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뉴스를 허하라
  • 입력날짜 2016-12-06 07:38:09
    • 기사보내기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혹시 주식을 가지고 있는 분 계신가? 혹은 외화를 가지고 계신 분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주식을 가지고 계신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중에 외화를 가지고 계신 분도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 외국여행이나 출장을 갔다가 남은 돈 좀 있는 정도가 아닐까?

우리가 방송 뉴스를 보다 보면 빠지지 않고 전하는 부록 뉴스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뉴스는 스포츠 뉴스. 많은 사람이 관심 있어 하니까 빠질 수 없다. 또 뉴스 중에서 사실 전달률이 가장 높은 뉴스가 아닐까. 과거 80년대 전두환의 군사정권 시절 밤 아홉 시만 되면 모든 방송사에서 ‘땡전 뉴스’를 했었다.

밤 아홉시를 알리는 시계음 ‘띠 띠 띠, 땡~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되는 땡전 뉴스는 그 시절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소식들을 제쳐놓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하찮은 일정부터 소개했다. 그 뿐 아니라 더 중요한 뉴스 중 상당부분은 소식을 아예 전하지 않거나 혹은 왜곡하거나 단신처리 하였다.

그래서 당시 국민은 뉴스의 행간을 찾아서 의미를 유추하는 방송분석가들이 되어야 했다. 그 와중에도 사실을 전달한 뉴스가 있었으니 바로 스포츠 뉴스. 어느 팀이 어느 팀을 몇 대 몇으로 이겼다거나 어느 대회에서 누가 몇 위를 했는지, 기록은 얼마나 됐는지 등을 속일 수는 없을 테니. 물론 사회적 이슈를 가리기 위해 야구나 축구 등에서 프로리그를 만드는 등 스포츠가 권력에 이용당하는 면이 없지 않았으나 어쨌든 경기내용은 사실을 전달했다.

부록뉴스 중에 빠지지 않는 게 있으니 일기예보. 이건 중요한 뉴스다. 내일 오후에 비가 온다면 아침에 집 나설 때 당연히 우산을 챙겨야 한다. 소풍 가는 날 혹은 아이들과 교외 나들이 가는 날 비가 온다면 포기하거나 행선지를 바꿔야 한다.

파종기에 비가 20일 이상 안 오면 농민들은 뉴스 끝머리, 일기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내일은 비가 오나? 이번 주에 비가 오나? 얼마나 오는지. 낮에오는지, 밤에 오는지. 11월 한 달 동안 토요일의 일기예보는 처한 입장에 따라 희비를 갈랐다.

매일 박근혜 퇴진시민 촛불대회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참여할 사람들은 비가 오는지, 얼마나 추운지 관심거리였고. 촛불집회가 날씨 때문에 무산되거나 축소되기를 기대하는 삼청동 패밀리들에게도 토요일의 일기예보는 관심이 집중되었을 것이다. 토요일 날씨가 다 좋지는 않았지만, 촛불을 든 시민들의 퇴진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


또 빠지지 않는 부록 뉴스가 있으니 ‘오늘의 주식시황’과 환율 뉴스다.
앞에서 물은 것을 다시 한 번 물어보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 주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 독자들 대부분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 없을 것이다. 필자는 환갑이 다 되는 나이지만 아직 주식거래를 해 본 적이 없다.

젊었을 때 투자신탁에 적은 돈을 맡겼던 적이 있지만, 만기가 되기 전 IMF를 지나고 만기가 되었을 때 원근의 70%만 돌려받고 이마저도 손절매. 아마 주식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개인소득을 유지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또 재산이 남아서 몇천만 원 이상 몇억씩 주식에 돈을 묶어두는 사람도 극소수일 거다. 그런데 날마다 뉴스에는 주가지수를 알려준다.

환율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여윳돈을 달러나 유로 혹은 엔화, 위안화에 투자해서 부를 늘려나가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필자도 해외출장 갔다가 남은 돈 몇백 달러가 있다. 그래서 잠시 환율 뉴스에 귀기울인 적이 있다.

그래프 상에는 큰 폭의 오르내림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채 10원이 될까 말까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나처럼 적은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 주 동안의 심한 등락폭을 다 합쳐봐야 겨우 몇 천원도 되지 않는다. 독자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정도이지 않을까? 즉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주식이나 환율의 등락이 자기 인생이나 경제생활과 큰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주가와 환율 뉴스는 매일 계속되고 있고 수십 년 동안 이런 뉴스 하지 말라는 항의나 요구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여기에도 일정한 함정이 있으니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그러니 환율 변동에 따라 우리의 수출은 영향을 받을 것이고 수출이 늘고 주는 것이 나의 삶과도 관계가 있다는 심리적 연관성을 강제하고 있다.

주가지수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주가지수가 어떠냐, 2천을 넘었느냐? 천 팔백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은 개뿔! 주가 뉴스 역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걸 우리나라의 경제지수로 혹은 우리나라 경제의 흥망지수를 듣는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그런데 일반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생활뉴스 한 가지는 거의 전달하고 있지 않다. 그게 농업, 농산물시장가격, 작황, 농산물 수입현황 등 농사뉴스이다.
모든 사람은 매일 세끼 밥을 먹고 산다. 그래서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인 농산물 - 주곡과, 잡곡, 채소, 과일 등의 농산물 가격은 다른 부록뉴스보다도 훨씬 더 생활밀착형 뉴스일 것이다. 그런데도 농사뉴스는 가끔씩 내보낸다.

그것도 “배추값 폭등, 김장값 예년의 두배” 등, 소비자 겁주기용 뉴스가 많다. 그런데 농산물뉴스를 매주 한번씩 정해진 시간에 알려주면 소비자들과 농민들의 정서적 유대도 높아지고 농산물가의 등락 예보에 따라 소비자들이 사전 대처를 할 수도 있어 농산물 가격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수입되는 농산물의 양과 경락가도 알려주면 소비자들이 장바구니 경제를 계획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상인들이 얼마나 이익을 취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여기에 GMO(유전자조작농산물) 뉴스도 같이 전해주면 어떨까? 얼마전 식약처와 경실련의 GMO 수입업체 정보공개청구 심판에서 식약처가 패소하였다. 식약처는 ‘GMO 수입업체와 수입량을 공개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서 공개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였지만 대법원에서 기업의 이익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결하였다.

공개에 대한 장애가 없어졌으니 매주 들어오는 GMO농산물이 어느 회사에 얼마나 공급되는지, 얼마에 수입되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소비자들이 GMO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GMO에 대해 안다고 하는 소비자들이 80%가 넘고 불안감을 느끼는 소비자들 역시 60%가 훨씬 넘는 현실에서 GMO뉴스는 주식이나 환율 소식보다 더 필요한 뉴스가 아닐까?

올해 8월까지 수입된 GMO 농산물이 6백6십5만 톤이다. 매달 평균 8십3만 톤이고 매주 20만 톤씩 항구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올해도 GMO 수입은 천만 톤에 육박하거나 넘을 전망이다. 이 정도면 일주일에 한번 하는 농사뉴스에 30초 뉴스로 낄만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주식이나 환율보다 더 와닿는 농사뉴스를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부록뉴스로 전달하길. 거기에 GMO뉴스도 포함해 주길.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유전자조작식품반대 생명운동연대 집행위원장

[이재욱 칼럼] 농사뉴스를 허하라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