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돈 벌어 오셨어요?' 정리해고자 가슴먹먹!
  • 입력날짜 2012-09-23 06: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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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고 희망 찾기> 국회 토론회, 콜트‧콜텍 정리해고자 이야기를 듣다.
“아들 녀석은 오랜만에 집에 가면 ‘아빠 오셨어요.’라고 하지 않고 ‘아빠 돈 벌어 오셨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리해고자들의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부에게 정리해고자들은 국민이 아닌 것 같다.”

콜트‧콜텍 정리해고자들의 안타까운 증언들이 이어졌다. 9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민주당 최재천 국회의원실과 경향시민대학에서 주최하는 <민생고 희망 찾기> 국회 토론회의 세 번째 순서다. 이 자리에서는 콜트‧콜텍 정리해고자들의 증언과 정리해고의 대안을 찾기 위한 전문가와 시민의 토론이 이루어졌다.
 9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토론회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이야기'     ©김보민
9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토론회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이야기' ©김보민
 
콜트 악기는 전자기타를 만드는 회사다. 콜트는 2006년 신용평가기관에서 AA0(우수), CF1(현금창출능력 우수)등급을 받은 재정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회사였다. 2007년을 제외하고는 적자를 기록한 적도 없다. 그런데 2007년 4월 12일 경영 악화를 이유로 생산직 사원들을 모두 정리해고 했다.

2012년 2월 23일에 대법원은 콜트의 정리해고에 대해 ‘부당해고’와 ‘해고자 복직‘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콜트악기는 해고자들의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5월 31일에 한 번 더 해고를 통보하였다.

콜텍 악기는 통기타를 만든다. 콜트와 콜텍의 사장은 박영호 대표이사로 같은 사람이다. 콜텍 역시 회사의 경영 악화를 이유로 생산직 노동자 전원을 2007년 7월 9일에 정리해고 하였다.

콜트‧콜텍의 정리해고 이면에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대체공장이 있다. 대체공장의 생산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오자, 국내 공장을 정리해버린 것이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제도다. 하지만 콜트‧콜텍은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문제는 이런 경영 전략상의 정리해고를 법원이 용인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콜트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한지 5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것에는 법원의 책임도 크다. 김태욱 변호사는 “법관들의 노동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해고자들의 생계도 문제다. 긴 법정싸움을 하는 동안 실업급여는 끝난 지 오래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 지회장은 “해고자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라고 증언했다.

토론회에서는 해고자들에게 생활안정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정리 해고자들의 생계 문제를 위한 정책적인 고려가 사실상 없었다. 제로베이스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같은 시각, 국회의사당에서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에 관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었다. 토론회를 주최했던 은수미 의원도 쌍용차 청문회로 인해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했다. 쌍용차처럼 큰 규모의 정리해고는 사회적 관심이 큰 편이다.

반면, 콜트‧콜텍과 같은 소규모의 정리해고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소규모 정리해고자들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리해고에 대한 사회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들이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다.

공장의 법적인 주인은 사장 한 사람일지 모르지만, 그 공장에서 먼지를 마시며 20년을 일한 이들 또한 공장의 주인이다. 이인근 지회장은 “노동자들에게 공장은 삶의 터전”이라 했다. 수백명의 삶의 터전을 없애버릴 권한이 기업의 경영자 한 사람에만 있을까. 이번 <민생고 희망 찾기> 토론회는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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