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날’엔 전 국민이 함께하는 시 축제 기대
  • 입력날짜 2013-01-20 05:00:23 | 수정날짜 2013-01-20 0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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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인협회 심상운 이사장 2013년 꿈을 말하다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각계각층에서 새로운 한해를 힘차게 펼쳐나가겠다는 각오와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문학 그중에서도 시는 자연과 교감하는 맑은 영혼의 표현에 따라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비단결이 되기도 하고 칼과 같은 비수가 되기도 한다.

그 정신적인 가치의 최고 선봉에 있는 시인들, 시인들을 감싸 안고 개성들이 불꽃 튀는 세계를 다독이며 한국현대시인협회를 끌고 가는 심상운 이사장을 만나던 지난 1월 4일은 쌓인 눈과 얼어붙은 땅위로 칼바람이 씽씽 불었다. 언손을 부비며 서울 노원구 불암산 자락의 노원문화예술센터에서 만나 노원구의 문화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하다 좀 더 온기가 있는 근처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현대시인협회에 대한 역사와 활동상 중 가장 기억에 나는 것이 있으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는 1971년 3월 한국현대시에서 최고의 시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미당 서정주 시인을 초대회장으로 모시고 출범한 전국적인 규모의 시인단체입니다. 그래서 한국시인협회와 쌍벽을 이루면서 42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2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2009년 80을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최첨단 하이퍼텍스트의 기법을 보여주는 장시「우체부」를 발표함으로써 한국현대시의 위상을 세계적인 위치로 끌어올린 심산 문덕수 시인을 정신적 지주로 삼아서 21세기의 시대적 상황에 적응하는 협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1300명의 회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협회의 역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988년 신시 80년을 맞아 1908년 육당 최남선의「海에게서 少年에게」가 발표된 11월 1일을 <시의 날>로 제정하여 한국시인협회와 함께 매년 기념식을 개최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시의 날>행사가 국민적인 행사로 확대되어 국민들의 정서생활향상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문단에서 큰 역할을 한 한국현대시인협회입니다. 지난 한해을 돌이켜보면서 간단한 소회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적응하고 협회의 활성화와 소통을 목적으로 <한국현대시인협회 인터넷 통신>을 만들어서 협회의 행사, 회원들의 작품 발표, 공지사항 등을 담아서 생생한 감각의 뉴스와 작품을 회원들의 컴퓨터에 8회 전송하였습니다.

이는 회원들의 호응과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함인데, 그것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3월 15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인도주의의 실현을 위한 <탈북자 북송반대 성명서> 발표와 시낭송 퍼포먼스, 경북 예천 <문학기행>, 경북 영주 <별밤 시낭송회>, 덕수궁에서의 <전국고교백일장>.

반년간지 『한국현대시』7,8호 발간, 파고다공원의 <제2회 나라사랑 시화전 및 시낭송회>, 영월 락엔홀에서의 가을 세미나 <한국현대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26회 <시의 날>행사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의 자세와 사명감을 일깨우고, 새로운 현대시의 탐구와 시발표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런 행사에 <한국NGO신문>의 협조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사장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심상운 이사장님에 대한 개인적인 소개 부탁하겠습니다. 문단활동과 시에 대한 철학, 그리고 삶에 대한 좌우명도 부탁합니다.
"내 고향은 호반의 도시 강원도 춘천입니다. 1960년 춘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국문과에 입학하여 시 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장만영 시인의 자작시 해설집『이정표』는 이미지를 중시한 점에서 내 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1974년 2월 월간『시문학』의 추천 완료작품으로 선정된「목공환상」도 모더니즘적인 이미지의 시였습니다. 그러나 환상적 이미지만으로는 현실적 문제를 시에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이미지와 시대적 현실을 접합하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 결실이 1981년에 발간된 시집『고향산천』입니다. 나는 이 시집에서 전쟁과 분단의 현실에 저항하는 젊은 시인의 강한 의식을 드러냈는데, 그것이 1981년 5공 정권의 이념서적 단속에 걸려서 금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후 나는 1987년부터『시문학』을 중심으로 평론(월평, 서평, 시론 등)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시를 모색하였는데, 오랜 시간의 결실이 2010년에 발간된 전위적인 시론집 『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입니다.

나는 하이퍼시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김규화 신규호시인과 함께 <한국하이퍼시클럽>을 형성하여 2011년 11월『하이퍼시』라는 20인 사화집을 발간하였습니다. 하이퍼시는 한국현대시의 형태를 단선구조에서 다선구조로 확장 변경하는 개혁성을 기본으로 합니다.

따라서 하이퍼시는 시인의 독백적 서술을 객관적 이미지로 바꾸고, 일상의 사실적 이미지와 무의식(내면의식)의 환상적이고 초월적인 이미지의 뒤섞임을 통해 기존의 관념이나 의미를 넘어선 비약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입니다.

이제 하이퍼시가 21세기 새로운 시를 꿈꾸는 시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문단의 지위나 수상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런 나에게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이라는 직위는 너무 무겁고 거북하기만 합니다. 시와 시론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좌우명은 춘천고등학교의 교훈인 정도(正道)입니다."

-2013년을 맞이하여 협회에서 계획하는 일과 이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협회에서 특별히 계획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제까지 해온 행사를 더욱 알차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그 동안 발표한 하이퍼시를 모아서 하이퍼시집을 발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대시를 공부하고자하는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인문학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사회라면 사람들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끊임없이 물질의 욕구만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분위기를 정화하고 더욱 밝게 하기위해 정부의 문화정책은 어떤 식으로 펼쳐야 될까요? 시가 살아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으시다면?
"앞에서 <시의 날>행사가 전국민적 행사로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시의 날>에 온 국민이 시를 읽고 시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학교폭력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청소년들은 숲 속의 싱싱한 수목같이 자랄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의 건강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편협한 문예진흥정책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일부의 과장된 인기에 편승된 문예진흥정책으로는 <시의 날>이 국민적 축제의 날이 되기 어렵습니다. 42년의 전통과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는 <시의 날>이 국민적 축제의 날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정신적인 나눔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심상운 이사장은 언젠가 회기동의 청소년들을 위해 문학사랑방을 열고 싶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맑고 밝은 인성은 가꾸고 내면의 재능을 키우고 맘속의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글쓰기는 아주 소중한 방편이기 때문에 그 꿈을 실현 시키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시 세계를 고수하면서도 단호한 행정력으로 한국현대시인협회를 더욱 발전시켜가고 있는 심상운 이사장은 조용한 실천이 강점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심 이사장은 앞으로도 메마른 사회일수록 한쪽에서는 정신적인 가치로서 성을 쌓고 정신적인 나눔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할것 같다.

조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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