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칼럼] 교육감협의회 위상·역할 어떻게 높일 것인가? (1)
  • 입력날짜 2016-12-22 11: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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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등 정부·여당의 비협조와 방해가 걸림돌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 제8대 교육의원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 제8대 교육의원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우리 국민은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중앙정부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교육정책에 실망한 나머지 이제는 교육감들이 나서 교육만큼은 바꿔 달라는 간절한 염원이었다. 또한, 진보교육감이 다수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교육감협의회')가 중앙정부와 대등한 역학 구도를 이루어 제대로 된 교육자치 시대를 열어달라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교육감들이 각개약진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형빈 강원교육연구소장은 “13명의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중앙집권적 관료주의와 경쟁만능주의를 넘어 새로운 혁신교육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음에도 뚜렷한 담론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개별 교육청 차원의 고립된 실천 혹은 교육감협의회의 무기력함에 대해 아쉬움을 버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단체 한 관계자도 “2014년 5월에 14개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협의회의 위상 강화'와 ‘자사고 폐지·특목고 정책 전환, 사교육 고통 경감, 공교육 정상화, 유럽식 대입자격고사 도입, 대학서열체제 및 학벌 구조 해소’ 등 고질적인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안해 국민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줄 알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솔직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럼 왜 교육감협의회가 국민이 바라는 만큼의 영향력 발휘를 못 하는 것일까? 교육계 한 관계자는 그 이유를 “첫째는 교육부 등 정부·여당의 비협조와 방해이고, 둘째는 교육감들이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등 정부 여당의 비협조와 방해가 걸림돌

교육부의 애초 계획은 권한을 상당 부분 시도교육청에 이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당선되자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꿔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 전가하고, 교육자치를 훼손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등 사실상 진보교육감들을 옥죄고 압박했다.

교육감협의회의 위상과 역할 강화를 위한 행·재정적 지원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오히려 장애물, 걸림돌 역할을 한 것이다. 심지어 정부 여당은 교육의원 제도 폐지에 이어 교육감직선제마저 폐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최교진 세종교육감 등은 “교육혁신을 추진하다 보면 교육부와 번번이 부딪치게 된다. 교육부의 각종 간섭과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과 사업 추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잘못된 관련 법규는 유초중고 교육혁신의 최대 장애물”이라며 “교육 혁신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를 개폐해야 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위상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교육부의 전횡을 비판했다.

지난 6월 21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차기 교육감협의회장의 자격으로 이준식 교육부 장관을 만났다. 이날 면담에는 당시 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교육감과 이청연 인천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감들은 교육감협의회의 연구 및 정책 기능 강화(전문위원제 도입), 계약직 전문가 채용 등 교육감협의회의 조직과 정원 확대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중앙정부(교육부)에 협조와 예산을 요청하였으며, 이준식 장관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긍정적 답변을 주었다.

그러나 7월 20일 교육감협의회의 임원단 간담회와 8월 24일 교육부 방문 등을 통해 거듭 교육감협의회의 역할 제고와 그에 따른 재정 지원 등을 요청하였으나 교육부는 아무런 답이 없다. 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일국의 교육부 장관이 적극적 검토 즉 사실상 지원 약속을 해놓고 6개월이 다 가도록 어떻게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느냐”며 교육부의 행태에 답답해했다.

기다림에 한계를 느낀 교육감협의회에서는 급기야 11월 22일 거듭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교육부에 보냈으나 여전히 아무런 회신이 없다. 기자가 12월 7일 전화로 교육부 입장을 물었으나 담당 과장은 “답변하기 곤란하다. 계속 협의해 나가고 있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교육감협의회, 2006년 법정기구로 출범했으나 갈 길 아직 멀어

교육감협의회는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을 근거로 2008년 1월 창립총회를 열고 법정기구로서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교육감직선제가 시행될 때까지 교육감협의회에는 시도지사협의회와 같은 집행 실무단위(사무국)도 없었고, 업무담당자 1인의 사무분장뿐이었으며, 형식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 직선 1기(2010.7.1.~2014.6.30.) 때 진보교육감 6명이 당선(경기, 서울, 강원, 전북, 광주, 전남)되면서 교육감협의회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시작되었고, 직선 2기(2014.7.1.~현재까지)에 와서야 정식 사무국(총무과, 정책연구과)이 생겼다. 그러나 누리과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의제에 대한 건의권 정도만 갖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감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교육감협의회가 지방교육자치 발전의 구심점이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고, 다양한 노력을 부단히 했지만, 의안에 대한 건의권이 교육부 장관에게만 있다”며 “협의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전문위원 도입 등 인력확충과 지방교육행정연구원 설립 등이 과제인데,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시도교육청들의 분담금만으로는 규모 있는 사업 수행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현 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이재정 교육감은 “올해는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실질적인 교육자치의 근거가 마련된 지 꼭 1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그동안 교육감협의회가 많은 발전과 성장을 하였지만, 위상 강화와 정책연구기능 강화라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교육자치 활성화 및 교육감협의회 발전을 위해, 사무국 조직과 역할이 최소 시·도의장협의회 사무처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의회의 조직 및 정원 확대에 따른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하여 교육감협의회의 분담금을 50% 증액하고, 이에 상응하는(5:5의 비율) 예산을 교육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감들의 요구대로 교육감협의회는 시도교육자치에 관한 최고 협의기구이기에, 이에 걸맞은 위상이 부여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국민적 합의 하고, 유초중고 교육의 시행에 관련된 구체적 권한은 시도교육청에 위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부 등 중앙정부에서도 재정 지원 등을 강화하고, 협력적 상호소통을 통해 교육감협의회의 역할 강화 및 기능 활성화를 통해 교육자치가 꽃피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음 호에 2부 칼럼이 계속됩니다.)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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