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도 모르는 그분에게...
  • 입력날짜 2021-12-28 15: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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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호 전마전- 배옥숙 생애설계상담 전문가가 30대 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이름 모를 50대 부인의 넓은 아량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름도 모르는 그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금부터 33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되는 일이기에, 지면을 빌려 이름도 모르는 그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아버지의 49재가 있던 날, 어머니와 우리 6남매 부부는 모두 아버지를 기리며 실내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당시 7살, 4살인 작은오빠네 남매와 7살인 우리 딸아이가 밖에서 너무나 조용하게 놀고 있었습니다.

꼬마 3명이 조용한 게 마음에 걸려 밖에 나가보니, 아이들은 당시로는 흔하지 않은 대형차인 검은색 포드라는 남의 외제 차 사방에 뾰족한 돌로 그림을 그려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너무 당황스럽고 기가 찰 노릇이라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차 옆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승복을 곱게 차려입은 50대 부인이 다가와 차주라고 밝혔습니다.

부모들이 백배사죄하며 배상을 하겠다고 했더니
“오늘이 백일기도 마지막 날입니다. 아이들이 제 기도를 완성 시켜주려 하나 보네요. 배상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분은 본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도 알리지 않고 또 우리 이름과 전화번호도 묻지 않고, 엉망으로 낙서가 된 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어쩌면 그분은 철없는 꼬마들의 장난으로 인해 30대 부모들이 지게 될 금전적인 부담 걱정을 덜어 주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 각박한 세상에 자신이 크나큰 손해를 보고도 그렇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그 이후 종교는 다르지만 매년 새해가 되면, 부처의 참 가르침을 몸소 보여준 그분을 위해 축복 기도를 합니다. 그분의 기도 제목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30대였던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롤모델로 마음에 남아있는 이름 모를 그분!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기에 직접 전할 수 없는, 그분의 따뜻한 배려와 선행을 영등포시대를 통해 공유하며,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배옥숙(생애설계상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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