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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없는 사람들이 싸는 대신시장 ‘의리의 김밥!’
“보다시피 손님이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의리에 산다. 주문이 들어와도 다투는 일이 없다” 여는 뒷골목의 얘기가 아니다. 폐업위기에 놓인 ‘안경 아줌마김밥집’을 살려낸 신길1동에 있는 대신시장 식품부 상인들의 이야기다.
대신시장 안에서 40여 년 동안 ‘안경 아줌마김밥집을 운영해 온 김진자(77세) 씨는 2015년 4월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걱정거리가 생겼다. 바로 ‘안경 아줌마 김밥집’ 운영이 그것. 오랜 세월만큼이나 적잖은 단골손님이 있다. 적게는 70개에서 많게는 120개 정도의 김밥을 매일 주문하는 업소를 포함해 일부러 찾아주는 동네 아주머니까지 다양한 단골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온다. 김진자 씨는 자신의 아픈 몸보다 이런 단골손님이 더 걱정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식품부 상인들이 너나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44년째 부부상회(생선가게)를 운영하는 대신시장의 좌장격인 고추자(75세) 씨는 새벽 5시 30분이면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출발한다. 물건을 사고 대신시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7시 전후, 동료상인이 지은 아침을 함께한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안경 아줌마 김밥집으로 모인다.
안경 아줌마 김밥집 한 칸 건너에서 나영이네 김밥집을 운영하는 안명순(59세), 엄마 김밥집을 운영하는 최미자(72세), 김밥을 싸는데 소일거리를 찾아 돕는 칠갑산 건어물집 이영자(72세), 옛날 인연으로 강서구 가양동에서 매일 찾아와 김밥을 싸는 문경자(72세) 씨의 손을 거쳐 안경 아줌마 표 김밥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대신시장 상인들의 따듯한 마음과 훈훈한 정으로 만들어진 김밥은 한 줄에 1,500원에 판매되며 단골 업체에 공급된다. 대신시장 식품부 식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 ‘안경 아줌마김밥집 운영자 김진자(77세) 씨는 2015년 10월경 또다시 넘어지는 사고로 인해 딸 이정희(개봉동 거주) 씨의 보호를 받으며 조심스럽게 거동하고 있다. 아들, 그리고 두 손자(중3, 고3)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진자 씨는 “고3인 큰 손주의 진로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손주와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겠다”는 말로 손주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보였다. 겉에서 보기엔 여느 재래시장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대신시장,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면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시장 안은 매서운 한파로 인해 느끼는 영하 17도의 체감온도만큼이나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대신시장 식품부는 50여 개의 점포가 얼기설기 엮어져 있으나 영업을 위해 문을 연 점포는 12개(김밥집 4, 생선가게 1, 떡집 3, 건어물가게 1, 수입가게 1, 양은 가게 2곳)뿐이다. 불편한 몸으로 인해 폐업위기에 처한 김밥집을 따뜻하고 훈훈한 재능기부를 통해 살려내고 있는 대신시장의 식품부 한 상인이 건넨 “다투는 일 없이 의리에 산다”는 말이 천라만상의 이치의 기준이라면 지나친 것일까? 신길역 1번 출구에서 5분 이내에 다다를 수 있는 대신시장을 많은 시민이 이용해 따듯한 마음을 가진 식품부 상인의 얼굴에 웃음꽃 피워주기를 기대해본다.
박강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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