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술생애사 최현숙 “작별 일기” 출간
  • 입력날짜 2019-11-24 19: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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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 선 엄마를 기록하다!
쪽방촌 독거노인들을 돌보던 요양보호사이자 "할매의 탄생", "할배의 탄생"으로 가난한 노인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온 저자가 삶의 끝자락에 다다른 여든여섯 치매 노모 곁에서 매일매일 써 내려간 천 일간의 일기를 모았다.


저자는 돌봄노동자이자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에서 한 여성이 늙고 병들어 죽음으로 들어가는 기나긴 과정을 똑바로 바라보고 낱낱이 기록하면서, 그녀를 둘러싼 가족과 실버산업, 그리고 인간의 존엄까지도 냉정하게 되묻고 쪼개봄으로써 이 독특한 애도 일기를 완성해 냈다.

최현숙은 구술생애사 작가이며,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에 몸담으며 여성위원장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8년부터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하며 할머니·할아버지들의 넋두리를 듣다가 혼자 듣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받아 적기 시작해 '구술생애사'라는 것을 하게 됐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일하며 노인을 비롯해 편견과 배제로 경계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에 관한 다양한 글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할배의 탄생",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노년 공감" 등이 있다.

저자는 노부모의 늙어감을 기록한 4년여의 세월이 “그들에 대한 이해”의 시간이자 “자기 자신을 뒤집는 경험”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일기라는 장르답게 액취증과 도벽, 가출 등에 대한 내밀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그 어떤 것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한편, 한 인간이 부모의 늙어감을 경험하며 동시에 자신도 늙어가는, 즉 성장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과거에는 다르다고만 생각했던 엄마의 삶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엄마의 늙어감을 24년 늦게 뒤쫓아가며 그녀가 먼저 겪은 통증과 노쇠를 고스란히 따라 겪은 딸은 86년 엄마의 삶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모습과 화해하는 데 성공한다.

또 지독한 불화로 서로 마주할 순간조차 없었던 아버지와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가며 자신을 조금씩 확장해 가는 과정은 가부장의 폭력으로부터 입은 내상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기도 한데, 노화에 따른 아버지의 변화와 넉넉한 시선이 된 딸이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모습들이 따듯한 힘과 용기를 준다.

김수현 공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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