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의 특징과 주요 내용(3) 학교안전 법제와 산업안전 법제를 견주어본 결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학교안전법」보다 비교우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비교적 내용이 알차고 실효성 있는 것은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다시 말해 산업재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끊임없이 개정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으로 산업재해가 줄어들고 있고, 사망사고 발생률도 지난 20년간 3분의 1 수준으로 줄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제정하였다. 우리나라 사고사망만인율이 OECD 38개국 중에서는 34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매년 800명 이상의 소중한 생명이 중대재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있음을 직시하여 고용노동부와 산업계는 중대재해 사고사망만인율을 오는 2026년까지 OECD 38개국 평균인 0.29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 법제가 학교안전 법제보다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완벽에 가깝지는 못하다. 아니 해외 안전 선진국들의 법제와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동안 우리나라는 산업재해를 줄이고 중대재해 사고사망만인율을 낮추기 위해 계속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 작업을 해왔다. 이런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로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규제 일변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산업안전 법제가 지나치게 지시적 규제 방식이라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점과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 법제는 사업주가 준수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일일이 정해주고 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첨단기술시대에는 현장 상황을 규제가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1,220개가 넘는 규제 조항이 있지만 사고가 나면 정작 적용 조항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국의 경우, 1974년 규제 방식으로 전환했다. 여러 법제에 분산돼 있는 규제를 통합하고, 목표는 부여하되 그 실현 방법을 사업주에게 맡기는 이른바 ‘목표 기반 규제’로 바꿔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영국의 사고사망만인율은 우리의 1/5에도 못 미치는 세계 제일의 안전 선진국으로 우뚝 서 다른 나라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지시적 규제에서 목표 기반 규제, 즉 위험성 평가를 통해 사업주 스스로 안전관리를 하도록 하는 자율규제 방식이 보다 바람직해 보인다. 영국은 일찍부터 사업주에게 산재 위험을 찾아 개선하도록 하고 있고 그 조치 방법까지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의무는 사업주에게 주어진 의무의 거의 전부이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업주는 사고 위험을 찾아내지 못할까 봐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율규제는 위험성 평가가 아니라 일반 의무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도록 하는 포괄적 의무를 부여하되, 대신 다른 강행규정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율규제 방식이 처벌을 약하게 하자는 의미가 아니고 사업주로 하여금 위험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가장 최선의 조치 방법을 스스로 정해 사고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자율권을 주되 오히려 산업재해가 증가하면 무겁게 처벌한다는 것이다. 처벌을 약하게 해서는 안된다. 처벌이 예방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자율규제 방식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우리나라 산업안전 법제뿐만 아니라 학교안전 법제도 영국처럼 목표 기반 규제, 곧 자율규제 방식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영국처럼 자율권을 충분히 부여하되,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안전교육과 안전조치 등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잘못해서 오히려 사고와 재해가 증가하면 무겁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고 바람직해 보인다. * 이 칼럼은 필자의 논문,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법제 연구’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김형태(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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