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사설]우리말 '으뜸 훼방꾼'에서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거듭나고 있는 서울시
  • 입력날짜 2013-10-10 01:25:46 | 수정날짜 2013-10-10 16: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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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로쓰기 조례 제정을 계기로 쉽고 고운 우리말이 펄펄 살아 숨 쉬는 서울로 나아가기를
23년 만에 다시 뜻 깊은 공휴일로 지정된 567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교육의원인 저는 서울시의회 72명의 동료의원들과 함께『서울특별시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안』을 공동 발의하였습니다. (최다 의원 공동발의)

한글(훈민정음)은 우리 겨레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이미 그 독창성과 과학성과 실용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민간은 물론 서울시와 같은 공공기관에서조차 외국어 ‧ 외래어와 영문 약어 ‧ 영어식 행정용어, 사업명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말글의 소중함과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올바른 국어와 한글 사용을 위해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를 발의한 것입니다.

『서울특별시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안』은, 서울특별시와 그 산하 공공기관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공문서 등을 작성할 때 어문규범에 맞게 쉬운 우리 말투를 사용함으로 서울시민에게 올바른 국어 사용의 본보기를 보이며, 국어를 지키고 빛내고자 함입니다.

다시 말해, 서울시민의 언어와 삶의 질을 높이고, 국어 등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이번 조례안은 약 2년 가까운 준비기간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2011년 11월 23일과 2012년 8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서 박원순 시장에게 "수도 서울답게 우리 말글이 살아 숨 쉬는 서울시가 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앞장서서 한글 사랑 정책을 펴고, 아울러 세종대왕 기념 사업 등 관련 분야에 더욱 힘써 달라"며 시정질문을 하였습니다.

우리말 '으뜸 훼방꾼'에서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거듭나고 있는 서울시

이명박, 오세훈 전임시장 시절, 외국어 남발 사례가 심각했습니다. 오죽하면 한글단체가 이명박, 오세훈 시장을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선정했겠습니까?

예를 들어 '서울의 랜드마크' '하이 서울', '하이 서울 페시티벌', '희망드림콘서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이'라는 낱말이 세계화, 국제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서울의 고유성을 살리면서 세계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화를 상징화하는 것이 더 필요함에도 그냥 외국어만 갖다 붙이면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하였고, 서울이 이렇게 하자 다른 도시들도 따라서 부산은 '다이나믹 부산', 수원은 '해피 수원', 대구는 '웰빙 대구' 등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수도 서울의 상징성이 이렇게 큽니다. 그래서 서울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생각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한글 관련 시정질문을 한 것입니다.

제가 2년 전 박원순 시장에게 시정질문을 하면서, 강원도 정선은 '아리아리 정선'이라고 한다며 좋은 사례를 들었고, '하이서울'보다는 '희망서울'이 좋겠다고 했더니, 박원순 시장이 이것을 받아들여 지금은 거의 '희망서울', 또는 '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먹으면 바뀝니다. 이런 연속성 차원에서 올해는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를 발의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한글단체 대표들과 박원순 시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제가 다시 한번 '아리아리 정선'과 '얼쑤 순천'을 예로 들면서, "두레두레 서울",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서울" 등 한번 좋은 말을 공모해 보시라 제안했습니다. '두레'는 두레박에서 알 수 있듯이 '함께, 같이, 두루 쓴다'는 뜻의 우리말로 '같이의 가치'를 표방합니다. 오늘 한글단체 대표들의 많은 이야기를 수용하 차원에서 박원순 시장은 내년 한글날을 목표로, 여전히 서울시청이나 산하기관에서 잘못 쓰고 있는 언어들을 찾아 쉽고 좋은 우리말로 바꿔보는 노력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지난 해 9월 4일에도, 서울시에서는 일제강점기 잔재 용어, 어려운 한자어, 불필요한 외래어·외국어, 인격 비하용어 등 어려운 행정용어 877개를 발굴하여 알기 쉽게 바꿔 쓴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올해에도 계속되어, 지난 6월 18일, '보직(補職)', '시찰(視察)', '엄단(嚴斷)' 등 구시대적이고 권위적 뜻을 담고 있는 행정용어 19개를 우리말로 순화하였고, 또 '인력시장'과 '노점상'과 같이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표현도 바꿔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그 동안 관행적으로 사용해 왔지만, 무슨 말인가 이해하기 어렵고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용어 19개를 선별하여 국립국어원 자문과 서울시 행정용어순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선한 것입니다. 먼저 순우리말을 활용하되 낯설지 않은 말로 고친다는 원칙에 따라 보직은 '담당업무'나 '맡은 일', 시찰과 엄단은 각각 '현장방문'과 '무겁게 벌함'으로 바꾸었습니다. 아울러 인력시장은 '일자리마당', 노점상은 '거리가게'로 바꾸었고, 지하철과 버스의 노약자석과 임산부석 등은 이동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배려석'으로 순화하였습니다.

또한 어려운 한자어로 된 우수관로(雨水管路)는 '빗물관'으로, 첨두시(尖頭時)는 '붐빌 때', 전언통신문(傳言通信文)은 '알림글' 등으로 바꿔 한글세대의 눈높이에 맞추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왕조시대 용어인 '하사(下賜)'와 '계도(啓導)', '치하(致賀)' 등은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고, 부득이하게 비슷한 말을 써야 할 경우, 계도는 '예고'나 '일깨움', 치하는 '칭찬' 또는 '격려' 등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그 밖에도 (집행)전말(顚末)은 '과정'이나 '경위'로, 기강(紀綱)은 '근무태도'로 바꾸었습니다.
한글단체 대표자들과 박원순 시장과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 박원순 시장, 한글 운동 단체 대표들과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에서 박원순 시장께 '으뜸 우리말 지킴이' 감사패를 전달했다. ⓒ 김형태 교육의원실
한글단체 대표자들과 박원순 시장과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 박원순 시장, 한글 운동 단체 대표들과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에서 박원순 시장께 '으뜸 우리말 지킴이' 감사패를 전달했다. ⓒ 김형태 교육의원실
 
쉽고 고운 우리말이 펄펄 살아 숨 쉬는 서울이 되어야

2012년 10월 4일에도 한글단체 대표들과 교육의원인 제가 서울시장실을 방문하여,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우리말글을 살리고 빛내기 위한 실천방안을 찾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박 시장은 "서울시에서 우리말, 우리글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글단체와 협력하여 한글 관련 조례 제정 추진, 세종대왕 관련 기념 사업 추진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였고, 이때부터 조례 제정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

해가 바뀌어 올해 5월 15일 세종대왕 탄신일에 '서울시 행정용어 순화위원회' 위촉식을 하였고, 위촉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1차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이날 앞에서 언급한 △권위주의적, 인권비하적 행정용어 19개에 대해 순화 작업을 진행했고, 바로 이어서 △'서울특별시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안'에 대한 본격적인 자문 및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6월 13일에 다시 모여 2차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2013년 7월 23일에는 서울시청 신청사에서,『서울특별시 국어 사용 조례(안)』시민공청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시민들과 국어 관련 단체, 학회, 전문가의 뜻을 한데 모아 더욱 완성도 높고 신뢰성 있는 조례(안)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와 시의회가 공동으로 공청회를 개최한 것입니다.

공청회 개최 전, <행정 용어 순화위원회> 위원들과 조례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들을 서로 주고 받으며 조례안을 다듬었고, 이후에도 시민공청회에서 나온 여러 전문가와 시민들의 좋은 의견을 최대한 조례안에 담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13년 8월 5일에는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들을 검토하기 위해, 3차 <서울시 행정 용어 순화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집행부인 서울시가 조례 발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였으나, 시간 부족과 여러 가지 절차 문제로(집행부 발의에는 시간이 많이 걸림) 박원순 시장의 동의 아래, 처음 계획대로 의원발의하기로 하였고, 이후에도 국어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례심의와 제정 권한을 가진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조례안을 확정하였습니다.

조례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 국어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5년마다 서울시 국어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함 △ 국어 바르게 쓰기 위원회를 설치·운영함 △ 공문서 등의 국어·한글 사용 실태 조사와 평가를 해마다 실시함 △ 주요 정책 사업에 관한 명칭 정할 때 국어책임관과 사전에 협의하여야 함 △ 광고물 등의 한글 표시 및 실태 조사하여야 함 △ 국어책임관과 분임국어책임관을 지정·운영함 △ 세종날 기념행사와 한글날 경축행사를 개최하거나 이를 행할 때 법인이나 단체의 행사를 지원함 △ 서울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상징하는 서울 토박이말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힘써야 함 △ 올바른 국어·한글 사용 촉진과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하여 적정한 교육을 하여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국어교사 출신 의원으로 늘 한글 단체와 국어선생님들에게 빚진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두 다리 뻗고 자게 생겼습니다. 비록 제가 제안했지만, 박원순 시장이 열린 마음으로 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어 조례안 작업이 시작되었고, 그리고 567돌을 맞는 한글날을 앞두고 오늘과 같은 뜻 깊은 조례안이 마련되기까지 그동안 행정용어 순화위원회 위원들과 서울시 공무원들의 수고가 정말 컸으며, 아울러 진보 보수를 떠나 기꺼이 공동발의에 동의해 주신 72명의 서울시의회 의원들에게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 조례가 제정되면 서울시 공무원들과 서울 시민들이 공감하는 한글과 국어 사용 기준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도 서울에서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가 상징성 있게 만들어짐에 따라 앞으로 전국으로 확산되는 디딤돌과 지렛대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바로 이어서 서울시교육감의 책무를 강조하는 조례안도 마련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프랑스 등 몇몇 문화선진국처럼 모국어 보호와 진흥 정책 차원에서 우리나라도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국어기본법 개정'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현행 국어기본법은 벌칙 조항이 없음) 중앙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기대합니다.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우리 말글을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아끼고 사랑하겠습니까?
▲ 오늘(10일)부터 '스크린 도어'에서 '안전문'으로 바뀝니다.  간담회 끝나고 시청역으로 함께 내려가, 한글 사랑 동아리 회원들과 승강장 안내 방송 변경을 기념하는 작은 행사를 진행했다 ⓒ 김형태 교육의원실
▲ 오늘(10일)부터 '스크린 도어'에서 '안전문'으로 바뀝니다. 간담회 끝나고 시청역으로 함께 내려가, 한글 사랑 동아리 회원들과 승강장 안내 방송 변경을 기념하는 작은 행사를 진행했다 ⓒ 김형태 교육의원실
 
아울러 올해 567돌을 맞는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에서는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박원순 시장을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대로 대표는 "박 시장은 한글단체와 서울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하이 서울'이란 영문구호를 '희망 서울'로 바꾸어 쓰게 했고,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안'을 마련하는 등 우리 말글 바로쓰기에 힘쓰고 있으며, 한글과 세종대왕이 태어나고 자란 광화문 일대를 한글문화관광지로 조성하는 한글마루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와 더불어 김슬옹 세종말글연구소 소장, 이창수 토박이말바라기 운영자,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성제훈 '우리말 123' 바른말 편지 쓰기 활동가, 한재준 서울여대 디자인학부 교수 등 5명이 우리말 지킴이로 선정한다고 하였습니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현)
*친환경무상급식지원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인권특별위원회 위원(현)
*9호선 특혜의혹 조사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남북교류협력지원 특별위원회 위원(현)
*사학투명성강화 특별위원회 부위원장(현)
*서울시교육청 감사자문위원회 위원(현)
*혁신학교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사학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서울시청 서울시민복지기준추진위원회 교육분과위원
*어린이청소년 인권위원회 위원(현)
*행정용어순화위원회 위원(현)
*한국교육의원총회 공보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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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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