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복지원'사건, 생존자의 이야기를 듣다
  • 입력날짜 2012-11-27 05: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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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년 형제복지원 폐쇄되었지만 종선 씨의 지옥은 끝나지 않았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의 증언을 담은 '살아남은 아이'(도서출판 문주)가 11월 26일 출간되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아 수용시설이었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에서는 부랑아 선도를 명목으로 수많은 구타행위와 강제노역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사망한 이들의 수만 복지원 자체기록으로 513명이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의 시체는 의대 실습용으로 팔려나갔다.

형제복지원의 실체는 1987년 3월 22일 부산광역시 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형제복지원에서 직원들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해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았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한종선 씨가 진실을 증언하기 위해 나섰다. 한종선 씨는 9살이었던 1984년에 12살인 누나와 함께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 그 후 3년동안 9살 종선 씨는 지옥을 경험한다. 1987년에 형제복지원이 폐쇄되었지만 종선 씨의 지옥은 끝나지 않았다. 그의 가족들은 평생 정신병원을 떠돌아야 했다.

2012년, 종선 씨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다. 25년 전의 그 사건을 사람들에게 다시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이 개이고 소였고, 괴물이었다고 울먹인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문화연구자 전규찬과 인권활동가 박래군이 기록한 책이 '살아남은 아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으로부터 25년이 지난 오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인권을 잃어버린 수많은 한종선 씨가 있다. 인권 유린은 우리가 모르게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살아남은 아이'를 통해 형제복지원의 사건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이유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제 2의 형제복지원 사건을 막기 위해서가 아닐까.

김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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