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죄부준 특별감사, 수사의지 없는 검찰
  • 입력날짜 2013-06-16 13:21:17 | 수정날짜 2013-06-18 06: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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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교육기관으로서 생명을 다한 영훈‧대원 두 국제중, 존속할 이유 없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학부모로 부터 정기적인 상납을 받고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성적을 조작하고 부당회계를 저지르는 등 비리의 온상이 되어버린 영훈·대원국제중 두 학교는 스스로 국제중을 반납하고 교육청은 속히 지정을 취소하여 일반학교로 전환시킬 것을 촉구한다.

2009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 두 국제중학교는 ‘해외 조기유학 감소, 귀국학생 흡수, 국제적 인재양성’ 등을 목표로 설립했다. 그러나 설립취지와 다르게 명문대 진학과 인맥 형성, 특권 등을 보장받으려는 일부 계층의 삐뚤어진 욕구와 부도덕한 사학재단의 결합으로 인해 지탄의 대상을 넘어 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서울의 두 개 국제중은 현재 소생 불가능한 뇌사상태로 다수의 국민은 물론 보수언론과 보수단체, 새누리당 국회의원, 그리고 교육부마저 폐지 쪽으로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서울시교육청이 뇌사상태에 빠진 국제중을 어떻게든 존치시켜 보려는 욕심에 소독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 연명시키려는 대책 아닌 꼼수를 내놓았다.

서울시교육의원인 저는 6월 12일, 이병호 교육정책국장에게 국제중 존폐문제가 화두인 현 시점에서 국제중 전형방법 개선대책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만류하였으나 13일 끝내 대책을 발표했다. 13일 교육청이 내놓은 개선책의 주요 골자는 ‘주관적 영역제외, 균등한 기회제공, 명칭변경, 2-3배수를 1차 선발 후 추첨, 2015년 이후는 입학생 전원을 추첨으로 뽑겠다는 것이다.

추첨 전형을 개선책으로 내놓을 만큼 다급한 교육청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국제중 설립취지를 도외시한 이번 개선안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개선책으로 보이기보다는 국민으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을 우선 피하고 보자는 꼼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산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누구나 쉽게 지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중간에 그만두게 되고 그 자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특권을 대물림하고자 하는 부유층이 또다시 돈 내고 꿰차고 들어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또한 객관성을 강조하겠다고 내놓은 체크리스트는 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사배자 전형의 경우, 끝내 한 부모, 다자녀 가정 항목을 두어 일부 계층의 ‘특권을 이용한 반칙’을 계속 허용하겠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결국 부정이 개입될 소지를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지난 4월 시정 질문을 통해 문용린 교육감에게 지금까지 드러난 국제중 비리만으로도 국제중 취소 사유가 분명하니 지정을 취소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감사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감사가 끝나자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나서 검토하겠다”고 다시 말을 바꾸었다. 그리고 13일 대책을 내놓았다. 사실상 국제중을 폐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용린 교육감은 왜 국제중을 계속 감싸고도는 것일까? 상습적이고 지능적인 음주운전자에게 면허 취소 하지 말고 계속 운전대를 맡기자는 말인가? 13일 대책이 발표된 후 국민의 여론은 음주운전하면 당연히 면허 취소하는 것처럼, 성적조작을 통한 입시부정, 돈 받고 입학 장사까지 한 두 국제중은 당연히 지정 취소해야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민심이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학생 골라 뽑기”를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뽑을 학생을 미리 내정하고 시험은 요식행위에 불과했고, 시험성적을 조작하여 입시부정을 저질렀다. 그리고 대가성 돈이 오고 갔다는 사실마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원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합격시킨 사례까지 있었다. 공정해야 할 입학시험에서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성적순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합격을 좌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학부모들의 제보와 증언을 근거로 제기한 의혹이 백 가지라면 교육청 감사결과, 영훈은 30가지 정도, 대원은 7가지 정도 밝혀졌다고 본다.

교육청의 부실감사와 꼬리자르기식 처분이 심각하다. 특히 대원에 대해서는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영훈 이사장에게는 임원승인취소를 요구하면서 대원 이사장에게는 경고하는데 그쳤고, 영훈은 검찰에 고발했지만 대원은 고발조차 하지 않았다.

‘특별감사’면 ‘특별감사’답게 이전 민원조사에 대해 원점에서 재 감사를 해야 함에도 이미 지난 해 1월 민원감사를 했기에 ‘정기적인 50만원 상납 건, 모 저축은행대표의 아들 1억 편입 문제, 내신부풀리기, 비교내신 성적조작 의혹, 졸업장사 의혹’ 등을 이번에 감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처음부터 대원에 대해 면죄부 주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검찰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검찰인데 북부지검은 나름대로 검찰의 명예를 걸고 영훈에 대해 압수수색 등 적극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데 비해, 동부지검은 수사의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불법찬조금 21억 등 알고 보면 대원이 훨씬 심각한 비리학교임에도 왜 대원 앞에만 서면 교육청과 검찰이 작아지는가? 문용린교육감의 경우 대원 관계자로부터 선거후원금 받은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고, 동부지검의 경우, 판검사 중 대원 출신이 많다. 그래서 대원 봐주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런 오해가 없도록 검찰은 제대로 수사해야 할 것이다. 수사할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감사원에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앞에서 국제중은 이제 소생 불가능한 뇌사상태라고 했는데, 다른 비유를 들면 우리나라 교육의 말기암적인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건강해지기는 틀렸다고 본다.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교육청은 국제중 살리려는 그 노력으로 일반중을 살리고 공교육이 정상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핀란드 등 교육선진국들은 대부분 학교를 서열화하는 수직적 다양화 대신 수평적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분리교육 대신에 통합교육을 지향해야 하고, 외국어 영재를 위한 특별한 학교를 따로 두기 보다는 일반중학교 안에서 교과활동, 또는 비교과활동을 통해 외국어 영재를 키워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특수목적학교를 자꾸 만들기보다는 공교육 안에서 소질과 재능을 키워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인 만큼, 공교육 안에서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출세 특급열차”라는 것이 있다. <사립초 -> 국제중 -> 특목고 -> 명문대>가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학력사회, 더 엄격히 말하면 학벌사회이기에 할 수만 있으면 이 열차에 편승하고자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이 열차의 우등석에 올라타기만 하면 출세와 성공이 보장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 특급열차의 허리부분이 국제중인데, 국제중에만 들어가면 특목고 명문대 들어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부유층들의 특권을 이용한 반칙이 성행하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의 빗나간 교육열도 문제지만, 크게 보면 학벌사회가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독일 등 일부 국가들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적어도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다면 이런 출세를 위한 특급열차는 자연스럽게 없어지리라 본다. 학력차별금지법 등을 제정하여 하루 속히 학력사회를 능력사회로 전환해야 것이다.

두 개 국제중 재단은 참으로 염치가 없다. 교육기관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리를 저질러 국민을 실망시키고 기망했다. 그러면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함에도 아직까지 아무런 사과표명 한 마디 없다.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있다면 이제라도 머리 숙여 사과하고 스스로 국제중을 반납해야 할 것이다.

자사고인 동양고 용문고가 자사고를 스스로 반납하고 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인 것처럼, 두 개 국제중은 스스로 반납하고 문용린 교육감도 국제중을 더 이상 비호하지 말고 국민 편에 서서 속히 일반중으로 환원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용린교육감은 국제중 교육감이 아니라 서울시민과 서울시교육청의 교육감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국제중을 폐지한다고 하니, 마치 폐교하는 것을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다. 영훈과 대원국제중은 원래 일반중학교였다. 일반중이었던 두 학교를 2009년에 국제중으로 지정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일반중으로 환원, 말 그대도 되돌리자는 것이다. 올해 국제중 취소가 되더라도 내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다시 말해, 신입생은 일반중학교 학사에 따라 운영되고, 2~3학년 재학생들은 기존의 국제중 학사에 따라, 그 커리큘럼대로 진행해서 졸업하는 것이기에 전혀 피해가 없다.

서울시교육청 등 일부에서 아직도 국제중을 존치시키자고 하는데, 그러나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국제중 폐지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첫째, 설립취지를 심각하게 망각했고, 장기해외거주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특목고 가기 위한 입시기관과 공교육을 파행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유치원, 초등학교 어린아이들까지 입시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

둘째, 두 개 사학에서 20% 사배자 학생 학비 부담한다고 이행각서까지 제출했음에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 서울 국제중 두 곳은, 사학의 장삿속 욕심과 당시 공정택 교육감, 이명박 정부의 합작품이다. 한통속인 셈이고, 어떤 의미에서 진짜 몸통은 교육당국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국제중 설립에 대해 귀족학교, 특권학교가 될 게 뻔하다며 서울시민 70% 이상이 반대를 하자, 갑자기 사배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 20%를 뽑아 학비 걱정 없이 다니도록 해주겠다. 두 개 사학이 각서까지 제출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해 써야 할 국고를, 두 개 사학에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지원하고 있다. 누가 사배자 카드를 꺼냈는가? 누가 국고지원을 했는가? 이번 기회에 밝혀야 한다고 본다.

셋째, 성적조작을 통한 부정입학, 뒷돈거래, 교사채용비리, 시설공사비리 등 이번 교육청 감사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학교, 교육기관이라도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리종합백화점이다. 이렇게 회생 불가능한 말기암적 존재인 국제중, 국민들은 폐교까지 시키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현재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니 적어도 일반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이라면, 학교다양화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황폐화시킨 것이다. 다양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서열화하고 분리하는 수직적인 다양화는 분명 교육적이지 않다. 공부 잘하는 아이 따로 떼어 과학고, 외고, 자사고 등 특목고 만들고, 장애아이 따로 떼서 특수학교 만드는 것은 교육논리가 아니다.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 한 교실 안에 잘사는 아이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도 있고, 성적 우수자도 있고 다소 성적이 부진한 아이도 있고, 장애아이도 있고 비장애아이도 있는 통합교육이 교육적으로 올바른 교육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국제중 자사고 폐지 법안을 발의한 것은 수직적 다양화를 수평적 다양화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본다. 다른 이유 없이 오직 하나 부모 잘 만난 덕에, 사립초-국제중-특목고-명문대 나와 우리 사회지도층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 한쪽 세상만 경험한 외눈박이같은 아이들, 걱정되고 문제 있어 보이지 않는가?

시대역행적이게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뒤늦게 국제중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울산에서는 사교육업체 토피아에듀케이션이 사립 울산국제중 설립을 추진한다고 해서 물의를 빚고 있고, 대전시는 2015년 개교를 목표로 과학비즈니스벨트 안에 공립 국제 중고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인천시는 560억원을 들여서 2016년 개교를 목표로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이 유력한 서구와 계양구에 국제중 설립을 추진 중이고, 이밖에도 대구시, 전남 여수시, 인천 연수구가 국제학교 설립을 사업 계획에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몇몇 선출직 의원들이나 단체장이 자기 업적으로 삼고자 국제중 유치를 공약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데,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국제중 설립을 추진하고자 하는 지자체에서는 서울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 때 외고바람이 불었고, 또 한 때 자사고 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우후죽순으로 외고와 자사고 생겨났다. 이후 우리교육의 질이 좋아지고 행복해졌는가? 교육문제는 바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제발 정치논리나 경제논리가 아닌 교육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으로 교육문제를 풀어야 한다.

외고, 자사고의 경우처럼 똑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번 설립하면 폐지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현재 서울의 경우를 보면 알 것이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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