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민 칼럼] 선거제도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치개혁의 문제
  • 입력날짜 2015-12-01 08: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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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혼란에 빠져있다. 일자리, 경제 활성화 등 민생해결과 선거제도, 정치개혁 등 중요한 문제가 모두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념논쟁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 간 인구비례 허용 기준을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조정하라는 결정을 내렸고, 20대 총선이 140여 일 남아있는 지금, 선거제도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한민국의 정치개혁 문제이기에 필자는 선거제도와 정치개혁의 방향에 대해서 논하려 한다.

우리나라 현행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권자의 표심이 의석에 그대로 반영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제도에 따르면 지역구에서 전국적으로 42.8%를 득표한 제1당이 지역구 의석의 과반수를 얻게 된다. 이는 표심을 의석에 반영하는 비례성 측면에서 매우 불공정하며 현행 선거제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지난 18대 총선 부산지역의 선거결과를 살펴보면 지역구의석 18석 중 여당이 17석을 차지해 94% 의석점유율을 보여 어떻게 부산 시민들은 여당만 지지할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그러나 실제 18대 총선에서 부산 시민들은 54%만 여당을 지지했으나 불공정한 현행 선거제도 때문에 18석 중 여당이 17석을 가져가게 된 것이고, 만약 지지율이 그대로 의석에 반영되는 선거제도였다면 여당은 10석만 가져가게 된다. 이는 호남지역에 비춰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지지율이 그대로 의석에 반영되지 않고 왜곡된 결과를 가져오는 가장 큰 이유는 현행 선거제도가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로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를 지지한 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투표수 가운데 1천만 표에 가까운 47.6%가 사표가 되었다.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투표가치의 평등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을 넘어 아예 버려지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선거제도 아래에서 가장 큰 부당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바로 새누리당과 새청치연합 두 거대정당이다. 지난 총선에서 두 당은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갔고 나머지 정당은 득표보다 적은 의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두 정당은 자신이 정당하게 취득하지 않은 표를 도둑질해 간 것이며 이를 의석수로 환산하면 무려 42석이나 된다.

이런 왜곡된 선거제도가 유지되는 한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역주의 극복은 요원하게 되며, 거대양당 독점체제를 더욱 고착화해 다양한 의사가 고르게 반영되어 사회적 갈등을 민주적 방식으로 조정하는 정치의 기본 기능은 상실되고 만다.

그렇다면 선거제도는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가? 첫째 정당별로 득표한 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다수의 사표가 발생하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정당별로 득표한 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도가 2004년 17대 총선부터 도입되었지만, 현재 비례대표 의석이 총 의석 300석 중 54석(전체 의석의 18%)에 불과해 효과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하고, 버려지는 표를 줄이기 위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비율이 1:1인 혼합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해며,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에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최소 2:1이 넘지 않도록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난 30년간 고착되어온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하고 다양한 계층과 소수자의 이익을 골고루 반영할 수 있는 정당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거대 양당 독점체제를 극복하는 정치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큰 정당과 작은 정당의 공정하고 활발한 경쟁은 한국 정치를 발전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제도는 정당에 대한 지원과 국회운영이 교섭단체를 가진 기성 거대정당에만 유리하게 되어 있어 거대정당은 이에 기대어 한국 정치를 독과점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법 개정을 통해 소수정당의 의견이 국회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교섭단체 구성 요건(현행 20명 이상의 의원)을 완화해야 한다.

또한, 국고보조금을 교섭단체에 우선 배분하도록 하는 현행제도는 거대 정당에만 국고보조금이 편중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으므로 각 정당의 유효득표수와 의석수를 기준으로 국고보조금이 배분될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셋째, 의원 정수를 확대하고 의원 정수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약 30년이 지났으나 의원정수는 300명에 거의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인구는 1천만 명이 늘었고, 의회가 견제해야 하는 행정부는 더욱 커졌다. 지금의 국회는 인구의 증가와 사회의 변화발전에 부응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국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고정한 가운데 지역구 수를 현행인 246석에서 253석까지 늘이자고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례대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표의 등가성을 높이고, 지역주의 구도 완화를 위해 비례대표가 더욱 늘어나야 하는 것에 역행하는 것으로 선거제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이므로 비례대표의 확대를 위해서라도 의원정수 확대는 불가피하다.

또한, 현재 국회의원 정수를 정하는 기준이 없고 선거 때마다 국회에서 편의에 따라 정수를 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인구수를 법에 명시하고 의원정수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1988년 총선의 경우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 14만 5천 명에 해당된 것을 현재 인구 규모에 적용하면 의원정수는 360명이 도출되며 외국의 선진사례 등을 검토하여 의원 1인당 대표하는 합리적인 인원수를 도출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국회는 기존의 기득권과 폐단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치제도를 개혁에 나서야 한다. 지역주의와 거대정당 독과점을 넘어 다양한 국민의 의사가 고르게 의석에 반영되고, 변화된 상황에 맞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사회의 갈등을 민주적으로 조정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근본적으로 도모해야한다.

[칼럼]정재민-정의당 영등포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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