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와 80대 자매가 1월 찬바람 속에서 시위에 나선 건....
  • 입력날짜 2013-01-26 16: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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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압박을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
차디찬 겨울바람이 몸을 한껏 움츠리게 만드는 가운데 서초동 법원 삼거리에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펼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는 초로의 여성. 또 그 옆에는 8순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한 할머니가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겹게 서 있었다.

시위를 펼치고 있는 주인공은 한상준씨(여 66세). 또 지팡이를 짚은 채 시위를 지켜보던 8순 할머니는 한 씨의 언니인 한상덕씨(여 81세). 한 씨 자매는 유인물과 현수막을 통해 수사 검사에게는 감사함을 표시하는 한편 재판장에게는 형사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한상준 씨      © 추광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한상준 씨 © 추광규
 
20년 만에 법의 판단 받는 남매

한상준씨 자매는 오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위반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후 선고가 예정되어 있는 이 아무개 남매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

한 씨는 자신이 20년 전인 1992년경 이 씨 남매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인 한 채 뿐인 집을 날렸음은 물론 지금까지 신용불량자로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이 씨 남매는 재산이 있음에도 이를 빼돌린 채 파산선고를 했다며 분노하고 있었다.

실제 검찰의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한 씨의 이 같은 울분은 사실로 보였다. 공소장에는 이 아무개와 또 다른 이 아무개는 친 누나와 동생 사이로 1992년경 한상준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삼성생명으로부터 1억 8천만 원의 대출을 받고 이를 변제하지 않아 경매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서 한 씨에게 8,400여만 원 남짓의 피해를 입혔다고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씨 남매는 한 씨에게 이 돈을 갚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사람은 각각 ‘자산 및 수입이 전혀 없어 채무를 지급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파산 및 면책 신고를 하여 2008년 2월 각각 파산선고를 받았다는 것.
하지만 재산이 전혀 없다는 이들 남매의 주장과 달리 남동생 이씨는 ‘협의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명목으로 사실상 유일한 재산인 중도매업 허가권을 제3자에게 이전하는가 하면 아들이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재산을 은닉’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또한 누나 이 씨는 ‘자신이 경영하던 수산물 도매업체를 며느리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바꾼 뒤 실제로는 자신이 계속해서 경영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 수산물 도매업체의 수입금을 은닉하였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를 들어 지난 1월 17일 결심공판에서 ‘죄질이 무척 나쁘다’는 이유를 들면서 남동생 이 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을 그리고 친 누나 이 씨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다.

60대와 80대 자매가 1월 찬바람 속에서 시위에 나선 건....

한상준 씨의 주장에서와 같이 이 아무개 남매의 범죄에 대해 검찰이 유죄를 인정하고 기소했음은 물론 징역 1년 6월의 형을 구하고 있음에도 이들 자매가 1월 추위에도 불구하고 시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한상준 씨는 지난 20년간 이 씨 남매가 수백 번도 더 돈을 갚겠다고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이번에도 벌금형 등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되면 지난 20년간 되풀이 되었던 이 씨 남매의 거짓말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들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상준 씨는 “20년전인 지난 1992년 도와 달라는 요구에 하도 딱해 보여 아무런 대가 없이 선의로 보증을 서줬음에도 저의 전 재산인 집이 경매로 날라가게 했음은 물론 삼성생명에게 1억 8천만 원의 특수채권을 짊어지게 함으로서 지금까지 경제적인 압박을 받으면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 씨 남매에게 사기를 당하기 전에는 채무는 단돈 1원도 없었으나 사기를 당한 후 소송비용등으로 지금까지 17년간 엄청난 법적 소송비용 때문에 월세조차 못내 길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되었다”고 호소했다. 자신의 선의를 이씨 남매가 악으로 갚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씨 남매는 파산했다고 하면서도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는가 하면, 그동안 수많은 재판에서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를 선임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빚은 단 한 푼도 갚지 않았다며 분노하면서 오는 31일 선고에서 이 씨 남매에 대한 엄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던 것.

비리공권력 잡는 사법연대에 20년만에 덜미 잡혔다?

한상준 씨 사건과 관련 사법정의국민연대는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피고인들은 행시 공무원 사위 둔 덕에 수십억대 재산 빼돌리다가 들통이 난것"이라면서 자신들 단체가 한상준씨를 구조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법정의국민연대는 "면책 사건에서 부터 전관예를 변호사를 적시해 폭로하면서 한상준씨 구조운동을 하자 법원이 면책 사건에서 기각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사법정의국민연대는 계속해서 "면책에 대해 저희 단체 박준상 자문변호사가 무료로 고소인 의견서를 잘 작성해 주었음에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자, 대검에서는 방희선 변호사를 무료로 선임해 변호하는 한편 구조운동을 전개하자 대검에서 재수사 지시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대검의 재수사 지시에도 불구하고 1년동안 수사를 개시하지 않아 다시 저희 단체가 항의를 하자, 기소를 하여 주었으며 이번에 1심 선고를 받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법정의국민연대는 이어 "한상준 씨는 배상 판결문을 받기는 했으나 시효가 경과되어 피해를 변제받을 길이 어려운 가운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구속이 된다면 다소나마 피해자에게 피해 배상금을 줄수 있다고 판단해 법대로 구속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정의국민연대는 마지막으로 “서울지방법원 형사 8단독은 피고인들 사위가 힘 있고 빽 있는 자라고 하여 봐주지 말고 법대로 판결하여 사법정의를 실현하라”, “전관 변호사 앞에서 장장 20년 동안 소송사기로 재산 빼돌린 피고소인 들을 구속하여 사법부 신뢰 회복하라”고 요구했다.

추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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