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비리 대부분, 알고 보면 사학비리 최근 강남의 한 사립여고에 근무하는 교무부장의 두 자녀가 문·이과에서 나란히 전교 1등을 한 것을 놓고 시험문제 유출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학생의 1학기 성적이 상위권이 아니었고, 학원에서도 하위권 반이었다는 이유를 들면서 일부 학부모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해당 교사도 해명 글을 올렸다. 갑자기 올해 성적이 오른 게 아니라 121등, 59등을 하던 해 2학기, 그러니까 지난해 2학기에 각각 5등과 2등으로 올랐었고, 하루에 4시간도 자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라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교육부는 잇따른 성적조작과 시험문제 유출이 반복되는 데 따른 대책으로 교사와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치하지 않는 ‘상피제’를 고등학교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진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우선 의혹을 받은 선생님 직책이 일반 교사가 아닌 교무부장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교무부장은 성적업무, 생활기록부 업무 등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특히 각 교과 선생님들이 시험문제를 내면 그 시험지 원안과 정답표시가 되어 있는 이원목적분류표를 결재할 수 있는 선상에 있다. 이번 일도 ‘대학에 목을 매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수시비중이 높아지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상피제까지 도입해야 하는 안타까운 교육현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는 옛말처럼, 시험지를 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 즉 고사계 교사, 교무부장, 교감, 교장, 행정실장 등 일부 교직원들은 특히 오해 사지 않도록 처신했으면 좋겠다. 사실 부모와 자녀, 서로 불편해서라도 같은 학교에 있는 것을 피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고 상식이다. 그런데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부모와 자녀가 교사와 학생으로 함께 다니는 전국의 고등학교는 560개교다. 전체 2360개 고교의 23.7% 수준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해와 불신 풍조가 있는 현실에서 농어촌학교처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자녀와 부모가 같은 학교에 있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난 2014년 수도권 한 사립고교에서도 교사가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들의 학생부를 조작한 혐의로 적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험문제 유출, 성적 조작 등 비리로 징계받은 교원은 2014년 13명, 2015년 15명, 2016년 13명으로 나타났다. 41명 중 공립학교 교원은 14명인데 반해 사립학교는 2배 가까운 27명이다. 요즘 교육비리가 드러나는 곳은 대부분 사립이다. 솔직히 사학법을 개정하여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지 않는 한 개선은 백년하청으로 보인다. 고교에서 성적조작과 시험문제 유출이 반복되는 데 따른 대책으로 교육부가 교사가 부모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는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미 경기·세종·대구·울산 등 4개 시·도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내년 3월부터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상피제가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교사 자녀라는 이유로 집에서 가까운 학교 놔두고 먼 학교 다녀야 하느냐”는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농산어촌처럼 고등학교가 하나밖에 없어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교사가 자녀와 관련한 평가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배제하기로 했다. 사립학교 경우에는 동일 학교법인 내 다른 학교로 전보하거나 공립학교 교사와 1대1로 자리를 바꾸는 방안, 인건비를 지원해 기간제교사가 일을 대신하게 하는 방안 등을 시·도 교육청이 검토 중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학교라도 사립의 경우 강제할 수 없기에 사립이 얼마나 교육부 권고를 따를까에 대해 의문이다. 비리를 양산하는 사학의 폐쇄적인 학교운영 구조 속히 개선해야 얼마 전 광주에서 일어난 시험문제 유출사고도 사립고등학교였다. 그럼 왜 이렇게 유독 사립학교에서 이런 문제들이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사립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다. 교육은 국가를 대신하는 것임에도 일부 사학의 경우 공공성과 투명성이 매우 부족하다. 학교 본연의 역할인 교육기관이 아니라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사립들이 많다. 왜 사립학교가 공립학교보다 명문대 진학률이 높을까? 물론 열심히 가르쳐서 그런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학교가 아닌 학원처럼 운영하며 오로지 입시를 위해 편법이나 불법도 불사하는 사립들도 있다. 또한 일부 비리 사학들은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눈독 들인다. 한 마디로 2세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장삿속으로 학교를 운영한다. 교사채용비리부터 시설공사비리, 성적비리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위법, 탈법 때문에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그런데 부패사학, 문제 사학일수록 수직적, 권위적, 폐쇄적이고 그런 사학들일수록 이런저런 비리와 부패들을 덮기 위해 진학률에 목을 맨다는 것이다. 비리와 문제가 많은 학교라도 명문대 진학률만 높으면 “명문고” 대접을 받는다. 이번 기회에 내 아이를 명문대만 보낼 수 있다면 학교의 위법 탈법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일부 학부모들도 반성해야 한다. 그 사이 영혼 있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만 상처받고 마음의 병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성적비리, 스쿨미투 등 사학비리는 학생들의 꿈을 훔치는 도둑질로 곰팡이나 독버섯에 비유할 수 있다. 음침하고 어두운 곳에서 무성하게 자란다. 햇볕 좋은 밝은 곳에서는 발붙일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부제는 밝은 햇빛이다. 사실상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땜질식 처방이나 변죽 울리기식 대책보다는 ‘민주적인 사학법 개정’을 통해 획기적으로 사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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