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국회,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법안마저 회기 종료로 폐기
  • 입력날짜 2024-06-07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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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 열지 않아!
5월 29일 막을 내린 제21대 국회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문을 열었다. 1967년 7대 국회 이후 53년 만이다. 순탄치 않은 개원을 시작으로 지난 4년간 ‘최악의 국회’였다는 평가가 뒤를 잇고 있다.

매번 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밀린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21대 국회에서는 그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조차 열지 않아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많은 법안마저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회기 종료로 폐기된 법안 중에는 아동·청소년 연예인 등을 위한 인권 보호 조항을 강화하는 내용과 연예인과 소속사 사이의 정산에 대한 분쟁 예방을 위한 보수 관련 사항의 정기적인 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도 포함되어 있다.

2022년 5월, 방송 제작 현장의 아동·청소년 인권 보호를 강화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유정주 전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서는 과도한 외모 관리와 학교의 결석이나 자퇴 등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관련 문체부 시정 권고 근거를 명시하고, “청소년보호책임자”를 지정과 자료 제출 의무를 부여했다.

미성년 출연자에 대한 용역제공 시간 규제도 연령 기준을 추가하여 구체화했다. 용역 시간 규제는 여전히 국제적인 수준에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지만, 제도 밖에 놓여있던 방송을 비롯한 대중문화예술 현장의 아동·청소년의 활동에 대해 규율하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내용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이기도 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담은 내용이기도 하다.

가수 이승기 씨가 18년 동안 음원 수익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사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같은 법 개정안과 병합된 위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소위 ‘이승기 보호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언론의 주목과 함께 지난해 4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이후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고, 법을 집행할 문화체육관광부도 적극적으로 수용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순조로웠던 입법 과정은 여기까지였다. 1년 넘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더니 끝내 폐기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아동‧청소년 미디어 인권 네트워크는 6월 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K-POP 업계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서 ‘제2의 뉴진스’가 나오기 어렵게 한다”라며,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청소년 연습생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용역제공에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자발적인 활동이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은 성인과 다르게 발달 과정에 있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 개정안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자발성의 외피를 쓴 채로, 인간의 권리와 아동·청소년기의 성장을 위해 보장받아야 하는 모든 것을 데뷔와 성공을 위해서 포기하게 만드는 극심한 경쟁 구조다.

아동‧청소년 미디어 인권 네트워크는 “수많은 이들의 아동·청소년기를 황폐하게 하며 극소수의 성공만 남기는 현실에서, 아동·청소년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제도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비준국으로서 대한민국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장치다”라고 강조했다.

아동‧청소년 미디어 인권 네트워크는“연일 연예 산업에 대한 이슈가 주요 뉴스를 채우는 요즘이다”라며 “산업의 규모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관련 종사자들이 계약서도 쓰지 않거나, 노동법을 어기거나, 불공정 행위가 일어나는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라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미디어 인권 네트워크는 “특히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권 침해는 여전히 감내해야 할 ‘성공의 고비’ 정도로만 여겨진다”라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 걸음의 제도적 진전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되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강조했다.

아동‧청소년 미디어 인권 네트워크는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재개되어 하루빨리 대중문화 제작 현장에서의 아동·청소년 보호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에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 11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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