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칼럼]문용린 교육감 자기부정, 심해도 너무 심해
  • 입력날짜 2013-08-16 05:45:50 | 수정날짜 2013-08-16 11:37:10
    • 기사보내기 
토끼와 거북이를 달리기로 평가하는 게 과연 교육적이고 공정한 평가인가?
다중지능이론과 행복교육 전문가 문용린 교육감의 자기부정, 심해도 너무 심하다.

문용린 교육감은 다중지능이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다중지능이론이란 인간의 지능은 언어, 논리-수리, 음악, 공간, 신체, 내면 성찰, 대인관계, 자연교감, 영성 등이 모두 상호 독립되고 동등한 영역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중 하나의 영역이 뛰어나다고 해서 다른 영역도 뛰어나리라는 법은 없다. 다시 말해 국·영·수를 잘한다고 해서 모든 지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이는 겨우 아홉 가지 지능 중 두 가지에만 해당되며, 다른 일곱 개 지능 역시 이와 동등하고 독립된 능력이라는 것이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에서는 ‘학습이 빠른 아이와 더딘 아이’로 나누는 반면, 우리는 너무 쉽게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로 나눈다. 국·영·수 잘하는 아이가 우수한 아이이고 우등생이고 모범생이다.

그러나 다중지능이론을 적용하면 이것은 심각한 편견이요 고정관념이다. 비록 국·영·수 성적은 부진해도 예체능 과목이 우수한 학생도 우등생이고, 교과공부는 부진해도 교우관계가 좋거나 내면 성찰이나 자연교감, 영성 능력이 뛰어나다면 그도 엄연히 모범생인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행복교육 주창자이다. 그는 거의 매주 학교를 방문하여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다. 그 주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꿈과 끼를 키워주는 행복교육”이다. (1) 행복의 색깔은 저마다 다르다. (2) 감사하면 행복해진다. (3) 관점을 바꾸면 행복해진다. (4) 꿈이 있으면 행복하다. (5) 몰입하면 행복하다. (6) 행복은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7) 가까운 곳에 행복이 있다. (8)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 (9) 타인의 행복을 존중할수록 행복하다. (10)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이렇게 다중지능이론과 행복교육으로 무장한 문용린 교육감, 특히 “걸음이 더딘 아이도 놓치지 않겠습니다”라고 서울시내 거리마다 크게 내걸었던, 교육학자 출신인 그가 당선되자마자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다중지능이론과 행복교육을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해 거의 탄압 수준으로 죽이기를 하고 있다.
혁신학교 학부모 간담회(천왕초등학교)
혁신학교 학부모 간담회(천왕초등학교)
아무리 앞뒤가 다르다고 해도 그렇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무리 이론 따로 현실 따로 라고 해도 그렇지 이 정도면 자기부정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본인은 ‘변신’, ‘처세의 달인’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그를 알던 많은 분들은 학자적 양심을 저버렸다며 ‘변절’, 또는 그동안 교단에서의 삶이 ‘가식, 위장, 속임수’였다는 말인가 하며 충격 속에서 탄식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 혁신학교 50개교 교감 및 교사 85명은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들은 올해 6월 24일부터 7월 18일에 걸쳐 진행되었던 ‘2011년 지정된 혁신학교 3년차 8개 학교’에 대한 정책감사의 의도가 혁신학교 흠집내기식 탄압에 가까웠다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감사 과정에서 피감 대상 학교의 감사준비 및 사후 자료제출요구에 따라 업무가 과중되었으며 ▲감사내용이 혁신학교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이루어졌으며, ▲누가 봐도 과도한, 트집잡기식 감사였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감사에 이어 모든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위해 7월 22일에 공청회가 열렸는데, ▲평가추진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평가 목적이 불분명했고, ▲평가항목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67개의 혁신학교 중에서 만1년 이상 운영한 혁신학교 59개교를 대상으로 10월까지 평가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평가결과를 혁신학교 정책수립에 반영하겠다고 언급한 상태이다.
1월 8일 천왕중, 우솔초 혁신학교 지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1월 8일 천왕중, 우솔초 혁신학교 지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결국, 혁신학교에 대한 예산삭감과 지정 취소, 혁신학교 신규지정 불가 등의 조치가 예상되며, 내년 지방 선거에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용린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이 무리하게 혁신학교에 대한 편향된 평가를 추진하다 보니, 다음과 같은 부분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가 법률근거를 위반하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3조2항에는 “교육감은 평가가 실시되는 해의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학교평가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새학기가 시작된 이후, 3월 22일 <혁신학교 운영계획>에서 처음으로 외부기관 평가를 명시했다.(법 운운하며, 국제중 지정 취소 못하겠다는 것과는 너무나 상반된다.)

학교평가는 철저한 기본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기 중에 갑작스러운 평가방향의 설정으로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 학년도 이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공표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혁신학교 평가는 7월 22일 열렸던 공청회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평가의 구체적 목적, 방향, 영역, 지표, 항목, 배점 등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7월 29일부터 평가를 시행하려는 계획이었다. 시교육청은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평가를 진행하려 했으나, 다행이도 공청회에서 교사들의 반발로 유보가 된 상태이다.

둘째,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는 공정성에서도 어긋나고 있다. 혁신학교 평가 연구용역의 KEDI의 책임자는 친정부단체인 국민행복교육포럼의 공동대표이다.

3개 영역의 연구위원 팀장 3명 중 2명도 국민행복교육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았거나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한 사람이다. 즉,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는 처음부터 편향된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게다가 평가지표를 개발한 이들 9명 중 KEDI 연구원과 교수들을 제외한 현직교사는 단 3명이지만, 혁신학교 교사는 전혀 없었다. 즉, 혁신학교에 대한 전문가가 전무한 상태에서 평가지표를 개발한 셈이다.

KEDI는 주로 대학 평가 등을 해왔다. 그런 KEDI가 교육 공공성이 중요시되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평가, 특히 자율과 협력, 나눔과 배려를 중시하는 혁신학교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 밖에도 혁신학교보다 먼저 시행된 자사고나 특목고, 자공고, 교과교실제학교, 영재학교 등 여타 자율학교와 비교해 볼 때에도 부당하리만큼 평가가 잦고, 그 범위가 방대하다.

마지막으로, 혁신학교의 평가는 교육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이미 혁신학교는 매년 자체 평가, 2년차 중간평가, 4년차 종합평가 등의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또한 혁신학교로 지정받을 때, 그렇게 통보된 사실도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혼란을 주고, 그 피해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다.

혁신학교에 잦은 평가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3월에 개인성과금 평가 / 4월에 학교성과금 평가 / 6~7월에 10개교 정책감사 / 9월에 교원평가 / 11월에 학교평가 / 12월에 연말자체평가 / 수시로 정보감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90%를 대상으로 한 혁신학교의 평가의 방대한 분량과 자료요구는 최소한 십여 명의 교직원이 한 달 이상 준비해야 하는 수준이다.

법정장부가 아닌 서류들을 요구하고, 대학서열화 평가 등에 해당되는 지표 수준과 혁신학교의 태동과 철학 및 6대 과제와 전혀 동떨어진 평가지표 등은 학교별 환경과 특성을 고려치 않은 획일적인 내용들로 혁신학교의 교육력을 위축시키고 다양한 교육과정에 운영평가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다.

“<교육감선거에 나오기 전까지 문용린을 멘토 삼아 자녀교육 공부를 했었는데, 그 사람 책에서 그렇게도 강조하던 정약용 프로젝트(정직, 약속, 용서)과 다중지능이론은 모두 거짓이었음을 깨달아가는 매일매일입니다.

그 거짓말에 감동했던 제가 창피합니다.(한 시민이 SNS에 올린 글)>에서 보듯, 문용린 교육감은 입만 열면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행복학교를 강조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행복교육을 실천하고, 학생들에게는 행복을, 학부모님들에게는 만족을, 선생님들에게는 보람을 찾아주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해 누가 봐도 흠집내기식 기획감사, 표적감사, 정략 평가를 하고 추진하고 있다.

제발 교육학자답게 학자적 양심과 출마할 때의 초심을 회복해 달라. 진영논리가 아닌, 일부 보수적인 교장들의 압박에서 벗어나, 교육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을 회복해 달라. 혁신학교 평가를 꼭 해야 한다면, 충분한 횟수의 공청회와 연구기간을 거쳐 예고기간을 두어 시행해야 한다.

법률에 근거해서 혁신학교 설립의 목적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가의 방법을 달리해 달라. 지금의 혁신학교 평가는 토끼와 거북이를 달리기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

다중지능이론에 걸맞게,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토끼에게는 달리기로, 거북이에게는 헤엄치기로 평가해야 맞다. 밭을 일구던 농기구로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일반학교 잣대로 혁신학교를 평가한다는 것이 과연 교육적이고 이성적이고 상식적인가?

민원서를 제출한 혁신학교 관계자들은, 혁신학교 40여개교 150여명의 교장, 교감, 부장교사 등의 이름으로 소송인단을 구성하겠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번 혁신학교 평가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13조2항을 위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곧 ‘평가계획 취소소송’과 ‘평가계획 효력정지신청’을 할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평가를 강행할 경우 평가거부 등을 포함한 연대 대응까지도 적극 고려하겠다고 한다.

문용린 교육감은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한만큼, 혁신학교 관계자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고 반발하는가를 직시하고, 제발 혁신학교에 대해 한쪽 귀만 열지 말고, 부디 양쪽 귀를 열어주길 바란다.

경기, 서울 등 전국적으로 이미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대안을 넘어 공교육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손바닥으로 막아보겠다는 무모함은, 오세훈 전임시장처럼 어리석은 행동일 뿐만 아니라, 결국 똑똑한 서울 시민들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