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택시 파업 이유! 그 속사정 들어보니..
  • 입력날짜 2013-02-21 05:51:06 | 수정날짜 2013-02-21 1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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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대 81학번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조합 개혁, 그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지난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부터 비례대표 후보 제의를 받은 택시기사가 있었다. 여당 쪽 선거 전략상 택시업계쪽 사람 한명을 선정해 비례대표군 에 포함시키겠다는 정치적 포석이었다. 새누리당이 점찍은 인물은 서울 개인택시기사 국철희 (52세)씨 였다.

그러나 그는 정치권의 달콤한 제의를 단 10초 고민하고 거절해 버렸다. “정치할 시간이 없다.”며 거절했단다. 정치권이 국철희씨에게 접근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개인택시기사라는 이력 때문이다.

서울개인택시기사 국철희씨는 대학시절부터 학생운동, 민주화운동에 온몸을 바친 소위 운동권 학생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좋은 직장에 원서 한번 넣어 본적이 없다.

96년 택시회사에 입사한 국철희씨. 그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겠다던 다짐을 실천했다. 그러나 서울대를 나왔다는 이력은, 그가 입사하는 회사마다 해고의 칼날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국철희씨는 90년대 중반 법인택시 기사들과 함께 소모임을 통해 노조민주화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운수노보 제작 등 택시노동운동의 전면에 서서 택시노동운동의 기획을 전담해온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어느날 홀연히 개인택시기사가 되었다.
▲인터뷰에 응한 국철희씨      © 오영진
▲인터뷰에 응한 국철희씨 © 오영진
제일 먼저 요즘 택시업계의 최대 이슈를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택시가 대중교통이 되는게 맞는다고 보십니까?
사회 여론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는 택시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동시키냐 라는 관점에서 대중교통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게 문제입니다. 택시의 가치나 위력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택시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가치는 버스 이상입니다.

버스가 우리사회에서 갑자기 없어졌다고 칩시다. 지하철 택시이용하면 못 가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택시는 버스나 지하철로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승객이 원하는 목적지 바로 그 장소에 모셔드릴 수 있거든요.

버스가 없으면 불편하지만 택시가 없으면 당장 자가용 사야 되는 사람이 있을걸요? 사회여론은 이명박 정부와 매체들의 단합으로 이루어진 겁니다. 택시 이용하는 손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택시가 대중교통이 된다고 개인택시기사님들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아니라고 해도 택시는 이미 대중교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청사에 가보면 택시는 대중교통과 내에 있어요. 그렇다면 정부도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단지 택시에게 투자하고 싶지가 않은 거예요. 투자할 가치도 없고 재원마련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거지요.

택시가 대중교통이 된다고 바로 우리 개인택시한테 직접 수혜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중요한건 우리 택시가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사업이라는 겁니다. 내 맘에 드는 손님만 골라태우는것도 아니고 받고 싶은 만큼 요금받는 그런 사업이 아니잖아요. 정부나 지자체로 부터 온갖 간섭 개입,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택시기사들은 공사직원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렇다면 그마만한 예우와 경제적 손실에 대한 지원은 당연한 겁니다."

정부나 교통학자들은 택시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 근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택시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특히 개인택시가 너무 많다며 택시감차를 말하고 있는데요.
"택시감차는 당연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택시지원법이라는 악랄한 법을 만들어놓고 우리 개인택시기사들에게는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개인택시를 중도 매입해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한테 택시를 사지도 팔지도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개인택시 기사들도 엄연한 소상공인들입니다. 음식점이 많아 장사 안 된다고 그 가게를 사지도 팔지도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그리고 택시연령제 도입을 말하고 있는데요. 나이먹은게 무슨 죄입니까? 운전능력을 나이로 판단합니까? 택시운전 연령을 제한하겠다는 논리 자체가, 정부의 택시지원법이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어졌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감차에 대한 해법을 갖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택시경제연구소’ 라는 작은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택시 운전하시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연구모임입니다. 우리 택시가 어떻게 하면 경제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토론하고 있습니다. 그 모임에서도 요즘 핵심 주제는 어떻게 택시를 감차하느냐, 감차를 당해야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은 뭐가 있겠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우선 운행되지 않는 법인택시를 감차하는 방법입니다. 우선 택시 매입가격을 낮춰야하기 때문에 그 방법을 연구해봤습니다.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택시, 운행정지임에도 운행 중인 개인택시 등 불법 택시에 대해 법대로 환수하는 겁니다. 단속이 제대로 시작되면 이들 택시는 운휴로 돌아서게 됩니다.

당연히 매입가격은 낮춰질 테고 그때 매입을 해 감차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택시감차 조정자금’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가 택시업계를 지원하는 부분으로 유류세와 부가세가 있는데 이 세금의 일정부분을 택시조정자금으로 돌려야 합니다.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택시감차의 수혜가 나타날 겁니다."

국철희씨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개인택시 기사님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서울대학교 나왔다고 택시영업이 더 잘 되는 건 없어요. 택시손님이 운전기사 학벌보고 탑니까? 저를 인터뷰하는 이유가 겨우 서울대 나온 사람이 왜 택시운전하냐? 이걸 묻고 싶으신건가요? 그런 인터뷰라면 참 유감입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택시라는 직업 정말 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기왕 말씀하셨으니 짧게 바로 여쭤보겠습니다. 서울대학교를 나오셨는데 왜 택시를 직업으로 선택하셨나요? 더 좋은 직장 들어갈 기회가 없었나요?
"사람들은 삼성이나 현대같은 재벌그룹을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좋은 회사’ 라는 것이 돈, 즉 수입을 두고 하는 말 같은데 저는 살면서 좋은 회사라는 개념을, 월급 센 회사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가 모두 좋은 회사였다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대학교 다니면서 잠시 공부도 중단하고 안산공단에서 공장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위장 취업이었지요. 제 신념이었어요.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그들과 함께 노동자들이 대우받는 참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택시회사에 입사를 했는데요. 택시에 발들이고 맺은 인연 때문에 지금의 개인택시까지 오게 됐습니다. 제가 살아온 과정속에서 택시는, 한번도 후회해 본적 없는 건실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공장생활을 하셨다고 했는데 대학교 졸업을 마치기는 하셨나요?
"서울대학교 81 학번입니다. 학교 다니는 동안에 고민이 많았어요. 내 나이 또래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죽어라 노동을 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뭐하는 짓인가, 농사짓는 부모님께 고통주면서 내가 왜 이런 학교에 다녀야 하는가..., 이런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2학년 때 공장노동자가 되는 바람에 아예 공부를 안했거든요? 좀 있으니 바로 제적을 당했지요. 담담했어요. 그런데 부모님 마음까지 뒤집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나중에 겨우 다시 복학하고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 말씀하셨는데요. 서울대학교 나오셨으니 부모님 기대도 크셨을 텐데요? 부모님은 택시 운전하는 아들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시던가요?
"제 형도 서울대학교를 나왔어요. 부모님의 기대가 정말 컸지요. 저야 작은 아들이고 말도 잘 안 들었잖아요. 속도 많이 썩여드리고..., 형만 한 기대가 저한테 있었을까요?

그런데 형님이 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 내딛으면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부모님 마음을 제가 얼마나 헤아려드릴 수 있었겠어요? 상심이 정말 크셨지요. 제가 뭘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부모님들이 이제 저에 대한 기대가 형님 몫까지 합쳐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버지 기대는 제가 출세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늘 형 몫까지 더 건강하게 살아야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건강할 자신은 있어요.(웃음)"

지난 해 4. 11 총선에서 여당 쪽에서 비례대표 후보 제의를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왜 택시기사에게 국회의원이 될 것을 제안했는지 잠깐 생각을 해봤지요. 이유는 뻔 한 것 아닙니까? 구색을 맞춰보자는 것이겠지요. 정치할 시간 없다며 거절했어요. 진짜 정치할 시간이 없습니다. 저는 몸이 말을 안들을 때 까지 개인택시기사로 살아갈 참입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서울개인택시 조합이 이사장 선거를 치룬지 얼마 돼지도 않았는데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데요. 다시 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서울개인택시조합은 5만 조합원들의 업권을 유지 발전시켜야 하고 그들의 피해가 없도록 보살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조합원들이 서울개인택시조합을 보살펴야하고 걱정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조합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시대정신이 없는 겁니다. 세상이 바뀌고 조합원들 의식이 바뀌었지만 그들의 머리는 여전히 쌍팔년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수십 년 전에는 우리 선배님들이 조합비리가 있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었습니다. 먹고살만했기 때문에 눈감아 줄만 했던 거지요. 그런데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조합권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 그 자리를 빼앗으려는 사람들이 거의 유사한 권력욕으로 충돌을 하게 되는 거지요. 이런 상황에서 재판이 벌어졌고 원고와 피고는 함께 사는 공생의 관계를 선택한 겁니다."

지난 선거는 후보가 난립을 했고 극명하게 여, 야로 나뉘는 모습을 봤는데요. 개혁해야 된다는 조합원들의 의지가 표로 나타났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결국 여야 대등한 표차로 선거가 끝나는 바람에 후유증도 심했던 것 같습니다.
"1. 2위 표차는 대등했지만 야, 야 표차는 대등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전히 개혁세력의 표보다는 조직을 이끌었던 사람들 표가 많이 나왔던 게 사실입니다. 개혁세력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난 선거가 보여주는 교훈이 사실 큽니다."

개혁세력이 승리하기 위한 교훈...? 그 교훈은 무었입니까?
"후보들 모두 조합원들이 서울개인택시조합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조합원들이 무엇에 가슴 아파하는지 제대로 읽지 못한 선거였다고 봅니다. 조합원들은 길거리에 나가 영업손실 등 가슴이 터질것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 선거에 나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후보 물어뜯기 내지는 금권선거로 우위를 차지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정책선거를 했어야 합니다. 내가 이사장이 되면 무엇을 내걸고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어떻게 싸우겠다는 대안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후보들은 거의 유사한 공약을 내걸고 유사한 방법으로 조합원들을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개혁을 외치는 후보 입장에서는 실패한 전략이었습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5만 조합원이 모여 있는 택시 최대의 단체입니다. 이 자리에 대표를 하겠다고 나서려면 최소한 많은 조합원들에 의해 후보추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돈들이고 그 돈으로 사람사서 선거를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럴 능력은 없습니다.(웃음)

요즘 택시경제연구소 회원님들과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약에 이사장 출마를 한다면 조합원중에 누가 나한테 표를 줄까? 내가 표를 받기 위해 그들에게 무엇을 충족시켜야 하는지 그것을 먼저 고민해야 됩니다. 그리고 아무런 진정성도 없이 표를 달라고 했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서울개인택시 조합원들이 그리 만만치는 않거든요."

국철희씨는 인터뷰 초반에 서울대학교 나온게 무슨 대수냐고 말씀하셨는데 선거에는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5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인물이 그런 무게감을 갖고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하면 크게 유리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잘 모르겠습니다. 유 불리는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요. 학력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대표자의 자질에 포함되어야 하는 덕목은 결코 아닙니다. 학력과 상관없이 많은 선배님들께 배워야 할게 많습니다. 택시정책에 대한 해법을 토론할 때 깜짝 놀라게할 정도로 논리정연하고 언변 또한 출중하신 분들 많으십니다."

긴 인터뷰 감사합니다. 서울개인택시 뿐만 아니라 택시업계 전체의 발전에 큰 힘이 되어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개인택시발전은 전체 택시업계의 발전이 기초가 되어야 가능하니까요, 감사합니다."

오영진 희망택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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