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채용 대가로 1억5천만원 '꿀꺽'해도 불구속?
  • 입력날짜 2017-02-13 20: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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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을 이용한 반칙과 비리' 더욱 강하게 처벌해야
과연 우리나라는 ‘교육정의’와 ‘사법정의’가 실현되고 있을까? 국민은 일부 부유층과 특권층의 이른바 ‘특권을 이용한 반칙’에 특히 공분한다. 어느 곳보다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교육계와 법조계가 비리로 얼룩졌을 때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다.

2013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국제중 부정입학이나, 최근 드러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 등은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붓기에 충분했다.

생활고 때문에 5,200원을 훔친 20대 청년은 구속하면서 430억원의 뇌물공여와 횡령을 저지르고 국민연금에 수천억의 손실을 준 ‘정경유착 기업’의 총수를 구속하지 않는 사법부에 대해서 국민적 공분이 높은 가운데, 서울의 한 사립학교 설립자가 교사 채용 대가로 약 1억5천만원을 꿀꺽했는데도 불구속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상록학원 정 전 이사장을 왜 구속하지 않았을까?
급식비리, 공사비리 등 고질적인 사학비리로 유명한 서울 양천고(상록학원)가의 전 이사장과 교장 등 네 명이 이번에는 체육교사를 채용하면서 약 1억5천만 원의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정 아무개 전(前) 이사장(85)과, 임 아무개 교장(58), 변 아무개 당시 행정실장 (60) 등을 배임수재 혐의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그리고 이들에게 돈을 건넨 S건설 사장이자 상록학원 이사 김 아무개(55) 씨를 배임증재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이사장은 2015학년도 체육교사 채용 과정에 S건설 사장이자 재단 이사인 김 아무개 씨로부터 아들을 체육 교사로 채용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당시 S건설이 시공하던 정 전 이사장의 건물 공사 이윤 1억2789만원을 포기하도록 하고, 추가로 현금 2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정 전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김 재단이사의 아들에게 특혜를 주면서도 채용이 공정하게 이뤄진 것처럼 이사회에 거짓 보고한 양천고 임 아무개 교장은 2차 서류심사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김 이사의 아들 김 씨를 탈락시키지 않았고, 이후 단독으로 이루어진 면접평가에서도 김 씨에게 최고점을 줘 최종 합격시켰다.

그리고 양천고 변 아무개 당시 변 행정실장은 채용과정에서 각종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현금 1000만원을 받았으며, 아들의 채용 특혜를 요청하며 금품을 제공한 김 재단이사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법인자금 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이사장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정 전 이사장이 고령인 점을 감안했고, 다른 이들은 수수금액, 범행 경위를 참작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정서는 다르다. 일부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착한 사람은 법을 지키고 나쁜 것들은 법이 지키네”, “대한민국의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5천만에서 만인을 뺀 4천9백9십9만명은 평등이나 형평을 기대하지 말라”며 검찰의 불구속을 꼬집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을 역임한 송병춘 변호사는 “2010년에도 서울남부지검이 정금순 당시 이사장을 사기와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하면서 고령이라는 이유로 불구속했는데, 이번에도 고령이라는 이유로 불구속했다.

일반 시민들은 단 돈 몇 천원 횡령에도 바로 구속하면서 사학재단 관계자들에게는 왜 이렇게 관대한지 모르겠다. 이러니까 유전무죄라는 말이 나온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당시 정 전 이사장은 유명 변호사와 유명 법무법인 덕에 불구속되었고 이후 재판에서도 영향을 미쳤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교사 채용비리 등 반성과 개선이 없는 고질적인 비리사학에는 학급수 감축 등 행·재정적 불이익은 물론이고, 임시이사를 파견하여 학교를 정상화하는 등 강도 높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사례로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교사 채용 비리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학교법인 경암교육재단 이사들에 대해 임원승인취소처분을 하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임시이사를 파견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달 16일 사분위는 총 6명의 임시이사를 선임하는 것으로 심의·의결했다.

정 전 이사장은 2010년에도 양천고의 공사업체 등으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하고 학교 공금을 횡령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2011년 교육청으로부터 재단 이사장 승인 취소처분을 받았음에도, ‘법인실’을 ‘설립자실’로 이름만 바꾸고, 교장과 행정실장 등 학교 관계자로부터 학사·학교 재정 관련하여 지속해서 보고받고,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등 재단 및 학교 운영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현행 사립학교법상 퇴출당한 이사장의 재단 및 학교운영 개입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이에 대해 사학 전문가들은 퇴출된 사람이 재단 및 학교운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그 이전이라도 전 이사장의 개입과 전횡을 사실상 묵인한 현 이사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송 전 감사관은 “2010년 교육청 특별감사에서 금품수수,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난 양천고의 모든 이사에게 대해 선관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물어 전체 이사진에 대해 승인취소를 요구했으나, 재판부가 정 이사장 한 명만 승인취소했다”며 양천고와 충암고 사례에서 보듯 “비리사학은 전체 이사를 승인 취소하지 않고는 정상화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사장 하나만 물러나면 이른바 바지 이사장과 거수기 이사들을 앉혀 놓고 여전히 학교를 개인 사업장처럼 좌지우지하며 사실상 이사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서울지부 안종훈 사립위원장은 “대구교육청이 교사채용 비리 책임을 물어 임원승인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한 것처럼, 감사 및 수사할 때마다 고구마 덩굴처럼 경악할 비리가 적발되는 양천고에 대해서도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감사에 착수하여 부당하게 채용된 체육교사에 대한 임용을 취소하고 비리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채용비리 등 위법, 탈법을 사실상 묵인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현 이사진에 대해 임원승인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질적 비리사학에는 학급수 감축, 임시이사 파견 등 일벌백계해야
상록학원 양천고(당시 학교명은 ‘명신고’)는 명신여자실업전수학교를 인수하여 1984년에 새롭게 개교한 학교다. 그러나 개교 초부터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학교의 일부 건물은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준공 검사도 받지 않은 무허가 불법 건물이다. 무허가 불법건물에서 수십 년간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서울시 소유의 공원 녹지 등을 무단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8년에는 고발까지 당했으나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양천고 졸업생 ㄱ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런 학교를 다녔다는 게 고통이고 불행”이었다며 “동창회가 없음에도 동창회비를 받는가 하면, 성적우수자 위주로 특별자습실비를 받았고, 수업하지도 않는 유령 교사를 교육청에 이름 올려 월급을 받아냈다가 2011년 4월 정 당시 이사장이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5백만원을 받았고, 건축 쓰레기 불법 매립에 의한 벌금까지 학교 돈으로 지불하여 문제를 일으켰으며, 학교 통장을 이사장과 학교장 등이 결재도 없이 자기들 쌈짓돈처럼 사용하다가 발각되기도 하는 등 사학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리는 다 저지른 것 같다. 그런데도 설립자가 돈이 많아서 그런지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게 더 답답하다”고 혀를 끌끌 찼다.

양천고 사정을 잘 아는 교육 관계자 ㄴ씨도 “양천고 사학비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사학비리 백화점이자 종합세트”라고 말문을 연 뒤 “한 마다로 장삿속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부패사학으로,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학교 안에 가짜로 급식회사를 만들어 놓고 측근을 급식업체 대표로 세운 뒤 수년 간 폭리를 취하고, 정 전 이사장이 그 급식업체 대표와 직원들을 데리고 학교 돈으로 제주도와 중국 등으로 여행을 다니다가 적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습적인 위법, 탈법에 양천고가 교육청 감사와 검찰 수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게 대체 몇 번인데, 왜 양천고 사학비리가 근절되지 않는지 납득이 안된다”며 “고질적이고 지능적인 사학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들만의 짜고 친 고스톱,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나요?
양천고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검찰에 나가 참고인 조사까지 받았다는 교육관계자 ㄷ씨는 “이번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교사채용비리 관련자 4명을 기소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지만 큰 성과”라고 입을 뗀 뒤, “다만 4명 모두 불구속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더 큰 비리인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탈세 혐의 등에 대해서는 왜 수사 확대를 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양천고 졸업생 ㄹ씨와 한 시민단체관계자도 이구동성으로 “검찰이 압수수색 통해 충분히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이 양천고 비리와 악행을 근절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인데 왜 비리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 강하게 수사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만간 지역시민단체들과 연합해 양천고 비리 근절을 위해 공대위 구성 및 검찰 추가 고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관내 사학비리를 엄단해 투명한 학교 운영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천고 비리에 대해 수사 확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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