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시대 사설]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입력날짜 2014-06-16 17: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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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6월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59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적폐를 바로잡는 일은 지금 아니고서는 할 수가 없다” 라며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적폐들을 바로잡아서 안전한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 갈 것”이라면서 “지금이 아니고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흘 후인 10일(화)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의 후임으로 박정희기념사업회 이사를 지낸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다.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새 총리 후보로 지명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극우 꼴·통 세상이 열린다”라며 임명 반대의 뜻을 밝히면서 세간의 이목이 문창극 후보자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박지원 의원의 글은 서막에 불과했다. 문 지명자는 총리 후보 지명 다음 날인 11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본 막을 스스로 열었다.

책임총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밝히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비정상적인 적폐를 일소하고 개혁 전반을 지휘할 적합한 총리 후보자인가에 대한 논란을 스스로 확산 시켰다.

이후 과거에 쓴 칼럼과 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함께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 후보자는 “게으른 것이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사과할 필요 없다”라고 주장하고 국가 차원의 잘못을 인정한 제주 4·3 민주항쟁을 ‘폭동’으로 규정했으며, 민족사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6.25)에 대해서도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59주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현재까지 23,776명의 참전기록과 2,152명의 공적을 확인하였고, 이 중에 1,069분이 유공자로 인정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들이 문 후보자에게 거침없는 글과 강연 내용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사과는 무슨 사과, 사과할 게 있나”라고 가볍게 답했다.

그러던 문 후보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15일(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된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과 “위안부 사과받을 필요 없다.”등의 발언에 대해 해명과 사과의 뜻을 표했다.

문 후보자의 사과가 여론의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촉각이 곤두서있던 16일(월) 오전 출근길에서 “야당의 사퇴 요구가 거센데…” 라는 기자의 질문에 “야당에 가서 물어보시는 게 좋겠다”라고 말해 시중의 여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또다시 뉴스의 중심에 섰다.

흔히 국무총리를 조선시대 정승 중 최고 서열인 영의정에 빗대 ‘1인 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한다. 자리에 걸맞은 무거운 ‘책임’을 강조한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그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이 “책임총리, 그건 처음 듣는 얘기”다는 일성으로 책임총리 적격 여부를 떠나 정부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국민에게 충격과 함께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대개조와 국민통합을 통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국민께 약속하셨다. 그리고 문 후보자를 지명하셨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라앉는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문 총리 후보자가 이제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루고 국가 대개조를 이루는 데 힘을 보탤 것인지에 대한 야당과 국민의 물음에 답해야 할 차례이다.

한발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화합과 비정상적인 적폐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국민의 힘을 어떻게 모아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고 인사 문제로 빚어진 국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해결책 또한 내놓아야 할 것이다.

새누당의 핵심 당직자는 “정치인이 마음껏 말하듯 언론인들도 자유롭게 말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두둔했다.

언론인들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2012년 총선 당시 극우 발언을 한 2명에 대해 새누리당은 공천을 취소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과 칼럼 내용은 이보다도 훨씬 중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문 후보자를 감싸기 위해 국회의원 후보는 안 되는데 총리 후보는 괜찮다는 듯한 새누당 당직자의 발언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아니 소가 웃을 일이다.

청와대가 17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과 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야당과 시민 단체가 반대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60% 이상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정부와 여당의 속내가 궁금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고 외신(일본의 언론)에서 환영받는 문 후보자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총리 후보이지 일본의 총리 후보자가 아니다.

정부와 정당, 그리고 정치인들은 유불리를 따지거나 한 치도 안 되는 자존심을 부리지 말고 국민들에게 나라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몸을 낮추고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니까.

박강열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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