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로 -칼럼] 한자 병기가 아니라 토박이말 살려 쓰기다
  • 입력날짜 2015-09-06 13: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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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반대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교육부는 지난해 9월 24일 ‘2015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하면서,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중·고 학교 급별로 적정한 한자 수를 제시하고 교과서에 한자 병기의 확대를 검토한다.”라고 밝혔다.

오늘날은 조선 시대나 일제 강점기 때처럼 한자를 많이 쓰는 시대가 아니고 모든 출판물이 한글로 나오고 대학 논문도 한글로 쓰는 한글시대인데 이런 엉뚱한 발표를 해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으니 이 정부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

그것도 교육부가 이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찬반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의 말만 듣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전제로 연구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이 2015년 4월 27일 자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그래서 국민이 그 잘못을 따지니 2015년 4월 29일에 설명 자료를 통해, “초중등학교 교과용 도서 편찬 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11.9.)에 한자 병기 허용지침이 수록되어 있어 한자 병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지침은 한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는 것을 그렇게 멋대로 해석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교육부가 광복 뒤부터 지금까지 계속 한글 쓰기 정책을 반대한 일본식 한자혼용 주장 단체들 말만 듣고 광복 70주년이 추진하니 기가 막힌다.

한자 병기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광복 뒤부터 지난 70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끈질기게 일본처럼 한자를 혼용하거나 한자를 병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꾀했다.

이들은 1993년에는 교과서 한글전용은 위헌이라는 소송을 냈으나 각하되었고, 1998년에는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폐기하고 한자 병기 정책을 추진하려다가 실패했고, 2012년에는 한글과 우리말을 살리고 발전시키자는 국어기본법이 위헌이라고 또 소승을 냈으나 승산이 없으니 박근혜 정권을 꼬드겨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을 추진하도록 음모를 꾸미고 있다.

다만 1964년에 박정희 정권이 한번 이 세력 꾐에 빠져서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했다가 엄청난 부작용으로 1970년부터 지금까지 한글만으로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도 잘 되었고 나라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광복 뒤에 조선 시대처럼 한문으로 교육을 안 하고, 일본 강점기 때처럼 일본 말글로 교육을 안 하고,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은 교과서로 교육하고 공문서를 쓴 것은 잘한 일이고 성공한 정책이다.

이렇게 우리 말글로 교육하니 반세기 만에 문맹이 없는 나라가 되었고, 그 바탕에서 국민 수준이 높아져서 경제와 민주주의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빨리 발전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또 한글을 쓰기 시작하고 반세기 만에 우리 자주 문화가 꽃펴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기적이 아니라 모두 백성을 위해 만든 민주글자, 배우고 쓰기 쉬운 경제 글자, 과학에 바탕을 두고 만든 과학글자인 한글 덕분이다.

훌륭한 한글을 만들어준 세종대왕과 한글을 이렇게 누구나 마음대로 쓸 수 있게 갈고 닦아준 주시경 선생과 그 제자들, 그리고 한글운동가들에게 고마워하면서 이 한글을 더 잘 이용해서 더 잘 사는 나라를 이루고 세계 인류문화발전에 이바지할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정부와 학자란 이들이 한글을 더럽히고 짓밟고 있으니 한심하고 답답하다.

한자혼용이나 한자 병기는 일본식 말글살이요 일본인들이 바라고 좋아하는 말글살이다. 그런데 일본 글자 가나는 한글처럼 훌륭한 글자가 아니어서 제 글자 ‘가나’만으로는 말글살이를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자를 빌려서 쓰고 있다.

그런데 1995년에 미국의 이름난 과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유명한 ‘디스커버리’란 과학 잡지에 세계 문자에 관한 글을 썼는데 “세계에서 가장 불편하고 미개한 말글살이를 하는 나라는 두 가지 글자를 섞어서 쓰는 일본이고, 가장 편리한 말글살이를 하는 나라는 세계 으뜸 과학글자인 한글로 제 말을 적는 말글살이를 하는 ‘코리아’다.”라고 쓴 일이 있다. 그런데 그 ‘코리아’는 북한이지 일본처럼 신문에 한자를 섞어 쓰는 남한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같이 쓰자는 것은 한자 교육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한자 교육도, 그 학과 내용 교육도 제대로 안 되고 혼란스럽다. 1965년에 다 경험하고, 1970년부터 중, 고등학교에서 한문 시간에 한자 900자씩 1,800자를 가르쳐왔다.

그렇게 1,800자를 배우면 충분한데 중, 고교에서는 안 가르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일본 한자말을 계속 한자로 쓰게 하겠다니 답답하다. 한자혼용주장자들은 돈벌이로 하는 한자검정시험을 중, 고생들보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본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들 돈벌이로 초등학생들에게 한자 멍에를 씌우려 하는 것이다.

쉬운 말 쓰기, 제 겨레말을 제 글자로 적는 것은 세계 흐름이고 입으로 말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글자로 적는 언문일치 말글살이는 시대 흐름이다. 또 한글은 다른 나라 말글과 섞어서 쓰면 그 훌륭함이 사라진다. 한글은 한자보다 100배 더 좋은 문자로서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최신 수단이고 도구다.

이제 광복 70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쓰는 일본 교육 용어와 행정용어들을 병기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우리 토박이말로 빨리 바꿔야 우리 얼말 글이 독립하고 우리의 교육, 정치, 사회 문제가 저절로 풀리고 잘 사는 나라가 된다.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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