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특별기고 2] 자신감 최고인 스웨덴 학생, 행복감 꼴찌인 한국 학생
  • 입력날짜 2015-07-31 17: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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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웃으며 공부하는 스웨덴과 울며 공부하는 대한민국, ‘스웨덴 교육통’ 황선준 원장이 말하는 스웨덴 교육과 한국 교육
- 경남의 김다운(17)양이 고등학교를 스스로 그만두고 '학교 교육의 모순'을 비판하며 1인시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진주여고 2학년에 다니다 자퇴한 김양은 "경쟁만 남은 배움없는 학교에 있을 수 없어 저는 학교를 그만둡니다", "여러분의 학교엔 진정 배움이 있습니까?" 5월부터 진주시내 곳곳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 학생이 북유럽에서 태어났으면 과연 자퇴했을까?

=>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김다운 양은 굉장히 똑똑한 학생이다. 고2라는 저 나이에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모순을 다 파헤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은 있다. 그러나 스웨덴의 경우 학교를 그만두었더라도 제 2, 제3, 제 100의 기회 언제든지 준다. 대학도 갈 수 있고, 박사학위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갖춰있다. 교육이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길러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우리나라는 경쟁 위주의 '걸러내기'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진정한 교육이란, 학생들을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학생으로 '길러내는' 것이다.

- 서울대 입학사정관제 총책임 교수가, 서울대 입학생 3000명 중 창의력을 가진 학생이 단 1%만 입학해도 대성공이라며 개탄했다고 하고, KAIST 전 총장 등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고질적 문제로 창의력 부족을 꼽고 있다. 왜 우리나라 학생들 은 창의력이 부족한 것일까?

=> 이는 대학으로 가는 모든 길목에서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길러주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이고 이는 특히 위계질서(hierarchy)가 뚜렷한 관료주의적 사회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 주위에 정말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만들어져 있는지 궁금하다. 창의력을 길러주지 못하는 한국교육의 문제점은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교수학습방법과 평가방식에 크게 기인한다. 즉 정답이 있는 사실 위주의 지식교육, 학생을 교육의 객체로 삼아 지식을 전달·주입하는 전근대적 교수방법, 공정성과 변별력에 초점을 둔 표준화된 선택형 시험이 주원인이다. 이런 수업 및 평가방식은 대체로 아이들의 사고력보다는 암기력에 의존한다.

- 우리도 이제는 전근대적인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벗어나 토론·토의식 수업과 작문·논문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심어주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고 강조하는데?

=> 2010년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받아온 논문 숙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국어, 사회, 역사 교사가 공통으로 낸 논문 주제가 '역사적 사실을 들어 내셔널리즘이 어떻게 표출되는가를 연구'하여 A4 용지로 10-15페이지를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주제도 쉽지 않았거니와 양도 결코 적지 않았다. 또 세 명의 교사가 공통으로 숙제를 낸 것도 흥미로웠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이렇게 어려운 주제를 소화해 내는지도 궁금했다.

이 논문 숙제에 대해 한 학생은 2010년 9월 25일 일본말로 센가쿠, 중국말로 댜오위다오라는 군도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찰함이 충돌한 사건을 논문의 주제로 삼았다. 교육에 있어서의 창의력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내셔널리즘을 연구하라고 할 때 한 학생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일어난 사건으로 연결시키는 이 능력이 바로 문제설정(problematization) 능력이고 다른 말로 하면 창의력이다. 창의력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예체능 등 모든 과목수업에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키워주지 않으면 결코 신장될 수 없다.
북유럽의 학교 교실 ⓒ 황선준
북유럽의 학교 교실 ⓒ 황선준
북유럽교육의 논문수업 외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키워주는 수업방식으로 APA (Alone Pair All, 스웨덴어로는 EPA) 모델이라는 토론·토의식 수업을 들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혼자서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짝을 지어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게 하고, 전체가 토론하게 하여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워주는 수업방식이다. 북유럽의 수업을 참관하면 모든 교사들이 이 모델을 자신에 맞게 적용하여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계속 질문하고 두세 명에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주고 그 결과를 전체 학생들에게 발표하고 토론하게 한다.

김형태 ‘교육의 새 힘’ 대표와 ‘스웨덴 교육통’ 황선준 원장과의 대담을 김형태 대표의 특별기고로 3회에 거쳐 게재합니다.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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