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중규 칼럼-시대유감] 언론과 정치, 멀고도 가까운 사이
  • 입력날짜 2025-09-02 11: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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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사명, 그 기본 역할만큼은 손에서 놓아선 안 될 것"
▲정중규(대한민국 국가 원로회자문위원)
▲정중규(대한민국 국가 원로회자문위원)
37만 영등포구민의 지역 언론 ‘영등포시대’가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영등포시대’는 지난 10년간 영등포구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생활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신문이 되기 위해 영등포구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언론, 지역 주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지역 언론이 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런 초심을 ‘영등포시대’가 영원히 잃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언론 지형, 특히 언론과 정치 그 멀고도 가까운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작금의 대한민국 언론 지형은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vs 국민의힘의 여야 간 적대적 진영 정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 못지않게, 언론 역시 적대적 진영에 휘둘리며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vs 한경오(한겨레신문·경향신문·오마이뉴스)’라는 대치선을 만들어 적대적 진영정치 한복판에서 적대적 진영 언론 지형을 만들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0’에서 한국인들의 뉴스 신뢰도는 21%로 조사 대상 40개국 중 40위로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적대적 진영 언론 지형이 뉴스 신뢰도를 추락시킨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불편부당의 편향이 없는 공정성을 기치로 내걸어야 하는 언론이 여의도 정치권을 빼닮아 보도에 있어서 노골적으로 정파적 편향성마저 드러내니, 대한민국의 상식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보통 사람들이 언론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물론 언론 역시 창간 목적과 발행인의 정치 이념에 따라, 또한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 그 언론만의 고유한 시각과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다. 또 그런 다양성은 민주사회에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정부, 정치권력, 기업, 기관 등을 감시하고 비판하여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하는 언론의 사명 그 기본 역할만큼은 손에서 놓아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언론 지형마저 적대적 진영 정치와 하나로 겹쳐 지면서 언론이 기본 정신에 투철하기는커녕 갈수록 언론의 기능과 역할을 점차 상실해가는 현실 앞에 탄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이런 적대적 진영 언론 지형 속에서 언론이 정치권력을 숙주로 삼아 기생하면서 언론들이 특정 정당과 정파의 대변지 또는 홍보물이나 다름없는 지경이 되어가고 있는 언론 현실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언론들이 다시 언론 본연의 자세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정치권력이 부패하지 않도록 감시자요 비판자로 정론 직필의 기조를 세워 지녀야 할 것이다. 그렇게 언론이 정파를 떠나 불편부당하게 정치권을 감시하고, 정치가 가야 할 원칙 그 바른길을 밝히고 그에 비추어 현실 정치권이 그 길에서 이탈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죽비 소리가 되고 채찍이 되어 매 순간 채근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지금 대한민국 언론에 내려진 시대적 사명은 이른바 ‘87 체제’의 산물인 적대적 진영 정치로 갈라지고 찢긴 우리 사회 통합에 나서는 것이다.지지 정당이 다르면 남녀가 사귀지도 않는다는 이 극심한 갈등 사회, 거기 언론마저 편승해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아픈 현실이다. 이제 언론이 사회적 책임 의식을 지니고서 사회 통합을 위해 치유의 손길로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끝으로 지역 언론을 한다는 것이 사명 의식 없이는 어려운 것임을 알기에 영등포시대 박강열 대표의 노고에 영등포구민의 한 사람으로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정중규(대한민국 국가 원로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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