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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7조원 감축’과 ‘임대주택 8만호 건립’은 현실성 떨어져 김용석 서울시의원(새누리당, 서초4)은 경기침체 등 서울시를 둘러싼 여러 여건이 좋지 않은 데도 ‘7조’‘8만’이라는‘숫자’를 고집하고 정책을 시행하면 무리가 따르는 만큼, 박원순 시장은 ‘숫자’를 포기하고 가능한 한 최대한 빚을 감축하고 최대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시정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빚 7조원 감축’과 ‘임대주택 8만호 건립’은 박시장의 핵심공약이다. 서울시 자료 등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서울시의 채무는 3조1,761억원, 시 투자기관의 채무는 15조4,901억원 이다. 두 채무를 합친 금액이 18조6,662억원으로 서울시민 1인당 약 180만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다. 2012회계연도가 진행 중인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서울시 채무(이하 투자기관 포함)는 18조7,731억원 정도로 추산 돼 지난해 말 보다 약 1,100여억원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세입 기준 재정규모가 2010년 20조9,000억원 정도이므로, 서울시 채무는 1년 시 수입과 유사한 수준이다. 채무 약 20조원. 이 엄청난 숫자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지방정부 채무에 대한 국내외 기준을 살펴보면 지방재정법은 예산대비 채무비율로 해당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주로 평가한다. 40%가 넘어가면 일종의 위기경보가 발령 돼 재정자주권을 상당부분 내놓아야 한다. 현재 인천시가 40%에 육박해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은 이 비율이 15% 안팎으로 7대 광역시의 평균 수준보다 10p%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절대 액수로는 서울의 빚이 제일 많지만 재정규모를 감안해 본다면 전체 광역 지자체 중에서는 아직은 제일 나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국제기준으로 피치 등의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는 채무 잔액이 지역내총생산의 10%를 넘으면 위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서울시의 이 숫자는 현재 약 7% 정도로 빚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볼 수는 없다. 서울시 채무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SH공사(2011년 말 채무 약 12조3000억원, 부채 17조5,000억원)의 경우를 보더라도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313%로 중앙정부의 12개 준시장형 공기업 평균 부채비율 273% 보다는 높지만,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LH공사(468%)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또 SH는 빚도 많지만 자산(23조원)도 많은 실정이다. 그러나 서울시 채무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단기간에 빚이 너무 빨리 너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서울시 채무는 2005년에는 7조8,173억원 이었다. 그런데 2009년에는 19조5,333억원으로 급증한다. 4년만에 12조원, 2.5배나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경기부양채가 발행됐고 SH공사가 동남권유통단지와 은평뉴타운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벌인 것이 빚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SH 부채도 2002년 8,94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에는 17조5,254억원으로 10년만에 18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모두가 알게 됐다. 또 이제는 모두가 절감하고 있다. ‘이대로 빚을 늘려 갈 수 없다’, ‘채무(부채) 확장기조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된 것이다. 오세훈 전임 시장은 2010년 8월 서울시 빚을 2014년까지 5조원 정도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시 재정상황을 강하게 비판하며 7조원 감축을 제시했다. 전·현 시장 그리고 시의회가 이제는 공히 시 채무가 더 이상 늘어나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인식하고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시달리는 우리로서는 미래세대를 위해 재정건전성 유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강력한 의지를 갖고 빚 줄이기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점, 높게 평가한다. 현 시장으로서는 채무 증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없으면서 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7조원’이라는 시장의 공약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시장으로서는 본인의 1번 공약인 ‘7조 감축’을 이루지 못할 경우 향후 정치적 큰 행보에 장애물이 된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지금과 같은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나중에 7조감축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비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7조원’을 지키려고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무리를 할 수 있고, 이것이 도리어 시장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7조원을 줄이려면 세 수입이 많이 들어와야 하고 부동산 경기가 뒷받침 돼 SH공사의 재고자산(토지, 건물 등)이 순조롭게 팔려야 한다. 지금은 취득세 등이 당초 계획보다 5,000억원 이상 걷히지 않고 있으며 부동산 경기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이 얼어붙어 있다. 이런 형편에서 SH가 용지매각에 적극 나서게 되면 헐값으로 팔아야 할 지도 모른다. 헐값에 파는 것 보다는 ‘미래를 위한 유보지’로 놓아두는 것이 낫다. 우리 다음 세대가 그들의 서울을 위해 잘 활용하도록 지금은 남겨 두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또 재정의 기능 중 하나는 추락하는 경기의 마지막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으로 경기를 일으키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하지만, 서민들의 삶이 너무나 어려운 데도 재정이 이를 외면하고 감축, 감축만을 외칠 수는 없는 것이다. ‘7조원 감축’은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하지, 절대선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여러 여건을 찬찬히 감안해 가면서 줄일 수 있는데 까지 줄여 가야지, 시장의 공약인 숫자에 맞춰 줄여 나가려 한다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임대주택 8만호’ 건립도 마찬가지이다. 8만호라는 숫자를 의식하게 되면 역시 무리가 따른다. 임대주택 많이 짓겠다고 분양가구 줄이고 임대가구 늘린다고 하자. 그렇게 하면 수익률을 맞출 수 없게 된다. 사업 시행자가 채권을 발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시장 공약 때문에 임대주택을 줄일 수는 없고 사업성 확보를 위해선 분양주택을 늘려야 한다. 해결 방법은 용적률을 높여 당초 계획보다 주택을 더 짓고 증가분 만큼 분양주택을 확보하는 것이다. 임대주택 수 확보와 수익성을 위해 주거의 쾌적성과 환경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어느 하나(임대주택)를 강조하면 다른 둘 셋(재정, 환경)에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서울의 현실이다. 따라서 임대주택 건립도 숫자를 강조하면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주변 환경과 시 재정여건을 감안해 가능한한 많이 짓는 것으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이 문제에 관해 서울시의회의 여야 의원들과 논의를 해 시민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김용석 의원은 금의 신하였던 야율초재가 남긴 "마상(馬上)에서 천하를 움켜잡을 수 있지만, 마상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선거 때의 공약은 가급적 지켜지는 것이 타당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아졌는데도 그 공약에 지나치게 집착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경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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