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욱 칼럼] 한자 공부는 필요하다
  • 입력날짜 2015-08-21 14: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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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배운 사람과 배우지 않은 사람의 차이 커
우리말 단어에는 분명히 한자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뿌리가 되는 한자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논어』, 『맹자』와 같은 한문 고전을 줄줄 읽도록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말의 뜻을 잘 알고 쓰게 하려면 한자를 조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자를 가르치면 국어 실력이 향상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글을 읽고 쓰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하면 이런 반박이 날아든다.

“반드시 한자를 알아야 국어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휘력 떨어지는 게 백 퍼센트 한자를 모르기 때문만도 아니다. 한자 몰라도 글 잘 쓸 수 있고, 어려운 글을 이해할 수도 있다. 국어사전을 열심히 찾고, 책을 열심히 읽든 하다 보면 굳이 한자 배우지 않아도 잘 읽고 잘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게 있다. 한자 공부를 안 했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은 약 1300년간 그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에 처음 보는 한자어도 문맥 속에서 이해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생활 속에서 누군가가 한자어의 뜻을 말해 줘서 알게 된 것도 있을 텐데, 대부분의 경우 한자의 음과 뜻을 부지불식간에 설명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모양을 보지 않았을 뿐, 한자 구성의 3요소인 ‘형(形, 모양)’, ‘음(音, 소리)’, ‘의(義, 뜻)’ 중에 모양을 제외한 두 가지를 배운 셈이다. 간접적으로 한자 공부를 한 셈이다. 이걸 두고 ‘한글 공부’를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이거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 영어를 배우지 않은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본다. 가끔 아버지는 영어 단어를 넣어서 말을 한다.

“재욱아, 일 처리는 스무스(smooth)하게.”

아버지한테 ‘스무스’가 무슨 뜻이냐고 기습적으로 물어봤다. 얼버무리셨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단어를 배운 적이 없는데 어떻게 정확하게 알 수 있겠나.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뜻을 짐작해서 자신도 그렇게 쓴 것이다. ‘스무스’의 스펠링이 ‘에스’로 시작되는 것도 모르신다. 그러나 여기에서 아버지는 영어를 간접적으로 배운 거라고 할 수 있겠다. 모양을 제외한 뜻과 소리는 배운 것 아닌가.

이를 바탕으로 이런 말을 한다고 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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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 알파벳 스펠링 외울 필요 없다. 그저 음만 알고 뜻만 알면 된다. 굳이 영어 하지 않아도 그렇게 알면 되는데 뭐 땜에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 거야?”

한자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거나 몰라도 국어를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의 몰라도 된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은 따져보면 위와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한글전용을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한자어의 뜻을 알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45년간 교과서에 한자를 쓰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어휘를 알 수 있었고, 한자를 몰라도, 또는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사정이 다르다. 한글전용정책 자체 보다는 이 정책과 함께 한자를 가르치지 않거나, 소홀히 한 결과로 학생들의 어휘력과 문장력, 독해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학생을 가르쳐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한자를 배운 사람과 배우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이를 무시하고 ‘한자 안 해도 국어 잘할 수 있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요즘 많은 학부모가 아이들한테 한자 교육을 시킨다. 반드시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자를 알면 국어뿐 아니라 각종 과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자녀들한테 한자 공부시키지 마시라. 배운 학생에 비해 우리말 독해가 안 돼서 교과서를 잘 못 읽고, 시험문제 이해에도 일정 부분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글쓰기에도 적지 않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김재욱(金載旭)

*작가, 칼럼니스트, 대학 강사, KBS 드라마 징비록 고전철학자문.
*고려대 국문과 박사
*저서에 “삼국지인물전”, “역사, 어제이면서 오늘이다”외 4권이 있다.

김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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