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줌마 정신으로 찾아나선 '173M 오사카 공중정원'
  • 입력날짜 2012-12-18 05: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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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나미의 '도보여행'-2]11월 24일~27일 3박 4일 울퉁불퉁 여행기
오사카에서의 삼일 째, 전날의 무리와 야밤의 수다까지 겹쳐 기상 시간은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새벽부터 내리는 빗줄기로 잠까지 설치고 말았다. 느긋하게 아침을 맞았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음식과 일본 현지 마트에서 구입한 재료로 한상 가득 차려 포만감을 부르는 식사도 즐겼다.

비가 내리니 장거리는 무리라는 판단이 중론이라 고베 일정을 접기로 했다. 현관 앞까지 들이치던 빗줄기가 잦아들자 오사카 시내여행을 나섰다. 이제 전철 노선도 없이도 익숙하다 싶었는데 헷갈리는 전철역이름 탓에 혼선이 왔다. 우리나라 종로3가, 종로5가처럼 그곳에도 4,6,9 숫자만 다른 역이 있었다. 다행하게도 우산을 접어도 될 상황이 와서 너무 고마웠다.
오사카박물관 전경 © 종나미
오사카박물관 전경 © 종나미

먼저 오사카 역사박물관을 향했다. NHK방송국과 건물이 이어져 있었다. 오사카성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박물관에서 한국어로 된 설명문구의 도움을 받아 유물을 둘러보았다. 경북 경주를 경남 경주라고 소개하고 문맥이 맞지 않는 문구들이 있어 아쉬웠다. 마지막 코스에는 도자기 모형 퍼즐과 다양한 문양의 퍼즐들이 체험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배치된 안내원은 나이가 지긋했는데 오버 액션으로 성공에 박수를 보내왔다.
오사카 성 주변의 해자 © 종나미
오사카 성 주변의 해자 © 종나미
 

오사카 성으로 가는 길은 단풍이 한창이라 그 아름다움이 환상적이었다. 빗물을 머금은 빈 나뭇가지 뒤로 해자를 구경하는 멋도 운치있다. 158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성하였다는 오사카 성은 파괴와 소실로 이후에 수 차례 다시 지어져서 오늘에 이른다.

성안으로 들어서니 자꾸만 우리나라의 궁궐과 비교가 됐다. 게다가 썩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 유치하게도 자꾸만 남의 나라 문화를 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일사천리로 한 바퀴를 돌아내려 옴도 이 기분 때문이었다.
오사카 성 © 종나미
오사카 성 © 종나미
 

밖으로 나오니 절정에 달한 단풍이 빗물에 목욕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전철역을 찾아 제법 긴 길을 걷다가 눈에 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관공서 주변과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식사를 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소신으로 고른 식당이었다. 파스타 맛이 담백하고 감칠맛이 났다. 스테이크도 오므라이스도 일행들이 시킨 모든 메뉴가 만족감을 줬다. 이번 여행 최고의 점심이었다.

부른 배를 두드려 가며 전철을 타고 주택박물관으로 갔다. 특별히 볼 것도 계획 된 것도 없었지만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어보는 체험을 즐기기로 했다. 게다가 시간이 애매하여 동양도자박물관과 둘 중에 하나만 선택을 해야 했다.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일찍 저물기도 했고 박물관이 문을 일찍 닫는지라 선택이 불가피했다.

이 간단한 의상체험 하나로 사람을 이렇게 불러 모을 수도 있구나 싶어 부러웠다. 기모노를 입는 동안 속속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박물관 내부는 간단하고 협소했다. 그래도 모두들 이 장소를 찾는 이유는 의상체험 때문이리라.

기모노 의상 체험 ©종나미
기모노 의상 체험 ©종나미
 
벌써 밖은 어두워졌다. 고베를 못 갔으니 여기서라도 더 봐야지 하는 욕심이 생겼다. 첫날 포기했던 우메다 공중정원을 가기로 했다. 찾는 일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었지만 아줌마 정신이 발동했다. 우메다역에 내려 교통경찰한테 물었더니 답이 길다. 이해를 잘못한 우리 탓인지 괜히 건너편으로 넘어가 결국 직선거리를 디귿자 모양으로 돌고 말았다.

설명에 등장한 지하보도를 만나니 일단 안심이다. 먼 거리라 여겼던 곳이 눈앞으로 우뚝 다가왔다.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구경하고 173M에 달하는 공중 정원으로 직행했다. 38층까지는 엘리베이터였고 이후에는 에스컬레이터였다. 통유리로 된 외관은 시선을 바닥에서 조금만 옮겨도 오사카 시내 전경이 들어오면서 아찔함을 불러왔다.

별모양 소원지도 나눠준다. 다들 소원을 적어 걸어두게 된다. 여기도 일어보다 한글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공중정원은 360도 원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게 되는데 오사카의 야경이 진풍경이었다. 바람 또한 대단했다. 야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감기 환자들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경에 동참하더니 이 연유로 고생을 면치 못하게 됐다.
173m 공중정원에서 바라본 오사카 야경 © 종나미
173m 공중정원에서 바라본 오사카 야경 © 종나미
 


되돌아오는 길은 수월했다. 이미 알게 된 길이기도 하고 직선거리로 역에 들어서니 금방이었다. 또 다시 난바로 직행. 열을 동반한 감기증상으로 지친 일행 둘이 먼저 숙소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100엔 점을 찾아 느긋한 쇼핑을 했다. 인터넷에서 출력해간 할인 쿠폰으로 오코노미야끼를 포장 주문하고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익숙하지 않은 자판기에서 음식을 선택하여 쿠폰을 뽑다보니 인간미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혼자서 온 일본인들이 많은 것을 보니 그 사람들의 정서에는 이것이 더 편하겠다 싶기도 하다. 숙제로 남은 고베 행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과감하게 접기로 했다. 다 같이 즐기기로 한 여행이고 마음이 편해야 함이 우선이므로.

마지막 날, 결국은 또 다시 오사카 항으로 갔다. 세계최대 규모라는 가이유칸(海遊館) 수족관을 보기로 했다. 괜히 다른 도시까지 이동했다가 비행기 시간에 쫓겨 안절부절 못하는 것보다 낫겠다 싶었다.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는 사치까지 누려가며 수족관 구경을 했다. 세계 최대는 아니지 않나 싶었지만 뭐 어떠하리.
세계 최대 규모의 수족관이라는 가이유칸 © 종나미
세계 최대 규모의 수족관이라는 가이유칸 © 종나미


쇼핑도 했다. 가족과 지인들의 선물을 챙기고 난바로 되돌아 와 구로몬(黑門)시장 구경을 했다. 기존에 구입했던 품목들의 가격이 조금씩 더 싸서 약이 올랐지만 덕분에 필요한 것을 더 구입했다. 역시 나라를 막론하고 재래시장의 물건 가격이 더 저렴한 걸 확인했다.

즐거운 쇼핑을 마치고 이제는 낯설지 않은 자판기에서 쿠폰을 발행하여 주문을 넣어 오사카 여행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즐겼다. 난바 역으로 들어서니 한국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 위한 한국 여행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들뜬 마음을 정리해 본다. 차창 밖으로는 이미 파란 하늘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고 올 때와는 다른 느낌의 같은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어둑해진 공항터미널에서 버스로 이동하여 난생 처음 셀프 체크 발급기를 이용해 탑승 수속을 했다. 염려했던 발권은 바코드 하나면 이렇게 손쉽게 되는 일이구나 싶게 싱거웠다. 가방을 부치고 나니 가벼워진 짐의 무게만큼이나 마음도 붕붕 떴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앞서서다.

3박 4일의 오사카 자유여행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나서 이미 과거의 한 페이지로 넘어간 이번 여행을 카메라 속 사진으로 돌아봤다. 인천 공항 도착과 함께 여행은 끝이 났지만 추억을 공유한 시흥지킴이들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여행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컬쳐인시흥>에도 실렸습니다.

박종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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