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육안전공제회, ‘유사 수신행위’를 해오다 벌금 등 유죄판정 받아
  • 입력날짜 2019-09-23 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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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교안전’을 볼모로 위법적 돈벌이하다가 브레이크 걸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사단법인 ‘한국교육안전공제회’(이사장 심은석)가 특수법인 ‘학교안전공제회’와 비슷한 명칭으로 유사 수신행위해오다 벌금 1천만 원 및 징역 6월 6개월(2년 집행유예)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 신행위란 은행법, 저축은행법 등 금융관련법령에 의거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달 한국교육안전공제회 및 대표인 심 이사장을 유사 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법인은 벌금형, 대표자에게는 징역 6월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업체가 ‘학교안전공제회’와 유사한 명칭으로, 전국 초중고 등 학교와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금융위원회의 허가 없이 여행자 공제 등 보험사업”을 하여, “2012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공제가입비 명목으로 223억4천8백만원을 수입했다”고 밝혔다. 보험사업에 관한 규제를 회피하여 금원을 수신하였으므로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피아’ 소리까지 들었던 심은석 이사장과 그가 만든 짝퉁 ‘한국교육안전공제회’
한국교육안전공제회는 심 이사장이 2012년 초·중·고교장협의회 회장으로 있었을 때 만들어졌다. 당시에도 이미 17개 시·도교육청이 학교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보상하기 위해 출연한 특수공익법인(학교안전공제회)이 있었지만, 유사한 이름과 역할의 ‘민간보험회사’를 따로 설립한 것이다.

원래는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법인설립을 시도하였으나 서울시교육청이 허가해 주지 않자, 사무실을 경기도로 옮겨 2012년 5월 10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고 영업을 해왔다고 한다.

공교육에 몸담았던 사람이 이른바 ‘짝퉁 민간보험사’를 만들어 학교 현장을 혼란하게 하자 민원이 제기됐다. 2012년부터 국정감사에서 유사 명칭 사용으로 법규 위반 논란이 일었고, 서울시교육청과 강동교육지원청에서 이 업체의 보험 상품을 각 학교에 보내는 등 학교전자문서시스템으로 홍보한 사실 등이 드러나 문제가 되자, 심 이사장은 이사장직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으로 일하며 ‘학교안전공제회’ 업무를 직접 관장해왔다고 한다.

“학교장들에게 ‘보험 세일즈(판매)’를 했던 한국교육안전공제회 이사장이 초·중등 교육을 총괄해 감독하는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에 내정됐다. 황우여 장관이 인천 인맥을 요직에 발탁한 것을 두고 ‘황피아’ 논란도 일고 있다.” 당시 경향신문은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이후, 그는 2014년 비리 연루 의혹으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퇴임했다. 그런데 퇴임한 바로 다음 날 한서대 교수로 재취업한 것은 물론이고 본인이 만든 한국교육안전공제회 이사장으로의 복귀 논란으로 당시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한 바 있다.(2014.09.24. 경향신문 : '교피아'의 전형 보여준 교육부 퇴직 간부 / 뉴시스 : '비리' 연루 교육부 고위 간부 퇴직하자마자 대학행)

고발했지만, ‘전관예우와 유전무죄의 넘사벽’ 앞에서 고전, 또 고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는 2017년 3월 9일 사단법인 ‘한국교육안전공제회’가 실질적으로 보험(공제)업을 하고 있고, 사단법인의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뒤에 사업을 하여야 함에도 그런 사실이 없으며,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고, 해당업체의 지급불능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 학교, 교육청에 돌아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해 한국교육안전공제회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을 접한 검찰과 관계기관의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이를 두고 심 이사장이 교육부 고위 관료 출신이고, 또한 유명 법무법인인 김앤장이 변호를 맡아 그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교육부가 답변할 사항이라고 떠넘겼고, 교육부는 “비영리법인 등에서 공제사업 운영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아니하므로 공제사업 운영이 가능하다”며 아예 면죄부를 주는 내용으로 회신했다.

이를 근거로 2017년 7월 검찰은 ‘불기소 통지(혐의 없음)’했다. 이에 서울학교안전공제회는 9월 항고했으나 10월 기각됐다. 그러나 12월 서울학교안전공제회가 포기하지 않고 재항고하여 2018년 6월 재기 수사명령을 얻어냈고, 같은 해 12월 6일 의정부지검은 한국교육안전공제회와 심 이사장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이번 판결이 ‘유사 수신행위’가 없어지기 계기가 되어야
학교안전공제회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 결과를 환영했다. 그리고 한국교육안전공제회의 유죄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전국의 많은 학교와 심지어 교육당국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기에, 이 시간에도 이 업체는 계속 영업(보험사업)을 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개탄했다.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 등 적절한 법적 대응과 함께 이번 소송 결과를 학교에 신속하게 알리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안전공제회와 한국교육안전공제회의 명칭이 비슷하여 두 공제회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에 의하면 명칭혼동으로 인한 전화가 연간 600건 정도 걸려온다고 한다.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송효근 부장은 “‘가짜’가 ‘진짜’처럼 행동해 ‘유사품’을 가려내는데, 고발, 항고, 재항고, 1심 선고 등 여기까지 오는데 참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한 후,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시시비비가 간단한 사안인데, 어찌 된 일인지 쉽지 않은 소송”이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전관예우를 이용한 악행이기에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벌했어야 함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 것 같아 못내 아쉽다는 것이 교육계 반응이다. 검찰도 형량이 약하다며 항고했다고 한다. 2심에서는 좀 더 무거운 형량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초등학교 교장과 교육부 교육정책실장까지 지낸 사람, 즉 누구보다 모범이 보여야 할 사람이 ‘학교안전을 볼모로 위법적인 돈벌이’를 했다는 데 교육계는 분노하고 있다.

부디 이번 판결로 학교로 후배들과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구걸하듯 영업하는 유사 수신행위가 없어지기를 바란다. 아울러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는 비영리사업 중 공제사업을 하는 법인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았는지 살펴보는 등 지도, 감독을 강화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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