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중규 칼럼-시대유감] ‘미스터 쓴소리’가 그립다!
  • 입력날짜 2025-10-29 08: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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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적 줄서기 ‘레밍 정치’만 판치는 정치권에 올곧은 죽비의 쓴소리 필요해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미스터 쓴소리’ 이상민 전 의원이 불현 하늘의 부름을 받고 지난 15일 소천했다. 불굴의 의지와 열정, 왕성한 활동력 지닌 정치인이었기에 믿기지 않는 황망한 비보에 안타까움과 충격으로 지난 며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필자처럼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에 의지하고서 정치활동 했기에 소속 정당은 달라도 장애인 복지라는 화두 하나로 한마음 한뜻이 될 수 있었다. 그는 2021년 평등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옹호에 늘 앞장섰던 정치인이었다.

1958년 3월 12일 대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2004년 17대 총선 때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라며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대전 유성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내리 당선되며 5선 중진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늘 ‘미스터 쓴소리’ ‘골수 비주류’ ‘만년 아웃사이더’로 불렸다. 

여의도 정치권이 적대적 진영 정치가 갈수록 심화해 극도로 치닫게 되자 그는 '무너져가는 민주공화국'에 대한 염려를 나누는 동지이기도 했다.

그가 민주당 국회의원이던 시절인 2023년 11월에 국회에서 [한국 정치의 ‘빠’ 시즘과 민주공화국의 위기]라는 타이틀로 ‘공화주의 아카데미’와 공동으로 간담회를 연 것도 그런 마음에서였다. 그날 그는 정치를 배타와 대립으로 몰아넣고 있는 파시즘적 요소들을 비판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당시만 해도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리버럴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소수 의견을 억압하고 오직 한 목소리만 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라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작금에 이재명 당대표에 대해 쓴소리하자 ‘개딸’들의 공격을 너무 받아 비록 그동안 내성이 생겼다지만, 솔직히 위축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자기검열도 자꾸 하게 된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날 민주당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넌지시 권하기도 했었다. 결국 그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사당화'와 강성 지지층 중심의 당 운영을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가 국민의힘에 입당했을 때 몹시 기뻤지만 동시에 의원직 유지가 염려되었는데 예상대로 6선 도전은 민주당의 ‘자객 공천’ 앞에 좌절되고 말았다.

하지만 민주당의 ‘미스터 쓴소리’는 국민의힘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땐 “계엄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 직격하는 등 변함없는 ‘미스터 쓴소리’였다.
‘미스터 쓴소리’ 그가 유언처럼 페이스북에 남긴 목소리는 사법부 향한 죽비였다. “판사님들은 어째 끽소리도 못 하고 가만히 있나요! 여러분의 수장이 온갖 능멸을 당하고 있고, 생명처럼 받드는 사법권의 독립과 권위가 무너뜨리고 있는 마당에 남 일 보듯 뒷전인가요! 기백도 없고 분노할 줄도 모르고 그저 일신 안위에 급급한 것인가요! 정치 패거리들이 겁나는가요? 후환이 두렵나요? 판사님들이여 분연히 일어나 우뚝 서시오! 그 정치 패거리들은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좇는 불나비에 불과합니다. 여러분들의 공의에 찬 하나하나 행동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지켜 낼 겁니다. 성큼 나서십시오.”

마지막까지 한국 사회를 위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그가 떠난 여의도 정치권에선 적대적 진영 정치의 날카로운 소리만 부딪히며 국민에겐 정치가 소음이 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등진 지 보름도 되지 않지만 벌써 ‘미스터 쓴소리’가 그립다. 아니 정파적 줄서기 '레밍 정치'만 판치는 정치권에 진영을 뛰어넘어 올곧은 죽비의 쓴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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