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의 고질적인 병폐인 교회세습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한국 개신교계 최초로 감리교에서 교회세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교회 권력 대물림을 끊겠다는 의지를 교계에 안겨줬으나,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의 교회세습 소식은 교계 안팎에 적잖은 실망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29일 한기총 발표에 의하면 왕성교회는 지난 27일 저녁 당회를 열고 왕성교회(서울 관악구 서원동)의 길자연 담임목사(71)가 아들인 길요나(45) 목사(과천왕성교회)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기는 세습안을 통과시켰다.

교회측은 이날 당회에서 당회원 99명중 찬성 85명, 반대 12명, 기권 5명으로 압도적인 찬성으로 교회세습과 관련된 안건을 통과시켰다.

왕성교회는 다음달 7일 공동 의회를 열고 세습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계 안팎에선 교인들의 대표격인 당회원들이 찬성한 안건인 만큼 '세습안'이 뒤집히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왕성교회는 지난 3월부터 이미 길자연 목사의 아들 길요나 목사가 담임으로 부임중인 과천왕성교회와의 합병을 결의하는 등 교회세습을 위해 물밑작업을 했던 알려졌다. 한편, 왕성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는 신도수가 1만여명에 달하는 국내 대표적인 대형 교회 중 하나로 보수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특히 길자연 목사는 2003년과 2011년에 한기총 대표회장을 맡은 보수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17대 한기총 선거 과정에서 금권선거 논란을 빚은 바 있으며 법원으로부터도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인정된다"는 판결로 인해 회장 직무를 정지 당한 바 있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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