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출 청소년 탈출구 '가출팸', 그 위험한 동거
  • 입력날짜 2012-09-23 06: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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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심각해지는 가출 청소년들의 행태, 대책마련이 시급
지난 2일 인천의 부평역에서 만난 지 아무개(여, 17세)를 포함한 3명의 아이들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잠시 후 나타난 송 아무개(남, 18세)는 이들에게 5만원권 지폐를 보여준 뒤 네 명이서 사라졌다. 하나의 '가출팸'이 만들어진 것이다.

'가출팸'은 가출과 패밀리의 합성어이다. 가출 청소년들이 2~10명씩 모여 집단으로 거주하는 모임을 가리킨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 중 18%가 가출팸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20만 명의 가출 청소년 중 4만 명이 가출팸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채팅이나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서 만남이 이루어진다. 각자 벌어온 돈을 관리하는 '엄마'와 생활 규율을 강제하는 '아빠'까지 존재하는 가출팸은 말 그래도 동고동락하는 가족인 셈이다.

이 날 만난 지양은 "원래 가족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지금 우리 팸을 통해 느끼고 있다."며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가출팸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한국청소년 쉼터협의회 사무국장 신지현씨는 가출팸에 대하여 "가정에서 받지 못했던 유대관계를 가출팸에서 대안적으로 찾고 있는 것이다. 생존에 따른 경제적,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구책에서 가출팸에 형성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가출팸의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집에서 가지고 나온 돈이 다 떨어지면 이들은 생계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당장의 끼니 해결조차 불가능하게 되어 돈을 벌 곳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근로 기준법 상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일을 하려면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합법적인 고용이 불가능한 가출 청소년들은 앵벌이를 하거나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혼숙도 감행하는 가출 청소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일삼고, 돈을 벌어오지 못한 친구에게는 폭력을 휘두르고 왕따를 시키기도 한다. 남학생들은 찜질방이나 PC방을 돌며 스마트폰을 훔치고 취객의 지갑을 훔치는 등 대담한 범행까지 저지르고 있는 실태다.

이에 대해 우리아이지킴이 여영미 대표는 "가출팸의 등장은 기존의 가정이 붕괴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들을 찾아내어 계도해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어른들의 책무이다. 그들을 훈계하고 벌을 주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제2의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며 가출팸 문제 해결을 위한 민, 관, 기업의 유기적인 계도 활동을 강조하였다.

가출로 인한 외로움을 덜기 위해 형성한 가출팸. 하지만 가출팸은 성매매나 폭행, 절도 등 각종 폐해의 온상이 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어진아 님은 한국ngo신문 제4기 대학생 기자 입니다.

어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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