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밑반찬 전달에 “젓갈 반찬이 먹고 싶어요” 경기 침체와 불황, 주거비용의 증가, 재개발 지역 원주민의 재정착률 감소로 인한 저소득층 유입으로 형성된 영등포구 쪽방촌의 방 크기는 대략 1.6~3.3㎡(0.5~1평)로 어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정도다.
1월 15일(금) 오후 영등포구 희망 수라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밑반찬 전달을 위해 영등포구 쪽방촌을 찾은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들과 동행, 쪽방촌 거주자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짧은 대화를 통해 들었다.
영등포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덕순(58세) 씨는 낯선 사람의 출입으로 경계심을 보이는 애완견을 달래며 인근 지구대 근무자와 영등포구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가 전하는 밑반찬을 받고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먹고 싶은 반찬이 있느냐? 있다면 무엇이냐는 관계자의 질문에 “젓갈 반찬이 먹고 싶다”고 답했다.
목발을 짚고 일어나 일행을 반긴 한병선(67세) 씨는 “이빨 치료를 하는 것이 소원이다. 관계기관에서 조사해 갔는데 아직 별다른 연락이 없다”면서 “좋은 소식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자와 목도리로 멋을 낸 올해 91세인 이정순 할머니는 건강하시라는 일행들의 인사에 “고맙다. 또 언제 오느냐”고 물어 일행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한 달에 두 번은 꼭 오겠다는 말에 “꼭 와야 해”라는 당부의 말이 이어졌다. 김간난 할머니(76세)는 생활공간을 공개하기 싫은 듯 밑반찬을 건네받고 순간 멈칫했으나 이내 밝은 표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다음에도 꼭 들려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넸다. 가족관계에 대해 궁금해하자 “3남 5녀 8남매를 두었으며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날 만나본 쪽방촌 거주자들의 소원과 바람은 “건강과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생활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5월 말 현재 영등포역 고가 차도 밑으로 영등포동과 영등포본동 경계에 밀집해 있는 일명 쪽방촌에는 67개 동 541개의 방이 있으며 장애인·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603명이 열악한 환경 속에 거주하고 있다. 이중 상시 거주자는 534명, 일시 거주자 69명이다.
서울시에는 영등포구(영등포동), 종로구(창신동), 중구(남대문로 5가), 용산구(동자동) 등에 흩어져 있는 전체 쪽방 건물은 323개 동으로 3,999개의 쪽방에 3,390명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일시 거주자는 274명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매서운 한파를 이겨내며 사는 쪽방촌 거주자들이 세상을 향한 분노보다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세심한 배려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빠듯한 살림살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 후원과 재능기부를 통해 이웃을 돕고 싶은데 마땅히 할 곳을 찾지 못했거나 방법을 모르시는 분들은 관내 사회복지협의회 등에 문의하면 된다.
박강열 기자 |
포토뉴스
HOT 많이 본 뉴스
칼럼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