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힘이 있든, 없든 국민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해야 그것이 정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6월 21일 국회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를 개최한 후 회의를 거쳐 채상병 특검법을 의결했다.
야당 단독 청문회에 이어 야당 단독 의결이라는 아쉬움을 남긴 가운데 민주당은 늦어도 7월 초에는 본회의를 통과시켜 특검 수사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청문회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섭, 신범철, 임성근은 증인 선서를 거부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대놓고 위증하겠다는 것이냐?”라는 강한 질타를 받았다. 여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채 해병에 대한 묵념으로 청문회 시작을 알린 정청래 위원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한 증인들에게 “증인 선서를 거부할 것인가”라고 다시 묻고 “증인 선서 거부의 정당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향후 국회법에 따라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이어 박정훈 해병대 대령으로부터 사건 개요를 들었다. 박정훈 대령은 “누가 내 아들을 구명조끼 없이 물에 들어가게 하였는가?”라는 채 해병 어머니의 편지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 후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현실에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박정훈 대령은 채 해병이 순직한 7월 19일부터 이후 보고 상황, 내용 등의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박정훈 대령은 “7월 30일 16시 30분경 장관 보고 시 자신이 먼저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당시 배석하였던 모든 인원이 밖으로 나간 후 약 15분간 사령관이 장관을 독대하면서 사단장 후속 인사 등에 대하여 보고 했다”라며 “보고는 순조롭게 이루어졌고 절차대로 언론브리핑, 사건 서류 이첩만 하면 되었다”라고 밝혔다. ▲6월 21일 국회에서 개최된 채 상병 청문회에 증인을 참석한 이종섭, 신범철, 임성근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있다. Ⓒ영등포시대
박정훈 대령은 “하지만 7월 31일 12시경 장관 보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언론브리핑이 취소되고 모든 게 혼란스럽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전화해 “사건 인계서를 보내라” “죄명, 혐의자, 혐의 내용 빼라” “수사라는 용어 사용하지 말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박정훈 대령은 이어서 “‘사령관에게 도대체 국방부가 왜 그러는 것이냐?’라고 묻자 “사령관은 오늘 오전 11시경 대통령이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사고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 대통령이 국방과 관련하여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다”라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언론에서 이미 공개된 ‘고 채 해병 익사 사건의 관계자 변경 시 예상되는 문제점’이라는 문건을 사령관에게 보고한 내용 등을 포함해 오간 대화, 전개 상황 등을 세세히 밝히고 “법무관리관은 이틀에 걸쳐 5회 통화하면서 “혐의자, 혐의 내용 등을 빼라” “혐의자를 직접적 과실이 있는 자로 한정하라”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박정훈 대령은 “법무관리관은 단순히 의견 제시했다고 하지만 단순한 의견 제시라면 이틀에 걸쳐 5회씩이나 통화할 이유가 없다”라고 잘라 말하고 “심지어 법무관리관도 자신의 발언이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외압으로 느끼십니까?”라고 묻기도 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8월 2일 10시경 사령관 집무실로 가서 최종적으로 제가 책임지고 이첩하겠다고 보고했고 같은 날 10시 30분부터 경북청으로 사건을 이첩했다”라며 “이후 저는 보직 해임됐고 집단항명 수괴 구속영장 청구 등을 거쳐 기소되어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박정훈 대령은 “현재 사령부로부터 약 4㎞ 떨어진 독립 숙영지 사무실에 격리되어 11개월째 아무런 임무 없이 출퇴근만 하고 있다”라며 “한 개인이, 국가 권력을 상대로 그것도 최고 권력을 상대로 이렇게 버티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아울러 “제가 아는 대한민국 해병대 대다수 지휘관은 자신의 안위보다 부하를 살피고 솔선수범하며 책임을 다하는 충성스러운 해병들이다”라며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병사의 죽음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정훈 대령은 채 해병 할아버지의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병사의 죽음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팔십 평생을 살아보니 힘 있는 놈들 다 빠져나가고 힘없는 놈들만 처벌받더라”라는 발언을 언급한 후 “대한민국은 힘이 있든, 힘이 없든 국민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하여야 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정훈 대령은 끝으로 “이번 사건은 반드시 올바르게 처리되고 책임 있는 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그래야 제2의 수근이 같은 억울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끝으로 개요 설명을 마쳤다.
박강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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