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중규 칼럼-시대유감]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 살았던 장애 예술인들
  • 입력날짜 2026-04-28 13: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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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무고용제 통해 재택근무 근로자로 간접 고용해야!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벌써 4년 전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렸던 ‘장애인 문화 예술권 확대 방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필자는 토론자로 나서 장애 예술인의 창작 곧 장애인의 일, 장애인의 노동에 대해 새로운 고찰을 시도했었다. 그것은 장애 예술인 창작의 의의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지원이 왜 필요한지, 보다 근본적이고 문명사적 가치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유럽 각국이 국부 창출을 위해 생산력과 이윤 증대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노동자를 기계의 ‘수족’으로 취급하던 산업혁명 2백 년간 장애인들은 비생산적 존재로 여겨져 노동 현장 진입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당하고 사회 시스템에서 철저히 배제당했다.

이러한 장애인 노동의 암흑기에도 인동초(忍冬草)처럼 버티어온 장애인들이 있었으니 장애 예술인들이었다. 공장제 노동 현장에서 기계의 ‘수족’이 되어 생산성과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만이 노동이 아니라, 진정한 노동은 자아실현의 과정임을 온몸으로 증명하며 진주조개가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통해 진주알 만들어내듯이 장애를 창작의 동력원으로 삼아 창작이란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에 도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탈 노동 사회(post-work society)가 회자하면서 공장제 임금 노동으로만 축소 당했던 노동의 의미도 본래의 의미를 되찾아가고 있다. 미국에서 장애인의 무노동권(the right to not work)이 주장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노동은 물론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공장제 임금 노동을 말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노동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통하여 장애인의 고유한 노동 형태를 시민권 차원에서 확보하자는 움직임이다.

장애인의 무노동권은 노동생산성, 고용 가능성, 혹은 임금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그것은 산업혁명 이후 장애인을 열등하고 무능력한 존재로 낙인찍으며 배제했던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노동의 의미를 새로운 관점에서 통찰함으로써 공장제 임금 노동으로만이 인간의 가치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 체제가 주입한 사고를 전복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의 종말」의 저자 리프킨(Rifkin)은 자동화, 탈 노동, 탈 자본주의를 같은 변화로 취급하면서 물질적 생산에 대한 ‘노동 투입’ 없이 경제가 작동한다면 그것은 이미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공장제 노동은 AI로봇을 비롯한 자동기계에 갈수록 의존하게 될 것이고, 공장제 노동에서 자유롭게 된 인류가 노동에 있어 새로운 전망을 얻는다는 것인데, 장애 예술인들은 창작활동을 통해 이미 그러한 삶을 구현하고 있었다.

문화예술 행위처럼 노동생산성과 무관하게 자아실현의 한마당이 될 탈 노동 유토피아까지 그려지고 있으며, 과거의 노동 사회가 ‘일하기 위해 사는 사회’였다면, 탈 노동 유토피아는 ‘살기 위해 일하는 사회’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맞아 비대면 생활이 상시화되면서 직장 풍경도 많이 바뀌고 있다. ‘9 to 5’의 틀에 박힌 직장의 모습이 재택근무나 유연근무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장애인들 역시 고유한 특성을 살리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다양한 노동 영역들이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속속 창출되고 있다. 어쩌면 장애인, 특히 장애 예술인들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미리 살고 있었던 사회변혁의 선구자였다.

정부가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노동의 새로운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 장애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예산 확보 등 경제적 뒷받침과 제도적 확충을 통한 국가의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개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재벌 과두제 국가’라 칭함을 받는 대한민국에서 대기업이 사회책임투자 곧 ESG 경영 실천 차원에서 스포츠선수단을 창단해 육성 지원하듯이 장애 예술인들을 육성 지원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줄 것을 바라며, 특히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통해 장애 예술인을 재택근무하는 근로자로 간접 고용하는 방식을 거듭 제안하고자 한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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