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근 칼럼] 골목상권 확인 사살한 행정법원 판결
  • 입력날짜 2015-01-18 18: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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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부의 상업중심지로서의 영등포의 지위는 요즘 들어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잇따른 대형마트와 쇼핑몰 등 재벌 대기업의 대형판매시설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수십 년래 뿌리를 내려 영등포의 번영을 가져온 전통시장 골목시장은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그래서 중소상인들은 대형화 위주의 유통산업현대화정책에 반대해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 결과 대형마트 등 대형판매시설의 설립에 허가제라는 엄격한 규제를 도입할 직전 단계인 의무휴업제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런데 이번 행정법원에서 내린 대형마트에 관한 판결은 중소상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대형마트 6개사가 성동구 등 대상으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취소소송에 대해 대형마트측 손을 들어준 것은 그러지 않아도 이미 거의 희망을 잃어가다 한 달 두 번 휴무제를 도입한 후 조금의 온기가 돌기 시작한 골목상권을 다시 한 번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도시행 후 지역에 따라서는 약 10% 정도의 매출증가가 있다고 조사결과가 나온다,

행정법원은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시설이 대형마트인데 이마트 등은 점원의 도움을 일부 받고 있기 때문에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법 자체의 입법 취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트를 밀고 다니며 진열대에서 직접 물건을 고르고 있는 소비자가 마치 유령인 듯이 다루고 있다.

또한, 법원은 “대형마트 의무휴무제의 상생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의심이 든다’는 말로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 관련 조사를 진행한 정부 산하 소상공인 진흥공단의 결과도 무시하면서 원고 측이 가입하고 있는 유통산업협의회가 발주한 연구용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공정치 못한 태도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법원은 조약위반으로 국내 제도나 처벌이 위법이라는 주장을 하지 말라는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며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무제가 ‘한-EU FTA’ 등에 위배된다고 하였다.

이렇듯 무리한 근거로 내려진 판결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이를 위해 대형마트가 입점해있는 성동구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대법원에 상고함으로써 일단은 이번 판결이 확정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해당 소송이 성동구 등 특정 지역의 영업규제 처분에 대한 행정처분에 대한 것인데다 이미 구법이 돼버린 2012년 1일 개정 유통법에 근거한 행정처분 다툼”이라고 보고 있다. 현행 유통법은 2013년 1월 개정한 유통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의 패소가 확정되더라도 영업규제 재처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동안 지금의 골목상권 피폐화를 가져온 원인인 유통산업현대화정책이 재벌 대기업 중심의 대규모화 일변도로 진행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부의 견해를 그대로 믿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이번 행정법원 판결은 수년 동안 진행되어온 중소상인살리기운동에 대한 대형유통기업들의 총반격 시작을 의미한다. 그래서 중소상인들은 온 힘을 기울여 총단결로 막아내야 한다.

이미 늦지 않느냐는 말은 그냥 앉아서 죽겠다는 나약한 말이다. 영등포의 중소상인들은 다시 모든 지역 행정기구와 정당 및 시민단체와 함께 다시 영등포가 명실상부한 서울 남부의 중심상업지구로 다시 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이선근

*서울대학에서 공부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현)
*경제민주화넷, ‘을’지키기 고문(현)
*임대아파트 전국회의 수석부의장
*상가 임대차보호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주간 영등포시대 창간 공동위원장(현)

19일(월) 발행되는 주간 영등포시대 창간준비호 6면에도 실렸습니다

이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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