2명씩 새롭게 배치한다. 기존은 영등포구 전체를 6개 권역으로 나눠 야간에만 쓰레기를 수거해오고 있는데, 대림동 만큼은 주간과 주말에도 수거가 가능하도록 전담 인력을 배치한 것이다. 무단투기 단속도 강화한다. 추가 설치한 13개소의 CCTV를 활용해 무단투기를 추적 단속하고, 필요시 현장 방송으로 계도 활동도 병행한다. 그러나 행정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주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과 상인, 거주 외국인 모두가 대림동을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뀐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실천하면, 내 집 앞은 물론이고 대림동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내‧외국인을 포함한 주민들 100명을 모아 ‘대동단결 청소 봉사대’를 구성할 계획이다. 봉사대는 주기적으로 청소 활동과 홍보를 펼치며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대림동의 구심점이 되어 지역 주민 간 유대감을 강화하고, 내 집 앞, 내 가게 앞 청결은 스스로 관리하는 청소 문화를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대표적인 청결 국가인 싱가포르는 거리에 담배꽁초 하나, 휴지 조각 하나도 찾아보기 어렵다. 싱가포르는 중국인이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다문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깨끗한 거리를 유지할까? 우선 거리에 쓰레기통이 많다. 환경미화원들은 거리 곳곳을 부지런히 쓸고 닦고, 쓰레기 수거도 매일 실행한다. 벌금 제도도 한몫한다. 싱가포르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곳의 쓰레기 처리 방식을 여행 전에 미리 알아볼 정도다. 거리가 깨끗하니 잠깐 다녀가는 여행자도 함부로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 국민도 여행자도 모두가 지켜야 하는 싱가포르만의 거리 청결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도시의 청결은 주민의 안전과 행복에 직결되는 문제다. 올해는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대림동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깨끗한 거리, 밝은 동네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주민, 상인, 외국인, 방문객 모두가 화합하고 힘을 합친다면 서울 속 작은 동포사회, 대림동을 영등포 대표 명소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다 함께 대‧동‧단‧결합시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
포토뉴스
HOT 많이 본 뉴스
칼럼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