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기본권 향상 방향 제시하고 국민동의 구하는 게 순서
  • 입력날짜 2016-06-19 16: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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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 안철수 대표의 말이 옳다
*“을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 아직 완비되지 않았다”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론을 제기한데 이어 더민주 원혜영 의원이 개헌을 위한 의원들의 모임을 제안하여 개헌론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 당 상임 공동대표는 15일 "먼저 국민 기본권을 어떻게 향상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이고 "헌법구조가 국민 기본권이 앞에 있고 그다음 권력구조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권력구조 이야기만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선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 대선의 아젠다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건지 사회적 중의를 모아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그러나 개헌은 이 모든 아젠다를 녹여버릴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개헌에 관한 입장은 안 대표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가 한다.

지금의 한국 정치가 너무 첨예한 대립을 겪고 있는 것 때문일 것이다. 개발독재의 시대를 지나 문민 시대를 지났는데도 한국의 정치가 극단주의적인 양상을 보인다는 상황판단은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난맥상이 헌법이 낡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정치를 극단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경제발전과정에 있었던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인 사고, 저임금시대에 형성되었던 절대적 빈곤을 해결하려는 극단적인 투쟁적 사고, 분단의 극한정치에서 형성된 올오아나싱(all or nothing)식 이념적 사고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은 이념으로 계급으로 지역으로 갈가리 찢어진 채 고통을 겪어오고 있다.

이러한 엘리트주의, 진영논리, 지역주의, 계파주의, 극단주의 정치를 조장하는 헌법조항이 어디 있는가? 이를 극복하는 데 필요충분한 조항은 없을지라도 이를 조장하는 조항은 없다.

내각제는 대통령이라는 최고통치자 대신 과두귀족격인 국회의원들끼리의 타협으로 권력을 나눠 먹기를 하자는 것인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의 위기를 딱히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는 보장도 없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내각제를 한 상태에서도 전체주의라는 극단정치를 겪었지 않은가? 과두정의 폐해는 갑인 자산가와 과두귀족(의원)이 결탁해버리면 을들이 오갈 데가 없어 사회가 동란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통치자(참주정치를 추구할 수도 있고 과두귀족을 견제할 수도 있지만)가 의회를 견제하는 현재의 대통령제가 그나마 확률적으로 을들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공화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선진각국에서는 이미 도입되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형성해가야 할 많은 사회경제제도의 개선문제가 남아있다.

가계부채 대란, 전세대란, 젠트리피케이션, 갑의 불공정행위, 황제경영에 시달리는 을들-대리점, 편의점 등 가맹점, 생산납품업체, 노동자들-의 고통.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사회경제의 합리적인 운영을 이루어 중산층의 감소를 막아내고 소비능력을 키워 경제성장력의 과도한 정체를 막아낼 제도이다. 갑과 을이 대등한 계약관계를 맺어 약자라고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한 경제주체로서 사회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을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가 아직 완비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하나 필요한 제도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갑’과 결탁한 과두귀족적 의원들이 을을 팽개쳐버리면 어찌 될까?

그러지 않아도 ‘갑’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력해 ‘을’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 혐오증이 극성인 나라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사회경제제도가 ‘갑을’의 평화적인 공존을 보장하고 있는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내각제로 가야만 할까?

우리는 시간이 없다. 을들의 무권리상태로 인한 갑을 전쟁이 사회를 동란으로 이끌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개헌론으로 17년 대선의 과제의 형성노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개헌론 제기는 마치 민주노동당 당 지도부가 이라크파병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싸고 이념투쟁에 몰두하여 스스로가 제기했던 상가임대차보호, 채무자보호 등의 민생과제를 회피하고 역사의 뒤란으로 사라진 사태를 연상시킨다.

정치권은 국민의 삶의 문제 즉 민생문제의 설계도 작성노력을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빠트리지 않도록 개헌론에 대한 논의를 대선 이후로 미루어야 할 것이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개헌논의에 대한 입장을 곰곰이 새기기 바란다.
*54년 경남 창녕 출생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2008년 상가임대차보호공동운동본부 집행위원장
*2008년~ 현재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2009년 임대아파트전국회의 상임의장
*2013년 을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 고문
*2013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가계부채소위원회 위원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위원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민생연대 대표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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