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 직후 가출한 엄마, 출생신고도 하지 말라?
  • 입력날짜 2014-04-10 09: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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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월곡동에 사는 김씨(57세)는 출생신고를 하러 서초구청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김씨는 미국 시민권자인 조씨(47세)와 사실혼 관계에서 딸을 낳았다. 미국에서 출생신고를 하고 미국에서 살다가 조씨와 헤어지고 딸과 함께 몇 년 전에 국내로 입국하여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딸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학교도 편법으로 다니고 각종 사회보장수급권도 제대로 향유하고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을 통하여 아버지와 딸이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것이 많다.

국적법에 의하면, 출생당시 아버지나 어머니가 대한민국 국민이면 그 자녀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

미국에서 출생한 김씨의 딸은 미국 법에 의하여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적법에 의하여 대한민국 국적자이기도 하다.

한겨레 기사(2013. 11. 27.자 등록)에 의하면, 혼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기 전에 잠적하여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를 올리려면 출생신고가 필요한데, 혼외자의 경우 생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사례다.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니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예방접종도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서 혼인 외 출생자는 신고 의무자를 ‘어머니(생모)’로 규정해두고 있다. 생모가 신고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생모의 동거친족이나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가 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모와 연락이 끊어진 경우에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가족법 전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유전자 검사 등 친자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는 것으로 아버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씨는 이와 같은 불편함을 호소하다가 최근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인지절차를 통하여 딸을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서초구청을 방문했다.

그런데, 서초구청 가족관계 담당공무원은 서초구청에는 관할이 없다고 하면서 등록기준지나 주민등록지 구청에서 신고를 하라고 하였다. 이에 김씨와 동행했던 변호사가 현재지인 서초구청에서 신고서를 제출하겠다고 하자 “왜 변호사가 일을 키우려고 하느냐, 다른 구청에 가서 신고를 하라”고 거듭 요구하며 “서울가정법원에 가서 문의를 하는 것이 빠르다”고 하는 등 거듭 신고 접수를 거부하였다.

임택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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