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 ‘동학스타일’
  • 입력날짜 2012-09-29 06: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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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립영화 <동학, 수운 최제우> 감독 박영철 그가 바라본 ‘동학’
최제우, 최시형, 전봉준, 김구, 방정환등 이들 역사적 인물들의 사상적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동학이다. 수운 최제우는 동학의 창시자이고 해월 최시형은 2대 교주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최초의 동학농민군 봉기를 이끌었으며, 백범 김구는 1893년 동학에 입교하여 팔봉도소접주로서 동학농민운동을 지휘하였다. 또한 소파 방정환은 제2세 교주 최시형의 ‘물타아(勿打兒)설법’ 즉 ‘어린아이를 때리는 사람은 하느님을 때리는 사람이다.’는 사상을 발전시켜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만들었다.
인터뷰에 응한 박영철 감독(55세) 그의 복장 만큼이나 사고관은 유연했다.     © 추광규 기자
인터뷰에 응한 박영철 감독(55세) 그의 복장 만큼이나 사고관은 유연했다. © 추광규 기자
이들 인물들의 면면에서 볼 수 있듯이 근대 민족사를 논하면서 ‘동학’이라는 사상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 여기에 더해 이 같은 동학사상이 유력 대권주자의 슬로건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오는 30일(일) 서울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독립영화 <동학, 수운 최제우>를 제작한 박영철 감독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대선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는 동학의 인내천 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그 의미를 실천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영화를 본후 대선 출정식을 치렀어야만 했다는 것.

그의 주장이 단순히 영화 흥행만을 위한 것만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그가 두 시간여 동안의 인터뷰 과정에서 풀어 놓은 최제우라는 역사적 인물을 생각한다면 이 같은 호언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박영철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 ‘<동학, 수운 최제우>’는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는 것일까? 영화를 제작한 박 감독으로부터 직접 그 은밀한 속살을 들어 보았다.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부터 먼저 부탁한다.
“<동학, 수운 최제우>는 독립영화로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의 최후와 함께 구한말 외세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한 ‘人乃天’(인내천)을 바탕으로 한 동학사상의 생성을 그리고 있다. 영화적 재미 속에 이제껏 종교로만 알려진 동학사상이 왜 우리 민족의 반외세 정신에 토대가 되었나를 보여 주고 싶었고, '동학 혁명'이 단순히 외세를 물리치기 위한 민중 봉기가 아닌 우리 민족이 만들어 낸 고유 사상이란 점을 한권의 책을 읽듯이 영화 속에서 버무려 냈다.”

-영화의 주연과 출연배우들을 소개해 달라.
“주연은 얼마 전 한국 연극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박성준이 수운 최제우 역을 맡아 열연했으며 중견 연기자 송경의가 최제우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상주목사 조영화 역을 맡아 동학 배척운동의 거두로 등장한다. 갈등 구조의 두 축이다.”

-독립영화 제작자이자 감독뿐만 아니라 배급자로 나서는 등 1인 5역 그 이상을 맡고 있다고 하는데 독립영화의 현실을 말해 달라.
“영화 기획에서부터 제작 감독 그리고 배급까지 저 혼자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 물론 상업영화가 아니고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독립영화의 여건은 너무나도 좋지 않다.

독립영화가 1년에 학생 장편영화를 모두 포함해 1천편 가까이 제작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가운데 영화관에 걸 수 있는 작품은 몇 십편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3~4억 원에 이르는 자금이 투자되었음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제작이 중단되거나 완성 후에도 영화관에 걸리지 못하고 결국 자비로 독립영화를 제작한 감독이 수익의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여 다음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래서 지금도 몇 년 동안 차기작을 만들지 못하는 감독이 많다고 한다.“
영화 포스터     © 박영철 제공
영화 포스터 © 박영철 제공
-영화관에 독립영화를 걸려면 요건이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자격 요건은 일단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심의한 예술영화로 인증 필증을 받아야 그 필증을 가지고 독립영화관에서 상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19세 관람가냐 15세 관람가냐. 판정이 안 나면 상영이 안 된다. 또한 올해부터는 독립영화 인증심의를 거쳐야 하는 등 그 제도적으로 제약하는 요소가 더러 있다.”

-독립영화의 장점은 무엇이고 또 단점은 무엇인가?
“상업영화는 자본논리에 의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마치 물건을 제작해서 팔듯이 철저한 자본의 논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패스트푸드처럼 영화에 혼이 담기지를 않는다.

그러나 독립영화는 그런 상업 영화의 정반대 편에 서 있다. 거의 1인 제작 시스템 하에서 깊고 여운이 남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게 독립영화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독립영화 예산은 통상적으로 어떻게 조달하게 되는가.
“독립영화는 저예산이 기본이라고 하더라도 적게는 몇 천만 원에서 많게는 3~4억 원 까지도 투입되어야만 완성이 된다. 자기 돈으로 제작하는 이들도 있지만 결국 일정 부분은 외부에서 돈을 끌어 들일 수밖에 없는데 가장 큰 몫은 영화진흥위원회와 각 지자체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영화가 서류만으로는 제대로 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감독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것이다. 지원을 위한 심사과정에서 서류가 중요하겠지만 창작물인 영화에 있어서는 그 지원을 결정함에 있어 서류심사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나리오라는 설계도를 가지고 심사위원과 지원을 받고자 하는 감독과의 심층인터뷰를 통해서 지원 적격여부가 가려져야만 할 것이다. 단지 서류와 프레젠테이션의 기교만을 평가해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현재의 지원 방식은 개선되어야만 할 것이다.”

-<동학, 수운 최제우>에서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고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동학혁명은 민중봉기로만 단순하게 인식하고 있는데, 조선조 후기 호남지방 백성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에너지가 있었기에 민중 혁명을 일으켰을까 하는데 주목했다. 혁명의 동기가 단순히 ‘못살겠으니 갈아치우자’라는 단순한 명제만은 아니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꿈틀거렸던 그 혁명의 시기에 있어 그 어떤 사상이 있었지 않겠느냐는 시각을 가지고 접근한 것이다.

저는 영화를 만들기 전, 2년 이상을 최제우 선생에 대해 추적해 보았다. 역사적 평가는 단순히 그가 동학사상을 창시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그가 동학사상을 지키려고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이분은 조선조 후기 성리학이라는 공고한 현실의 벽 앞에서 도망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목숨을 걸면서 까지 자신의 인본주의 사상을 설파했다. 이런 과정 하에서 두려움이나 공포 등 인간적인 면들에 대해 영화에서 다룬 것이다. 그럼에도 종교적인 측면으로 보는 이들은 최제우 선생을 너무 나약하게 그렸다. 또 성인처럼 그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동학이 우리 민족에게 끼친 영향은 너무나도 깊다. 김구 선생을 비롯해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도 동학도 였다. 또한 일제 강점기 때 3.1운동의 중심은 동학도들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독립자금 또한 동학단체에서 거의 다 나왔다. 이처럼 동학이 우리역사에 얼마만큼이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야 하는데 일반인들이 동학을 종교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안타깝다.”
BIFF야외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주연배우 박성준-송경의     ©박영철
BIFF야외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주연배우 박성준-송경의 ©박영철
 
-동학사상이 우리 정치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학에 관심이 많으셔서 TV드라마를 만들고 싶어 하셨다고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다른 나라 국가원수들을 만났을 때 ‘동학혁명에 대해서 아시느냐’고 자주 묻곤 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살아 계셨더라면 제 영화를 꼭 보고 싶어 하셨을 것 같다.

정치인은 동학사상의 본질을 현실정치에서 실천 해야만 한다. 동학사상의 본질이 바로 평등이고 나눔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최제우 선생은 자신의 두 몸종을 면천 시켜줬을 뿐 아니라 한 명은 자신의 수양딸로 또 한명은 며느리로 삼았다.

최제우 선생은 두 사람을 면천 시켜주면서 ‘너는 나의 딸이다. 나는 너의 아버지로 평생을 살겠다’고 말하면서 노비문서를 불사른다. 링컨의 노예해방보다 앞선 선구적인 인간 평등주의 사상의 실천이었다. 이 같은 선구적인 사상가의 실천을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분들이 받아 들여 이를 실천해야만 하지 않는가 한다.”

-영화에서 구도와 함께 배역들의 옷 색깔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TV사극에서는 주인공들 복장은 매우 화려한데 이는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다. 우리민족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백의민족이다. 영화 속에서 최제우 선생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평민이든 백정이든 선비든 똑 같은 하얀색으로 상징화 시켰다. 이와 비교해 최제우 선생은 연둣빛 도포를 입었다. 평화를 상징하고 생명을 의미하는 색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최제우 선생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영남학파인 상주목사 조영화는 동학배척 운동의 거목으로 실존인물 인데, 이 분의 경우는 붉은 자주색 도포를 입고 등장한다. 의도적 화면 구도와 함께 의상색깔에서 갈등구조를 그렇게 배치한 것이다.”

-영화 제작과정에서 에피소드는 없는가.
“제작비가 충분했다면 사극이니까 민속촌 같은 곳에서 찍어야만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경기도에 있는 대장금 세트장의 경우 임대료만 하루에 400만원이다. 여기에 세트를 만드는 비용은 또 별도로 들어가야만 하기에 엄두가 안 났다. 결국 영화는 우이동에 있는 3.1운동의 본거지인 봉황각과 손병희 선생 기념관을 활용해 촬영했다.
영화속 최제우 선생이 자신의 두 노비의 문서를 불사르고 있다.      © 박영철
영화속 최제우 선생이 자신의 두 노비의 문서를 불사르고 있다. © 박영철
 
-오는 30일 서울 개봉과 관련해 상영관으로 인디스페이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인디스페이스가 좋았던 것은 2년 반전 이곳에서 워낭소리를 장기 상영하면서 흥행에 성공하는데 그 단초를 만들어 줬다. 대표로 있는 분이 김동원 감독인데 독립영화계에서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광화문 흥국생명 맞은편으로 서울 역사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데 좌석은 110석에 불과하지만 아담하면서 시설이 좋다. 개봉은 9월 30일지만 다음 달인 10월 4일부터 본격적인 상영에 돌입한다.

-끝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이번에 개봉하는 독립영화 <동학, 수운 최제우>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에게 우리 선지자들이 어떤 정신을 가지고 당시 제국 열강들의 틈새에 놓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나를 중점적으로 그렸으므로 교육적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동학혁명 때 희생당한 후손 분들과 동학에 관심을 둔 민족종교 인들이나 단체, 중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 영화애호가 씨네필들에게 좋은 정보로 소개되었으면 한다.

특히 대선 후보로 나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들께서는 이 영화를 관람하시고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관련해 저는 세 후보께 영화 관람을 해주십사 하는 초대장을 보내고자 한다.”

<동학, 수운 최제우> 상영 일정은 다음과 같다


9월 30일 (일) 14:30 ~ 16:16, 10월 4일 (목) 18:00 ~ 19:46, 10월 5일 (금) 16:20 ~ 18:06, 10월 7일 (일) 14:00 ~ 15:46 관객과의 대화- 무대 위에서 감독이 작품에 관한 연출을 소개하고 관객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자리, 10월 8일 (월) 10:30 ~ 12:16, 10월 10일(수) 16:10 ~ 17:56

상영관 : 인디스페이스 (02-738-0366)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1-153 가든플레이스 2층

추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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