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명문대 교수 전기도 없는 산골짜기로 들어간건!
  • 입력날짜 2012-09-23 10: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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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화로운 삶'...돌을 쌓아 집을 짓고 나누면서 살 수 있어
‘조화로운 삶’ 은 지금부터 80년 전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니어링이 1932년부터 20여 년간 미국 외딴 산골짜기 버몬트에서 자연과 더불어 생활했던 이야기를 꼼꼼히 적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교수였던 스코트는 왕성한 저술과 강연으로 미국인들을 깨우쳤던 지성인이다. 그러던 그가 49세 되던 해에 (1883년생) 아내 헬렌과 미국 산골짝 버몬트로 이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곳은 전기도 없고, 따라서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없다. 도로마저 온통 진흙탕이다. 그는 도시의 복잡함, 긴장감, 압박감, 그리고 만만치 않은 생활비를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몸의 건강과 정신적 안정을 찾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시골이 더 조용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헬렌과 스코트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가 살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것은 이렇게 시작된다.

첫 번째 목표는 채식주의를 지키는 것이었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루를 오전과 오후 둘로 나누어 식생활을 위한 노동은 하루에 반나절만 하기로 했다. 나머지 시간은 자신을 위한 시간이다. 절반의 시간은 연구를 하거나 책 읽기, 글쓰기, 호젓한 시골길을 산책하며 명상에 잠기는 계획을 세웠다.

어릴 적에 바이올린을 공부한 스코트는 오후 햇살을 즐기며 악기를 켰다.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기로 했다. 도시 생활에서는 모든 것의 노예가 된다고 여겼다.

흙을 밟는다거나 나무 아래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들은 소나 돼지 등의 집 짐승을 기르지 않았다. 개나 고양이등 애완 동물을 돌보는 데 얽매여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사람과 똑 같은 생명을 가진 동물을 키워 내다 파는 일을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영국 작가 버나드 쇼의 말대로 ‘인간은 동물을 사육하는 노예가 되었다가 그들이 다 크면 놈들을 죽이는 사형 집행자가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건강이었다. 먹을 거리를 유기 농법으로 손수 길러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그날에 따서 즉시 먹었다.

‘밭일 공책’을 만들어 세세히 기록했다. 그들은 화학 비료를 주지 않고도 땅을 기름지게 만들었다. 동물의 시체와 배설물 특히 지렁이 배설물이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렁이는 땅에 굴을 파서 공기가 통하도록 만들고, 물을 잘 빠져 나가게 한다.

볏짚과 마른풀 가랑잎 뗏장을 한 곳에 모아 두었다. 이들은 습기가 있어야 썩는다. 비가 안 오면 물을 준다. 얼마 안 가서 섭씨 70도의 열이 나고 유기물질로 분해된다. 이렇게 흙을 기름지게 해서 싱싱한 야채와 곡식을 길렀다.

밭을 갈아서 몇 달만 일하면, 한해 동안 먹을 양식을 얻을 수 있었다. 몇 주간 일해서 집에서 쓸 땔감도 수북이 쌓아 놓았다. 나무로 된 집이 있었던 자리에 두 내외가 살 수 있는 자그마한 돌집을 직접 지었다. 돌을 주워 모으고 세우는데 장장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드디어 견고한 집을 완성했다. 이런 일들을 준비하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건강해 졌다.
남편 스코트는 백 살이라는 명예로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홀로 남은 헬렌은 여든 줄에 접어 든 할머니가 되었다. 혼자 사는 12년 동안 ‘숲속농장’에 있는 집을 열어놓고 누구도 상관없이 방문객을 맞이하며 값있고 조화로운 삶을 살았다.

수많은 이들에게 훌륭한 삶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숲 속에서 그녀는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란 책을 펴냈다. 이들은 은행에서 절대로 돈을 빌리지도 않았다. 자급 자족하는 생활을 시도했다. 필요한 돈은 단풍 나무에서 시럽을 받아내고 설탕을 만들어 팔아서 마련했다.

생필품은 농작물과 맞바꾸어 썼다. 채소나 곡식이 남으면 필요한 사람에게 그냥 나눠 주었다. 절약과 검소한 생활, 자기 단련, 나날이 새로운 생활을 하는 시골 생활은 정말 성공이었다.

문화 시설이 전혀 없는 시골 버몬트에 사는 20년 동안이 하버드 대학 콜롬비아 대학을 스무 해 다니면서 알게 되는 것보다 더 많이 배웠다며 저자는 만족해 한다.

자연이 주는 세 가지로, 먹을 거리를 기르는 땅, 세간살이를 만드는 나무, 집을 짓는데 쓸 돌이 지천으로 있다는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땅에서 얻는 다는 건강한 철학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 그 외에도 커피와 차를 멀리한다. 간소한 식사를 하며 소금과 설탕도 삼갔다.

세 번째 목표는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었다. 그는 자연을 사랑하며 기계문명을 거부했다. 시골에 와서도 신문에 자연을 사랑하는 많은 기고를 하곤 했다. 많은 저술과 강연으로 미국인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대학 교수로 있을 때는 아동 노동을 착취하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깨끗한 양심과 단순하면서도 충족된 삶을 평생토록 추구했다.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온 몸으로 실행하면서 본을 보여 주는 조화로운 삶을 살았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100년 전보다 훨씬 더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양극화 속에서 청년들의 취업문제로, 대학생의 등록금 문제로, 이혼과 자살, 우울증 등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나 마음이 초조하고 긴장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시 생활의 각박함에서 벗어나 농촌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은근히 솟구쳤다.

김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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