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욱 칼럼] "창의력 따위는 필요 없는 나라"
  • 입력날짜 2015-01-17 10:58:30 | 수정날짜 2015-02-08 0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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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創意力)’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을 말한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신기술이나 신제품은 모두 창의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가슴을 뛰게 하는 훌륭한 글, 그림, 음악 역시 창의력을 지닌 사람들의 몫이다. 이래서 사회를 이끌어 가는 기성세대들은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를 가도 창의력, 저기를 가도 창의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창의력을 지닌 인재가 나오기 어렵고, 그런 인재가 있어도 써먹을 수 없다. 극단적으로 창의력 따위는 필요 없는 사회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창의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소 되새김질 같은 소리지만, 삶의 목표를 오로지 일류대학 입학과 대기업 취직에 두기 때문이다. 일류대학에 가려면 무언가 새로운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국ㆍ영ㆍ수만 공부해야 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입시제도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반사 신경을 길러야 한다.

대학입학 후에는 전공분야의 공부는 뒤로 한 채 영어점수를 따야 하고 온갖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젊은이여 야망을 품어라’고 할 때 ‘야망’은 원대한 꿈이 아닌 ‘정규직 취업’이 된 지 오래되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기성세대들은 살아가는 데 전혀 필요가 없는 창의력을 기르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그것으로도 모자라 ‘요즘 아이들은 꿈도 없고, 힘도 없다’며 꾸짖는다. 그나마 이런 양심 없고 무책임한 헛소리는 예전부터 있어 오던 것이므로 그나마 참고 넘어갈 수 있다.

그야말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아프니까 청춘이고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말을 만들어 내서는 자신들이 마련해 놓은 이런 상황을 은근히 정당화하며, 후진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짓거리에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당국의 작태를 보면 더더욱 가관이다. 모든 학생한테 똑같은 옷을 입혀 놓고 기발한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머리 길이도 비슷하게 만들고 염색도 못 하게 하고는 개성을 추구하라고 한다. 음악, 미술, 체육 등은 창의력을 기르는 데 꼭 필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이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폭넓은 독서를 하라면서 책 읽을 시간은 전혀 주지 않는다. 자유롭게 생각할 기회 자체를 주지 않거나 박탈해 버린 채 울타리 속에 가둬 놓고 짐승처럼 키우면서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고 있노라고 뻔뻔스럽게 외친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보고 있으면서 저항은 고사하고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며 내일을 기대한다.

‘어쩔 수 없다’며 애써 외면하고, 자식들을 지옥으로 내몬다. 학원비에 허리가 휠 지경이면 학원사업이 성행하도록 부추긴 사람들을 성토하고 함께 힘을 모아 시정을 요구할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꾸역꾸역 돈을 갖다 바친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먹고 살기 힘들다’이다.

스스로 먹고살기 힘든 환경을 조성해 놓고 한숨을 쉬는 셈이다. 많은 사람의 입이 쇠를 녹인다고 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같은 목소리를 내 주기만 해도 조금씩 좋아질 것이다.

그 목소리를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낼 것인가. 개인의 목소리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 지점에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2015년, 1월, ‘영등포 시대’가 수많은 ‘우리’들의 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

사명(社名)에 보이듯 이 언론사는 영등포 구민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고도 심도 있게 전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 문제는 영등포를 포함한 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관심을 두는 분야이고, 교육 시스템도 전국적으로 거의 같으므로 영등포의 문제가 우리나라의 문제이며, 우리나라의 이슈가 영등포의 이슈이기도 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고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사의 기사를 보면 정책을 소개하는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그 정책에 대한 반응은 소략하게 언급하거나, 간접인용을 하는 방법으로 한두 줄 정도 소개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야 현실적으로 많은 독자가 관심을 두기 때문인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등포시대는 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주장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교사나 학부모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유유히 흐르는 큰 강물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술잔 하나를 띄울 정도의 적은 양의 물이라고 한다. 이처럼 지역민들의 작은 목소리를 전달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목소리가 큰 물줄기를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영등포시대가 한강 같은 큰 언론사로 성장해 주기를 기대한다.

김재욱(金載旭)
*대학강사, 작가, 칼럼니스트
*고려대 국문과 박사
*저서에 “삼국지인물전”, “역사, 어제이면서 오늘이다”외 4권이 있다.

<본 칼럼은 1월 19일(월) 발행되는 주간 영등포시대 창간준비호에서도 확인할 있습니다.>

김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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