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찬 재활용하지 않는 식당 어디 없소?
  • 입력날짜 2013-02-15 0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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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개성 만점의 부부가 운영하는 양평동 4가 ‘종로식당’
종로식당 외부 전경
종로식당 외부 전경
 
음식 맛은 괜찮은데 다시 가기에는 왠지 불편한 식당들이 있다. 먹고 남은 반찬과 음식물을 치울 때 한 곳에 모으지 않거나 남은 반찬의 접시를 가지런히 줄맞춰 치우는 식당, 당당하게? 반찬을 재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당들이다.

반찬 재활용을 하지 않는 그런 착한 식당은 어디 없을까? 도시락을 준비했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점심메뉴를 놓고 한번쯤은 고민해 봤을 것이다. 어느 식당으로 가서 뭘 먹을까? 좀 더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사람이라면 덤으로 반찬 재활용을 하지 않는 식당을 찾아 나설 것이다.

음식이 나오는 과정에서부터 식사를 마치고 손님이 나간 후 그릇과 반찬을 정리하는 모습을 주인장 몰래 여러 날 지켜본 이후 ‘종로식당’ 사장님(이강호)에게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잔반을 한곳에 모으는 이광호 사장(이 사진은 사전 동의 없이 촬영된 것이며 양해를 구해 싣습니다)
잔반을 한곳에 모으는 이광호 사장(이 사진은 사전 동의 없이 촬영된 것이며 양해를 구해 싣습니다)
 
인터뷰는 2월 13일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시간에 ‘종로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일주일에 많게는 서너 번, 적게는 두세 번은 이곳에 와서 식사를 했습니다.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네. 기억합니다.

▶반갑습니다. 오늘은 손님으로서가 아니라 인터넷신문 영등포시대 기자로서 인터뷰를 위한 인사입니다.
네.

▶종로식당은 언제부터 운영을 시작 하였으며 식당운영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식당 운영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면 더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종로식당을 운영한지는 2년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원래 제가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 자연스럽게 식당 운영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식당 사장님들을 많이 봅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자체 건물에서 운영하는 몇몇 대형식당들을 빼고 나면 주위의 식당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대료 내기도 벅찬 현실 말입니다. 원가는 오르는데 손님은 줄고....

▶혹시 식당에서 반찬재활용 또는 재조리 하는 것이 경기불황과 관련이 있을까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반찬의 재활용이나 재조리가 경기하고 상관이 있나요?

▶그럼 질문을 바꿔서 드리겠습니다. 혹시 반찬재활용 하는 식당에 대해서 들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반찬 재활용하는 식당이요?

▶네
그거야 언론을 통해서도 보고 듣고, 우리 식당을 이용하시는 손님들을 통해 듣기도 합니다. 아내와 외식하러 나가서 직접 목격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입장에서 반찬 재활용이나 재 조리를 하는 식당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식당을 이용하는 손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음식은 곧 건강입니다. 그래서 첫째도 청결이고 둘째도 청결입니다.

▶예의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예의가 아니지요. 왜냐하면 손님의 주문에 의해 음식이 식탁에 올라가는 순간 그 음식물에 대한 권리는 손님에게 있으므로 식당 주인이 재활용할 권한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손님이 빠져나간 후 식탁을 정리하면서 남은 음식(반찬)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을 쭉 지켜봤습니다. 반찬 재활용을 하지 않는 식당으로 인터뷰 기사가 나가도 되겠습니까?
제가 비록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손님들에게 내 놓는 음식 하나하나는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늘 청결하게 조리하고 있으며, 재활용은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반찬 재활용은 정말 안 하십니까?
(기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저희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남긴 반찬을 한곳에 모아서 치우고 있습니다. 재활용 안합니다. 그동안 저희 식당을 이용하시면서 쭉 지켜봐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사장님처럼 남은 반찬을 한곳에 모아서 치우는 식당과 남은 반찬의 접시를 가지런히 줄맞춰 치우는 식당의 차이점은 재활용을 하지 않는 식당과 재활용을 하는 식당? 이렇게 받아드려도 될까요?
그분들이 왜 잔반의 접시를 가지런히 줄맞춰 치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희같이 한곳에 담아서 치우는 식당들은 재활용이나 재조리는 불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사장님께서는 식당들이 반찬 재활용을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저의 일이 아니라 답변 드리기기 좀 그런데요. 반찬 재활용하는 식당을 대변할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음식이 아까워서? 아니면 이윤을 좀 더 남기기 위해서 하나? 참! 입에 들어가는 음식에 장난치면 안되지요.

▶그럼 ‘종로상회’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면 이익을 더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불쾌한 얼굴로 다시 기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반찬을 재활용하거나 재조리를 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서 인터뷰를 요청하신 것 아닌가요?

▶물론 그렇습니다만 남는 음식물(반찬)을 보면 재활용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물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손님의 주문에 의해 식탁에 올라간 음식의 권리는 손님에게 있으므로 재활용할 권한이 식당 주인한테는 없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식당 주인이 손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면 재활용 할 수 있겠습니까? 남이 먹던 반찬이나 음식을 다시 조리하여 내가 먹는다면 누가 그런 식당에 가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반찬 재활용 관련해서는 이정도로 정리하고 ‘종로식당’을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식당 홍보요?

▶네, 반찬재활용 안하는 착한 ‘종로식당’홍보요.
특별히 홍보할게 없는데....
종로식당 내부전경
종로식당 내부전경
 
▶그럼 사장님은 어떤 사람이고 종로식당은 어떤 식당인가요? 설명 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입니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특히 새로운 메뉴개발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식당은 아내와 제가 생활하는 곳입니다. 잠자는 서너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요. 그리고 매일 제가 직접 작업한 암돼지 생고기만 사용합니다.

특히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새벽 3시쯤 암퇘지와 야채들을 직접 주문해 당일 배송을 받아 제가 직접 손질해서 손님들의 식탁에 올립니다.

▶새벽 3시쯤 주문을 넣는다고 하셨는데 퇴근을 몇 시에 하고 다음날 몇 시쯤 나오시는지요?
새벽 4~5시 정도에 들어가고 다음날 아침 9시 전 후로 식당에 나옵니다. 보통 서너 시간 정도 자는 것 같습니다.

▶쑥스러워 하시더니 말씀 잘하시네요. 내친김에 ‘종로식당’ 대표메뉴를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새벽에 주문하고 당일 배송되어 오는 암퇘지 생고기구이와 양념왕갈비, 김치탕 등이 있습니다.

말씀을 조금 더 드리자면 먼저 당일 배송된 생고기로 이루어진 메뉴입니다. 암퇘지 한판, 특별 모듬, 가브리살 및 항정살 등으로 직장인이나 가족들이 오셔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숙성된 생고기 메뉴입니다. 신선한 생고기이므로 양념이 필요 없습니다.
저희 식당에 오셔서 드시는 김치탕에 대해서 설명을 조금만 더......
생고기로 이루어진 메뉴
생고기로 이루어진 메뉴
▶(웃음)하시지요.
다음으로 저희 식당에 오셔서 맛있다. 개운하다고 말씀하시는 “김치탕”은 별도로 우려낸 육수와 김치탕에 맞는 최적의 온도에서 4~5일 더 숙성시킨 배추김치를 사용합니다. 보통 식당의 김치찌개와는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치탕은 저의 자존심이고 제 식당의 특별메뉴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식이 좋아서 시작한 사업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정성껏 손님을 모시겠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어떤 마음이었는데요?(웃음)
우리 가족들이 먹는 음식, 우리 가족에게 대접하는 음식처럼 정성스럽게 준비해 손님을 모시겠다는 마음입니다.

▶알겠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반찬 재활용과 재조리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어떤 처벌이 내려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 식생활개선과 담당자와 통화했다.

반찬 재활용과 재조리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근거하여 영업정지 15일, 2차 처분을 받을 경우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고 밝혔다.

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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