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 취소' 조합원 선택 어떻게 해야 하나!
  • 입력날짜 2013-01-09 04: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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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세력들이 말하지 않는 매몰비용에 관한 불편한 진실들
한동안 언론에서는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출구를 열었다고 야단법석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빠져나가야 할 출구는 아득하다. 혹자는 “주민들이 사업을 원하지 않으면, 조합원 50프로 이상이 조합해산 동의서를 징구하면 될텐데 무엇이 문제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재개발 취소 소송과 관련 판결 직후 한 재개발 지역의 주민들이 모여 상황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 최광복
▲재개발 취소 소송과 관련 판결 직후 한 재개발 지역의 주민들이 모여 상황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 최광복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왜 그럴까?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매스미디어를 통해 “사업을 중단한 곳에서 시공사가 조합과 조합원을 상대로 수백억 원대 매몰비용을 청구했다”는 기사를 쏟아낸다. 그러면 조합에서 이런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실어 조합원에게 소식지를 보낸다.

그리고 친절하게 해설까지 곁들인다. “봐라! 조합을 해산하면 너희들도 이 꼴이 될 것이다” 그러면 주민들은 그것이 개발세력들이 놓은 덫인 줄도 모르고 두려움에 조합해산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관청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기사가 사실과 다른 터무니없는 내용이란 것을 법률정보라도 제공하며 설명이라도 해주는 것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지체 높으신 대한민국 공무원은 절대로 그런 허드렛일을 할 생각이 없다. 그들은 왠지 모르게 철저하게 침묵한다. 질의를 해도 애매하기 짝이 없는 답변뿐이다.

이때 조합원을 위해 존재해야 할 정비업체와 조합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조합원에게 사실관계를 알려주는 노력이라도 하는 것일까? 절대로 아니올시다! 그들은 오히려 하루 에 수십만 원씩 하는 정예 홍보요원(일명 O.S 요원)을 동원하여 조합원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첩이라도 되어줄 듯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조합원님을 위해 드리는 말씀인데요, 사업이 중단되면 조합원이 그동안 사용한 모든 비용을 책임져야 해요!”

재개발과 관련된 비리커넥션의 주인공들은 이렇게 철저한 동맹군이 되어 있다. 오늘도 그들은 동맹체제를 강화하며 주민들을 이렇게 우롱하고 기만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우롱 당하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매몰비용에 관한 진실을 이야기해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정보가 없는 주민들은 겁부터 집어먹고 서로 눈치만 보게 된다. 개발세력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이 놓은 덫에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매몰비용,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나?
그렇다면, 개발세력들이 말하지 않는 매몰비용에 관한 진실을 알아보자.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살펴보면, 그곳에는 매몰비용에 관한 언급이 없다. 다만 도정법에서는 이렇게 언급하지 않은 내용과 관련해서는 ‘민법상 사단법인에 관한 내용을 준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민법상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재개발 조합은 일정지역의 도시개발을 목적으로 토지 등 소유자(조합원)를 결합하여 정부의 승인을 받아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하여 조직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서 타인과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행위능력을 행사하는 법인격을 취득하여 단체성이 강하나, 그 구성원인 조합원은 개성을 상실하고 사단(조합)이 권리주체로서 행위함으로 구성원은 사단(조합)에 대하여 무한 책임이 아닌 유한책임(분담금, 운영경비 등의 납부)만을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구성원인 조합원은 조합의 대외적인 채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출처: 이은영 교수, <<민법총칙(사단법인의 단체성 및 권리귀속편>>, 박영사)”고 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는 판례들도 존재한다.

우선, 대법원에서 2010.6.24.선고 2010다 9269판결에서 물품대금청구건과 관련하여 “조합 채권자가 조합이 아닌 조합원 개개인에게 물품대금 청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또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는 ‘조합에 5억 원을 대여한 업체가 조합을 상대로 반환소송을 하여도 변제를 하지 않자, 조합원 개개인에게 지급을 요청한 사건’인 2010.12.17. 선고 2009가합8296판결에서 대여금 반환청구는 “조합이 자금을 차용하여 사용하는데 조합원이 사전에 동의하였고, 조합의 규약에 따라 분담금 결의가 있을 경우 조합에게 분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을 뿐 조합원이 대부업체에게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조합 표준정관 제21조 제3호는 “도시정비법 제61조(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부과금의 부과 및 징수)의 규정에 의한 부과금의 금액 및 징수방법”을 총회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정관의 해석에 따르면 총회 결의 없이는 별도로 조합이 조합원에게 청산채무를 분담시킬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조합이 조합원에 대하여 갖는 개발 부담금 분담금 채권을 압류하였다 할지라도 비법인 사단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조합에게 부과된 개발 부담금을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분담하게 하는가는 전적으로 조합원 총회 등의 결의나 조합규약에 정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확정할 수 있다"고 판시(대법원 1997.11.14.선고 95다8991판결)하여 총회 결의 없이 조합원들에게 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추진위 또는 조합의 단체법적 성격으로 일반 토지 등 소유자들이 매몰비용 분담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정비사업비 차용 시 연대보증을 한 조합의 임원들은 연대보증 일반 법리에 따라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연대보증을 서지 않은 조합원들은 걱정만 하지 말고 지체 없이 조합해산동의서를 제출하는 것이 지금의 위험을 벗어나서 자신의 재산권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부천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류재선 뉴타운재개발비대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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