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감협의회가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 입력날짜 2018-07-10 18:09:40
    • 기사보내기 
그동안 제 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교육감협의회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교육감협의회가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교육감들의 손발이 맞지 않아서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감들이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고 공동 행동해야 영향력 있고 파괴력이 큰데, 교육감협의회 이름으로 성명서나 보도자료 하나 내고자 해도,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안 된다. 일부 교육감들의 소극적 태도를 인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특히 교육감협의회 운영이나 예산 분담에서는 규약에도 없는 만장일치의 관행으로 인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누리과정 예산 싸움을 들 수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감협의회가 단일대오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 행동하는 바람에 힘을 발휘 못 했다는 것이다. 결의문 채택 하나에도 일부 교육감들이 지역 특성 등 이런저런 이유로 한 발 빼고, 또한 개별 이름으로 서명하는 것에 부정적인 교육감들이 있어 합의문 채택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나마 국정 역사 교과서 공동선언문 채택은 커다란 성과였다. 2016년 11월 24일 세종시에서 열린 교육감협의회는 모처럼 '교육감협의회 이름'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를 촉구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해 국민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협의회는 국정화를 중단하고, 2017학년도 1학기에는 기존 검정교과서 체제를 적용해 가르치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어떠한 협조도 거부하고, 모든 방안을 마련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보수 성향인 대구, 경북교육감이 불참했고, 울산교육감이 현장 검토본 내용을 검토한 뒤 대응방안을 정하자는 유보적 의견을 내 합의가 어려워 표결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교육감협의회장인 이재정 교육감이 정회 후 울산교육감을 설득하여 결의문 채택에 참석자 전원인 15명이 모두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교육감협의회가 실질적 결정권을 갖는 협의체로 승격돼야

1기, 2기 교육감들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만 생각하지 말고 내일을 생각해야 하고 멀리 보고 길게 보아야 함에도. 교육감협의회가 의사결정기구로 승격되어야 하지만, 그 이전이라도 그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려면 정기적인 교육대토론회 등을 통해 조성된 국민적 여론으로 교육부에 건의만 할 것이 아니라 실행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공동현안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국회, 대학교육협의회와도 정례적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는 협의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교육감협의회가 중앙정부에 정책개선안을 활발하게 제안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조직이 미약하여 역할 수행에 많은 제약이 있다. 반면에 시도지사협의회는 사무처 조직을 강화하고 업무 범위를 확대하여 대정부 정책 건의와 정책개발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지방교육 활성화와 지방교육자치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교육감협의회의 조직과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실무협의회와 총회의 명확한 업무분담을 통한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실무협의회'에 일부 의결 기능을 주되, 논쟁의 여지가 있는 항목은 총회에 상정하여 총회에서 의결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교육청뿐만 아니라 교육부에서도 재정 지원, 인력 파견, 자료 제공 등을 통해 협의회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교육감협의회는 시도교육자치에 관한 최고 협의기구이기에, 이에 걸맞은 위상이 부여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국민적 합의로 정하고, 유·초·중고 교육의 시행에 관련된 구체적 권한은 시도교육청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부의 역할은 고등교육에 집중하고 유·초·중고 교육은 시도교육청의 정책 추진을 지원하는데 한정해야 한다. 교육감협의회는 그런 전제하에 유·초·중고 교육정책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국가교육기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발전 방안 연구'라는 논문을 쓴 충북대학교 나민주 교수는 "교육감협의회가 17개 시·도교육청을 대표하는 공식적 법정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정책 기획과 지원 조직이 미흡하다"며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으려면 시도지사협의회나 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같이 조직 및 정원의 확대와 이에 대한 체계적인 규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나 교수 말대로, 교육부에서도 재정 지원 등을 강화하고, 협력적 상호소통을 통해 교육감협의회의 역할 강화 및 기능 활성화해 지방 교육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교육감협의회는 지방교육자치의 중추기관으로서 지방교육을 이끌어가는 교원, 교육전문직, 교육행정직뿐만 아니라 학부모, 지역사회인사 등 교육 가족 전체의 자치역량을 지속해서 강화할 책무성이 있다. 따라서 협의회 조직의 전문성 및 안정성 확보를 토대로 중앙 정부, 국회 등에 대한 접촉 창구 역할을 감당해야 하고, 교원임용시험 및 검정고시의 출제·관리 등 시·도교육청 간 공동사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고, 특히 정책 연구와 홍보의 기능을 강화하여 지방교육자치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매우 시급하다 하겠다.

아울러 앞으로 점점 커질 교육감과 교육감협의회의 권한을 제대로 감사하고 견제하려면 ‘교육의원 제도’가 필요하다. 교육감은 있는데 교육의원 제도가 없다는 것은 대통령은 있는데 국회가 없는 것과 같은 반쪽짜리, 기형적인 교육자치이기 때문이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