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정부 발표 다르게 보도하면 '국보법' 위반?
  • 입력날짜 2012-09-28 06: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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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민보>이창기 대표 징역 2년 실형 선고에 시민단체들 강하게 반발
"며칠 후면 추석이나 양심수분들은 감옥 안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낼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양심수들이 8ㆍ15때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단 한 명의 양심수도 지금 정권이 풀어주지 않았다"

27일 오후 종로구 탑골공원 정문에서 개최된 '자주민보 이창기 대표 실형 선고 규탄' 집회에서 민가협 김현주 사무국장의 발언이다.

이에 앞서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태웅 판사는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터넷 매체 <자주민보> 이창기 대표에 대해 징역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하고 압수된 이적표현물을 몰수한바 있다.

재판부는 선고 이유에 대해 "자주민보라는 언론매체를 이용해 북의 주체사상, 선군정치 지도자 찬양,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해 사회적 혼란을 주었다"면서, "특히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 북의 도발을 왜곡해 북의 입장에서 보도함으로서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계속해서 "이메일을 통해 북 공작원과 통신한 사실은 정황으로 보아 일부 인정된다"면서도, "국정원과 검찰이 주장하는 북한 공작원과의 회합은 뚜렷한 증거와 확증이 없다"며 이 부분 기소와 관련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또한 간첩죄와 관련해서도 "구체적 지령수수와 목적수행의 증거가 없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 공원에서 열린 '자주민보 이창기 대표 실형 선고 규탄집회'  ⓒ 김아름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 공원에서 열린 '자주민보 이창기 대표 실형 선고 규탄집회' ⓒ 김아름내
 
단순히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정도가 국가안보를 위협?

지난 3월 29일 <자주민보> 이창기 대표가 구속 기속된 후 결성된 '이창기 대표 석방을 위한 긴급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27일 오후 민가협 목요집회에 맞춰 탑골공원에서 '자주민보 이창기 대표 실형 선고 규탄 집회'를 가진 것.

대책위는 오늘 집회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심히 유린하는 판결"이며, "시대상황에도 맞지 않는 냉전적 사고방식에 의한 판단"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입장은 "단적으로 천안함사건 등의 경우 정부의 공식입장과는 다른 입장을 표명하는 언론활동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 탄압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면서, "설령 자주민보의 천안함사건 등에 관한 보도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 할지라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으며 이것이 어떻게 국가의 이익을 해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적시가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이어 "단순히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자의 정당한 언론활동을 문제 삼아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군사정권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심각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는 것.

대책위는 계속해서 "재판부는 '북의 공작원을 만났다'는 국가보안법상 회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했지만, 피고인이 일관되게 부인해온 '북 공작원과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는 통신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를 판결했는데, 이 또한 검찰 측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 무슨 '위험한 내용'과는 상관없는 단순히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정도의 내용을 가지고 검찰 측이 제시한 혐의내용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계속해서 "이는 진위여부를 떠나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등의 이메일이 어떻게 국가이익을 해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 없이 유죄를 선고하는 지극히 허술하고 설득력 없는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또한 "국가보안법이 규정한 내용이 모호한 용어로 정의되어 실제로 국가안보에 위협적이지 않은 행위까지 제재하는 등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했던 1992년 유엔인권이사회의 입장 등 국제사회마저 오래전부터 우려해온 부분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5월 25일과 7월 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주민보> 일부기사 삭제통보에 대해 "전근대적인 언론탄압"이라며 강조한 뒤, "자주민보는 2000년 창간한 이래 12년 넘게 남북관계 발전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양심과 정의에 편에서 한결같은 언론활동에 정진해 왔다. 자주민보는 어떠한 탄압의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끄떡없이 갈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마지막으로 "현 정부와 사법부에 엄중히 요구한다"면서, "6.15선언과 10.4선언 실현 위해 정진해온 자주민보에 대한 언론탄압 즉각 중단하라!", "사법부는 시대흐름에 합당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창기 대표를 즉각 석방하라!"등을 요구했다.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 김아름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 김아름내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현 정부를 폭로했기 때문

이창기 대표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과 관련 현재 자주민보 편집을 맡고 있는 이정섭 기자는 "6.15와 14공동선언으로 우리민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지 않고 평화롭게 잘 살기 위해서,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던 이창기 대표에게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이라는 실형을 선고했다. 또한 한성 기자에게도 자격정지, 징역 2년을 검찰은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계속해서 "이창기 대표는 나올 거라 생각하고 모든 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자신 있게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것은 양심의 정당하고 한결같은 우리들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결국 풀어주지 않았다. 그들을 풀어주지 않는 까닭은 그들이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현 정부를 폭로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아름내 추광규 공동취재>

김아름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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