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행복하세요!”
  • 입력날짜 2024-08-13 16:28:44
    • 기사보내기 
정창윤 작가가 이라기 작가의 릴레이 추천으로 신흥상회 사장께 감사에 마음을 전합니다.
신흥상회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맞은편 영동스테인레스 건물 3층에서 작업하고 있는 정창윤입니다.

작년 겨울 여느 때와 같이 한파가 찾아와서 문래동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제 작업실 역시 수도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그렇게 추운 날이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한파가 물러가고 겨울답지 않게 따뜻해졌습니다.

겨울에 느끼기에 어색한 온기를 맞으면서 저는 오랜만에 작업실로 돌아와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보니 금세 밤이 되었습니다. 밤 11시쯤 잠시 정리를 멈추고 밖으로 나가 중앙 계단으로 향하는데 발밑에서 ‘철벅’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고여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하면서 무심히 걸어가 철문을 열었습니다.

순간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물이 옥상부터 계단을 따라 폭포처럼 흘러 내려왔습니다. 놀라는 것도 잠깐, 정신을 차리고 옥상 쪽으로 올라가는데 계단 중간에 있는 창고의 급수관이 동파로 인해 끊어져 물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긴급 처방을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문래동에서 오래 활동해 온 작가님을 만나 상황을 설명드렸습니다. 작가님은 근처에 있는 신흥상회로 들어가 사장님께 설명해 드렸습니다. 설명을 들은 사장님은 팔뚝만 한 파이프 렌치를 어깨에 메고 가게 문을 그대로 열어 둔 체 작업실 건물로 앞장서 가셨습니다. 정말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이리저리 살펴본 후 건물 밖 도로 바닥에 있는 하수구 뚜껑을 열고 밸브를 찾아내 잠그는 순간 폭포처럼 쏟아지던 물이 거짓말처럼 멈췄습니다.

저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지만, 사장님은 별일 아니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가게로 웃으면서 돌아가셨습니다. 그 뒤로 신흥상회 사장님을 뵐 때마다 짧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지만 뭔가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동안 다 전하지 못한 감사의 마음을 영등포시대 전마전(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합니다)을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신흥상회 사장님! 정말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보다 더 자주 가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래동에 오래오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2024년 8월 13일
정창윤 드림
 

정창윤(작가)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