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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해보라”, “다른 구역은 90% 넘겼다더라”
인구조사(인구센서스) 조사에 참여한 한 조사원에게 지난 몇 주는 그야말로 압박의 연속이었다.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현장을 뛰어다녔지만, 가구의 부재와 응답 거절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였다. 그럼에도 성과 수치는 매일 같이 비교 대상이 되었고, 낮은 진척도는 곧바로 개인의 능력 문제로 돌아왔다.
조사 구역 특성 역시 무시되기 일쑤였다. 아파트 단지는 낮에 대부분이 부재였고, 오피스텔은 출입조차 쉽지 않았다. 같은 동 이라도 층, 구조, 보안 수준이 모두 달라 접근성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성과는 단순한 숫자로만 평가됐다. 밤 9시까지 방문해 보라는 지시까지 떨어졌을 땐, 이 일이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는 일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그럼에도 인터뷰가 성사되어 문을 열어준 가구를 만날 때면, 조사라는 공공의 일에 내가 작게나마 이바지하고 있다는 보람도 있었다. 일시적 고용의 이유로 과한 압박과, 수당 삭감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현실은 개선이 필요하다. 인구조사는 국가 기반 통계의 토대다. 하지만 그 숫자를 만들어내는 과정 뒤에는 누군가의 걸음, 설득, 인내가 쌓여 있다. 정확한 데이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조사원이 존중받는 환경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인구조사는 비로소 사람을 위한 통계가 될 것이다.
영등포 시대 공감기자 김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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