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문제를 보며
  • 입력날짜 2019-08-27 15:19:48
    • 기사보내기 
‘학벌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확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나는 이른바 ‘강남좌파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왔다.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부자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거꾸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진보적 삶을 살겠다는 사람들을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이 조국 교수였다. 나는 그를 교수 시절부터 뜨겁게 응원해 왔고,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고, 유전무죄·전관예우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법조계를 개혁할 법무부 장관 적임자라고 생각해왔다.

나는 조국 교수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2011년 나의 시집 <아버지의 빈 지게> 출판기념회 때, ‘축하의 글’을 보내준 적이 있었고, 2014년 문용린 교육감 대항마로 서울 교육감에 출마해 달라는 나의 제안에 “저는 초중고 교육은 잘 모릅니다. 초중고 교육을 잘 아는 분이 출마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사양하며, “저는 선출직에는 뜻이 없습니다. 혹시 나중에 민주 정부 들어서면 법무부 장관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라며 덧붙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가 꿈꾸던 대로 마침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었으나 장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로 마치 벌집을 쑤신 듯 나라가 온통 야단법석이다. 사모펀드,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 의혹 등이 터졌을 때만 해도 이변이 없는 한, 임명되나 했는데, 우리 국민의 ‘마지막 보루’, ‘역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교육문제가 터지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논란이 커져 버렸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사태가 웅변하듯 우리 국민은 적어도 ‘입시를 포함한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특권을 이용한 반칙, 꼼수, 부정’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는 말처럼, 청년층을 중심으로 “조국 당신마저!” 이러며 그에 대한 국민적 믿음과 기대는 이제 실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나도 ‘애벌레’ 아닌 리셋해 ‘나비’가 되고 싶지만, 그러나...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면 1m를 갈 수 있는 애벌레가 죽기 전에 10km를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열심히 몸을 꿈틀거려야 할까? 아니다. 리셋해야 한다. 나비로 변해 훨훨 날아가야 한다.”(김난도 교수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저자는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글을 썼겠지만, 하지만 적잖은 청년들이 이 글을 ‘희망 고문’으로 인식한다.

한국에서 ‘리셋’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기에. 누구나 애벌레 또는 미운 오리 새끼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모두가 우아한 나비 또는 백조의 삶을 꿈꾼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에서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세상’, 말처럼 쉽지 않다.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많은 흙수저는 오늘도 산꼭대기를 향해 쉬지 않고 바위를 굴리는 것과 같은, 애벌레·굼벵이와 같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일부 금수저들은 ‘나비’가 되어 ‘꽃길’을 걸으며 “돈도 배경도 실력이야, 너희 부모를 원망해!”하며 우월의식과 특권의식으로 무장, 호의호식하고 있다. 그들이 과연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과 ‘민모션(자신의 힘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 상태의 증후군)’을 알기나 할까?

한국에서 ‘대학 간판’이 도대체 뭐기에, 평소 정의와 공정을 강조해 20~30대 청년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조국 후보, 더구나 촛불 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까지 지낸 그조차도 ‘자녀의 대입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위법, 탈법이 아니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자녀에게 명문대 간판을 달아주고 싶은 것이 많은 부모의 솔직한 심정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조국 후보가, 그것도 민주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해보겠다는 사람이 왜 그랬을까? 좀 더 가족과 친인척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서 포부와 신념대로 멋지게 법조계 개혁을 해낸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환호와 박수를 보낼 것인가?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가슴 아프다. 조국 후보를 비호하거나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나 역시 그에 대한 실망으로 며칠째 잠을 설치고 있다.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가 그토록 실현하고 싶었던 법조계 개혁의 꿈이 물거품이 되어 날아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수록 그것이 못내 안타깝다.

비교육적이고 망국적인 ‘학력, 학벌’ 이제는 과감하게 깨뜨려야
나는 이번 일을 두고 학종 폐지, 수시 축소, 정시 확대 등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보다 기왕이면 한국교육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확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 ‘전문직업인’이 대접받는 세상을 조성해야 한다. 즉 독일과 덴마크 등 교육선진국처럼 고교 졸업만 해도 먹고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대학진학율도 낮아지고 대학 서열화도 깨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해 50만씩 대졸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무슨 수로 그들이 눈높이에 알맞은 질 좋은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겠는가?

대학진학률이 낮아지면 대졸 청년실업률도 떨어지고, 고졸 취업 활성화를 통해 특성화고 출신들이 대거 취업하면 외국인 노동자 유입도 줄어들 것이고, 고졸 취업자들이 일찍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출산율까지 높아질 것이다.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뜨거운 취임사와 대선공약들을 실천하려면 ‘교육 혁신’이 불가피하다. ‘교육 대수술’이 분명 필요함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교육공약이 실종됐다고 말할 정도로 ‘교육 혁신’이 지지부진하다.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 이제라도 정면 승부를 겨뤄야 한다. 정부 여당 및 정치권, 더 나아가 시민사회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및 공영형사학 도입, 고졸 취업 할당제’ 등 획기적인 법제화를 통해 망국적인 대학서열을 타파하고 학력, 학벌 사회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전 영등포시대 대표)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