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나 조부모의 면접교섭권, 어떻게 실현할 수 있나
  • 입력날짜 2013-07-25 10:06:30 | 수정날짜 2013-07-25 19: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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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엄경천 변호사]면접교섭권의 주체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
엄경천 변호사
엄경천 변호사
문제의 제기

최근 수원지방법원 제1가사부(정승원 부장판사)는 이혼한 부모 슬하에 있는 형제 사이에도 면접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행 민법은 형제간 또는 조부모와 손자 사이의 면접교섭권에 대하여는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면접교섭권의 주체를 확대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민법에 명문 규정이 없는 형제 등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실체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또한 실체법적 근거가 있다면 어떤 절차를 통하여 면접교섭권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 검토해 본다.

형제간 또는 조부모와 손자 사이 면접교섭권이 인정되는 실체법적 근거

헌법재판소는 일찍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 전문에서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도출된다고 선언하였다. 수원지방법원도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행복추구권을 형제간 면접교섭권의 실체법적 근거로 보았다.

프랑스에서는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이 관습법적 권리로 확립되었고, 이후 가족법에 명문화된 이후에도 가족법 규정을 창설적 규정이 아닌 확인적 규정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우리 법질서에서도 형제간 또는 조부모와 손자 사이 면접교섭권이 헌법 제10조에 근거를 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도출된다고 보아야 하고, 민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경시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다만, 민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면접교섭권의 주체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민법 제779조 가족의 범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가족’으로 인정된다. 면접교섭이 문제되는 미성년 자녀에게 ‘배우자’가 있을 수 없으므로 배우자를 제외한 ‘직계혈족’과 ‘형제자매’ 사이에는 민법의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면접교섭권을 인정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결국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민법 제779조 제1항 제1호의 합리적인 해석을 통하여 형제간 및 조부모와 손자 사이의 면접교섭권이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면접교섭권의 절차법상 실현 방법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에서는 ‘마류(類) 가사비송사건’을 가정법원의 전속관할로 규정하고 있는데, ‘민법 제837조 및 제837조의2에 따른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과 그 변경, 면접교섭권의 제한 또는 배제’에 관한 사건도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포함시키고 있다.

형제간 또는 조부모와 손자 사이 면접교섭권이 인정된다면 가정법원에 심판청구(가사비송사건)를 함으로써 면접교섭권을 구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민법 제837조 제5항은 ‘가정법원은 자(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부·모·자 및 검사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자(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거나 다른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통하여도 사실상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형제간 또는 조부모와 손자 사이 면접교섭권의 실체법적 근거를 부인하는 경우에도 가정법원이 ‘양육친(미성년자를 양육하는 부모 일방)은 비양육친(미성년자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과 함께 살고 있는 형제나 비양육친쪽 조부모와 미성년 자녀가 만나 교류하는 것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양육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면접교섭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론

이혼절차에서는 재산분할 등 재산에 관한 분쟁과 미성년 자녀의 양육과 관련된 분쟁이 핵심적인 갈등 요소이다.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가 단독으로 지정되고 실질적으로 면접교섭권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면 양육과 관련된 분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이혼하는 부모의 갈등이 깊어지게 되고 이혼 후 양육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양육비 미지급이나 면접교섭 방해와 관련된 끊임없는 갈등)를 야기한다.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의 면접교섭권이 실질적으로 확보되고 더 나아가 비양육친쪽 조부모와 손자 사이의 면접교섭권이 폭넓게 인정된다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기 위하여 이혼절차가 약탈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조부모와 손자 사이의 면접교섭권은 이혼뿐만 아니라 부모 일방이 사망한 경우에도 문제된다. 오히려 부모 일방이 사망한 경우가 더욱 문제될 수 있다.

이혼율이 높고 가정법원에서도 전에 비하여 이혼사유를 넓게 인정하는 현재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미성년 자녀와 관련된 분쟁을 완화시키고 부모의 이혼이나 사망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활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친권’을 ‘권리’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친권자’라는 ‘법률상 지위’ 내지 ‘권한’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미성년 자녀’가 ‘권리의 객체’가 아니라 ‘친권자 및 양육자로부터 보호 내지 지원을 받을 주체’로 파악되어야 한다. 둘째, 공동친권 및 공동양육에 관한 연구 내지 조사와 함께 면접교섭권이 폭넓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엄경천 변호사는 가사전문 변호사로 법무법인 가족 소속이다.

엄경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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